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초에 대미 투자 합의 발표 유력…한미 관계 진전 분수령

정부, 21~22일쯤 국회에 합의안 보고 예정
美, 호르무즈 파병 압박 '톤 다운' 기류

조현 외교부 장관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국무부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9.17 ⓒ 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한상희 기자 = 한미가 이르면 내주 초 대미 투자 1차 프로젝트에 최종 합의해 추석 전에 합의문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투자 문제가 올해 한미 간 최대 현안이었다는 점에서, 추석 연휴 직전 한미가 관계 진전의 분수령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17일 주목된다.

조승래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의에 "한미가 추석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 같다"라며 "그렇게 되면 21~22일쯤 국회에 보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부는 당초 이날 국회에 3500억 달러(약 479조 원) 대미 투자의 1차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었으나 한미의 막판 조율이 길어지면서 이 일정을 연기했다.

한미는 약 223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텍사스주 엔시날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대미 투자의 첫 사업으로 진행하고, 이후 한국이 미국 내 8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알래스카 LNG 사업에도 투자하는 후속 사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원전과 알래스카 LNG 사업 관련 세부 협의가 길어지면서 당초 정부가 목표로 한 일정을 넘겨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 "한미, 대미 투자 이견 없다"…'디테일'만 남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미 투자 문제와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이 있다기보다는 '국내 절차적인 문제'를 확실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국내 절차적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그는 "어떤 이슈든 국익에 반하거나 우리 입장과 다른 것은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분명한 입장을 견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정부가 대미 투자 원칙으로 강조해 온 '상업적 합리성'과 관련된 문제가 막판 조율의 쟁점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일단 조 장관이 '한미 간 이견이 없다'고 밝힌 만큼, 대미 투자 1차 프로젝트 합의의 지연은 합의 여부가 불투명한 수준의 한미 간 의견 차이가 아니라 협상의 '디테일' 때문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 사안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조 장관은 대미 투자 문제가 18일 열리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도 논의될 것이라고 밝혀, 이번 회담이 대미 투자 협상의 최종 조율에 방점이 찍혔음을 시사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간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는 단계"라며 "갈등 상황이 아니라 접점을 찾아가는 단계라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호르무즈 파병 문제, 기류 변화 감지…美도 '톤' 바뀌었다

한미가 대미 투자 1차 프로젝트 합의에 도달했음을 보여 주는 정황 증거로는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톤에서 감지되는 기조 변화도 들 수 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이 요구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및 기여 문제와 관련한 판단이 "국익에 기초해 내려야 할 우리의 주체적인 결정 사항"이라고 밝혔다.

박 차관은 또 "기본적으로 한미 관계 측면보다는 항행의 안정과 에너지 수급선의 안전 확보, 지역 교민과 국민·상선의 안전이라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전반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대미 투자 지연에 불만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따른 한미 양자 간 현안 중 하나로 논의돼 온 것과는 결이 다른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박 차관은 특히 "국내적으로는 '파병'이라고 많이 설명하지만 국제사회와 소통하며 이야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여'"라며 "역내 안정 회복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내부적으로 검토해 왔다"라고도 말했다.

호르무즈 사안이 '파병'이라는 어려운 문제에서 벗어나 다른 기여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진 것처럼 보이는 박 차관의 발언은 미국 역시 대미 투자 합의 근접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의 톤을 낮추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조 장관이 미국으로 가면서 한미 간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 "그동안 실무진에서 협의를 계속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빨리 추진할 것"이라며 밀린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한미 간 현재 분위기가 '나쁘지 않음'을 보여 준다.

靑·정부, NSC 상임위 개최 취소…李 대통령 기자회견에 주목

청와대와 정부가 이날 대미 투자 및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하기로 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전격 취소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NSC 상임위원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통위에서 NSC 상임위 개최 여부를 묻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열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NSC 상임위가 한국시간으로 18일 밤에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회담 전에 열리진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역시 대미 투자 및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출구' 쪽으로 이동하면서 청와대 차원의 '결단'이 필요 없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오전에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대미 투자에 사실상 합의했음을 언급하고, 이와 연계된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핵잠 및 한미 원자력 협정 논의 등의 추후 전망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오는 22일 뉴욕에서 개막하는 연례 유엔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유엔총회 계기 트럼프 대통령과의 '약식 회동' 등에 대해 직접 언급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