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추락하는 드론…'현대화' 추진 軍 '무인화 속도전' 시험대

16일 행사서 공개 시연 17건 중 6건 실패…인파 몰려 주파수 교란 추정
8월 해군 전투실험 이어 또 추락에 개발 지연 우려도 제기

관람객들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 전시된 다양한 무인기 등을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국방부가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해 마련한 공개 시연 행사에서 민간 업체들이 개발한 드론 여러 대가 추락하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주파수 간섭 등 개발 과정에서 테스트를 거치지 못한 운용 환경 변화가 추락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8월 해군의 공격용 무인기 전투 실험에 이어 또 한 번 공개 행사에서 무인기가 추락한 것이다. 공개적으로 우리 군의 기술적 역량을 선보이는 자리였음에도 설비, 통신 등 예상 가능한 변수조차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군의 무인 전력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향후 전장 환경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우수 기술을 군에 신속히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실증·시연 체계를 한층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성이 17일 제기된다.

공개 시연 17건 중 6건에서 무인기 '추락'…인파에 따른 주파수 교란 추정

국방부는 지난 16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을 처음으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국내 기업이 개발 중인 드론 및 대(對)드론 무기체계를 실제 군 훈련장에서 직접 테스트하고 검증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공개 시연엔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을 비롯한 24개 연구기관 및 방산업체가 참여해 고속 제트무인기, 직충돌 공격 드론, 인공지능(AI) 군집 드론 등을 선보였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수행된 시연 업무는 총 17건으로, 이중 이륙 직후 추락하거나 곤두박질치는 등 드론의 성능 이상이 확인된 시연은 총 6건이다. 다만 군이 실증부대를 통해 운용 중인 드론은 모두 시연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행사에서 추락한 드론은 아직 군에 도입되진 않았다는 뜻이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기업들 의견에 따르면 현장에서 주파수 교란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라며 "현장에 시민 등 많은 인파가 있었고, 민간 기업의 경우엔 민간 주파수를 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던 것 같다는 추정을 공유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부산 남방해상 마라도함에서 진행된 해군 자폭용 드론 해상운용 검증 전투실험에서 자폭용 드론이 목표물을 향해 발진한 후 바다에 추락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스1 윤일지 기자
해군 전투실험 이어 한 달도 안돼 또 추락…국방부 "시행착오 연연하지 않게 기회 확대"

군이 주최한 공개 시연 행사에서 드론이 추락한 것은 한 달 사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8월 25일, 1만 4000톤급 대형 수송함인 마라도함에서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공격용 드론의 첫 해상 전투실험에서도 중형 자폭드론 두 대가 이륙 수 초 만에 바다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행사는 국방부 기자단을 초청해 열린 시연행사였다.

당시 ADD는 드론을 탑재하는 발사관 좌측 개폐문의 결함을 사고 원인으로 꼽았는데, 이는 발사관을 육지에서 선상으로 옮겨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사고 모두 기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이 사고 자체를 우리 군의 전력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 군의 미래 역량을 언론과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선보이는 시연 행사를 앞두고 있었음에도 작전 환경에 대한 점검 및 검토, 개발실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보다 면밀한 기술 개발 과정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국방부는 지난 6월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을 발표하고 전군 드론 역량 강화 및 관련 인프라 확충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최근 한 달 사이 발생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책에 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인 점검 사항을 더 꼼꼼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방부는 근거리 정찰 드론, 소형 자폭 드론 등 저가형 드론을 2030년까지 약 2만 대 확보하고, 인공지능(AI) 군집드론 등 차세대 드론 전력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서 활약한 자폭 무인기 '루카스'(LUCAS)를 모델로 한 한국형 장거리 자폭 무인기 'K-루카스'도 전력화 시기를 2030년대 중반에서 2030년 이전으로 앞당기겠다고 공언했다.

국방부는 시연을 통해 기술적 한계와 불확실성을 식별하는 과정 자체도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앞으로 연구기관과 기업에게 이 같은 기회 제공을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대변인은 "실제 전장 환경은 주파수와 기상, 지형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실증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기술적 과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앞으로도 국내 드론·대드론 기업들이 개발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에 연연하지 않고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이번 실증은 시험장, 내부 실험실에서 시험하던 무기체계가 산악 지형, 주파수 간섭 상황 등에서 실증하게 된 첫 기회였다"라며 "무기체계가 실제와 가까운 환경에서 어떻게 운용될 것인지, 그 경우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식별하는 것 자체가 목표"라고 부연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