'쾅!' 58초 뒤 또 '쾅!'…대혼란 속 무릎 꿇고 땅 찌르며 목숨 건 탈출

수색대 철수 순간 연쇄 폭발에 공병·대대장 중상…"안전하지 않다" 상황 급반전
탐침으로 20m 정밀 수색하며 위험 지역 가까스로 탈출

양진혁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DMZ 지뢰 추정 폭발 상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28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김예원 기자 =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군 장병들이 약 200m의 신규 수색로를 개척한 뒤 철수를 준비하던 순간 공병 요원의 발밑에서 지뢰가 폭발했다. 약 58초 뒤, 다친 공병을 살피러 가던 수색대대장의 발밑에서 두 번째 폭발이 발생했다.

땅속에 묻혔던 무언가가 폭발했음을 직감한 순간, 안전하게 진출한 줄 알았던 현장은 삽시간에 퇴로가 막힌 공포의 현장으로 180도 돌변했다.

그래도 탈출해야 한다. 부상자를 지혈하고 둘러업은 수색대 앞으로 공병 요원이 '퇴로 확보'를 위해 무릎을 꿇었다. 이 요원은 지뢰 탐지를 위해 사람이 직접 땅을 찌르는 도구인 탐침으로 무릎 앞을 일일이, 수㎝ 간격으로 찌르며 간신히 약 20m의 탈출로를 다시 확보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합동현장조사 중간결과 브리핑에서 당시 작전 진행 상황과 두 차례 폭발 후 긴박한 상황에서 이뤄진 부상자 구조·후송 과정을 공개했다.

지뢰 탐지·예초하며 MDL 방향 200m…철수 준비하다 첫 폭발

합참에 따르면 사고 당일 작전에 투입된 병력은 모두 18명이었다. 이들은 일반전초(GOP) 철책에서 소형전술차량과 산악바이크를 이용해 소통문까지 이동한 뒤 기존 수색로를 따라 도보로 이동했다.

작전 목적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인 '지형 변화'를 유엔군사령부와 현장조사하기 위해 새로운 수색로를 만드는 것이었다.

기존 수색로가 끝난 뒤 새 길을 개척하는 시점부턴 공병 요원들이 선두에 섰다. 이들은 지뢰탐지기를 이용한 탐지와 예초 작업을 번갈아 하면서 MDL 방향으로 약 200m를 전진했다.

수색로 개척을 진행하던 수색대대장은 전체적인 상황을 평가한 뒤 MDL에 근접했다고 판단했고, 작전을 종료하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폭발은 철수 준비 과정에서 발생했다. 공병 요원이 왼발을 한 발 내딛는 순간 1차 폭발이 일어났고 주변에 있던 장병 3명이 쓰러졌다.

인근 수색 요원은 폭발로 생긴 작은 웅덩이 형태의 화구에 있던 부상자를 끌어내기 위해 접근했다.

수색대대장도 첫 폭발로 쓰러진 공병 요원에게 "괜찮아?"라고 외치며 접근했다. 그와 동시에 두 번째 폭발이 발생했고 대대장은 왼쪽 발목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오른쪽 허벅지 등에도 파편 피해를 입었다. 함께 이동하던 정보참모도 안면부와 신체 일부에 파편상을 입었다.

두 번의 폭발 사이 간격은 약 1분이었다. 합참에 따르면 사고 지점에서 약 800m 떨어진 GP의 집음기(작고 약한 소리를 모아서 증폭하는 장치)에는 유사한 폭발음이 58초 간격으로 수집됐다. 군이 해당 음성을 작전요원들에게 들려준 결과 이들도 실제 폭발 간격이 약 1분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양진혁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DMZ 지뢰 추정 폭발 상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28 ⓒ 뉴스1 김진환 기자
두 번 터진 지뢰…공병은 무릎 꿇고 탐침으로 20m 탈출로 확보

두 번째 폭발이 발생하자 이미 이동해 온 길도 더 이상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추가 지뢰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부상자들을 데리고 현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이에 공병 요원들은 사고 전보다 한층 정밀한 방식으로 탈출로 확보에 나섰다. 선두 공병 요원은 무릎을 꿇고 탐침을 이용해 땅을 5~10㎝씩 직접 찌르며 지뢰 매설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곳은 흙을 조심스럽게 긁어내면서 약 20m를 전진했다.

두 차례 폭발 직후 추가 폭발 위험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공병 요원이 앞장서 이동 가능한 길을 하나씩 확인한 뒤에야 나머지 작전 병력의 철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1차 폭발 지점에서 약 1m 떨어진 곳에 사각형 형태의 지뢰 추정 물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물체는 지표면 아래 약 5~10㎝에 묻혀 있었으며 이를 직접 본 공병 요원은 갈색 계열의 네모난 형태에 표면이 매끄러운 플라스틱 재질처럼 보였다고 진술했다. 공병 요원의 침착함이 없었다면 추가 폭발 사고 위험이 있었다는 뜻이다.

주변에 있던 다른 장병들도 해당 물체를 목격했으나 일부는 적색, 일부는 갈색으로 표현했고 목함지뢰와 유사하다고 진술한 인원도 있었다고 한다.

합참은 이를 북한군의 목함지뢰와 형태가 유사한 수지(플라스틱)반보병지뢰로 추정하고 있지만, 현장조사팀이 아직 해당 물체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만큼 추가 조사에서 확인할 예정이다.

양진혁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DMZ 지뢰 추정 폭발 상황 관련 중간 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28 ⓒ 뉴스1 김진환 기자
부상자 업고 200m 후송해 모두 살았다…작전 병력 대부분 탈진

사고 당시 부상자 구조도 즉각적으로, 반사적으로 이뤄졌다. 현장 장병들은 지혈대를 이용해 부상자들의 출혈을 막았다. 중상을 입은 수색대대장은 장병들이 2인 1조로 어깨와 무릎을 받쳐 이동시킨 뒤 들것이 도착하자 인원을 교대해 가며 후송했다.

대대장을 비롯한 부상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약 200m 떨어진 헬기 호이스트 탑승 지점까지 옮겨졌다.

합참은 당시 이동로가 수풀이 우거지고 이동이 쉽지 않은 지형이었던 데다 호이스트 탑승 지점까지 일부 경사지가 있어 부상자 후송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약 200m에 걸친 후송을 마쳤을 땐 대부분의 작전 병력이 탈진 상태였다.

양진혁 합참 작전부장은 "우리 작전 병력들은 당시 조건반사적인 행동으로 부상을 입은 전우를 응급처치하고 약 200m 이격된 호이스트 지점까지 인력으로 후송시키는 등 긴박한 상황에서도 위기 상황 대응 능력과 전우애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부상자 발생 상황을 접수한 GOP 대대는 오전 10시 59분쯤 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에 지원을 요청했다. 군은 메디온 의무후송헬기 3대를 순차적으로 투입했다.

합참은 유엔사에도 DMZ 내 응급헬기 진입 승인을 요청했고, 오전 11시 38분 승인을 받은 뒤 11시 40분쯤 헬기가 DMZ 내부로 진입했다.

응급구조사들은 현장에서 장병들이 실시한 신속한 지혈과 응급처치가 부상자의 출혈을 최소화해 더 큰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당시 작전 병력 18명은 모두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재 15명은 퇴원했고, 중상자 2명과 경상자 1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합참은 사고 원점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해 장병들이 목격했다고 진술한 지뢰 추정 물체와 기타 잔해물 등을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