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무·천궁-II 만드는 한화 창원 공장…무인차량 전초기지로 확장
2030년까지 UGV 6종 구축…모하비 STOL로 하늘까지 무인화 확대
- 허고운 기자
(창원=뉴스1) 허고운 기자 = 경남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서 각종 지상무기체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발사관이 세워져 있었고, 다연장 유도무기 천무와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이 조립되는 모습도 보였다.
용접과 가공, 조립을 거쳐 하나의 무기체계가 완성되는 생산라인에서 작업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K200과 같은 비교적 작은 장갑차부터 K21 보병전투장갑차와 천무 같은 대형 차량까지 한 사업장에서 만들어진다. 포탑 조립과 체계시험을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공장 밖 시험장으로 이동하자 창원2사업장에서 생산하거나 개발에 참여하는 지상장비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K21을 시작으로 천무 발사대와 천궁-II,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이 힘차게 달렸다.
이어 운전병이 없는 궤도형 무인차량 테미스와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 등 미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들이 움직였다.
아리온스멧은 원격조정으로 속도를 높인 뒤 방향을 빠르게 전환했고, 곧이어 앞서 걷는 인원을 별도의 조작 없이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사람이 멈추면 차량도 멈췄다. 차량 상부의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는 기동하면서도 설정된 표적을 놓치지 않고 따라갔다. 차량에 짐을 실은 뒤 지정된 위치로 이동하는 모습도 시연했다.
지난 14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이 찾은 창원2사업장은 약 6만평 규모다. 1984년 설립됐으며 건물 55개 동과 약 1.5㎞ 길이의 주행시험장을 갖추고 있다. 등판·도섭·수상시험과 실내사격, 완성차 검사까지 이곳에서 진행된다.
이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방산의 대표적인 '다품종 소량생산' 기지다. 우리 군 최초 국산 장갑차 K200을 시작으로 K21 보병전투장갑차와 신형 화생방정찰차, 120㎜ 자주박격포, 천마와 비호복합, 차륜형 대공포 천호 등을 생산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K-방산 수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대표 제품인 천무는 적 장사정포 등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다연장 유도무기다. 두 개의 포드를 활용해 다양한 탄종을 혼합 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유연성이 특징이다. 천무는 중동에 이어 폴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크로아티아 등으로 수출국을 빠르게 늘렸다. 공개된 누적 수출액만 14조 원을 넘어섰다.
천궁-II의 발사대와 발사관도 창원2사업장에서 생산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와 함께 천궁-II 유도탄의 측추력기와 추진기관, 탄두, 신관 등을 생산한다. 천궁-II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에 수출됐고, L-SAM 발사대 역시 이곳에서 생산된다.
이제 창원2사업장은 지상무기 '무인화'의 전초기지로 변신하고 있다. 그 시작이 우리 군 최초 다목적무인차량으로 선정된 아리온스멧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일 방위사업청과 양산계약을 체결했고, 내년부터 육군과 해병대에 총 40대를 순차적으로 납품할 예정이다.
아리온스멧은 구조물과 배터리, 항법장치, 라이다, 원격통제장치 등을 공급하는 40여 개 협력사와 함께 생산된다. 주요 부품 국산화율은 98% 이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계획은 아리온스멧 한 종류에 그치지 않는다. 2030년까지 소형·중형·대형 무인지상차량(UGV) 공통플랫폼 6종을 구축할 예정이다. 10톤 미만 다목적무인차량과 20톤 미만 궤도형 로봇전투차량(T-RCV), 30톤급 대형 무인전투차량(H-UGV) 등이 포함된다.
궤도형 테미스를 한국 환경에 맞게 발전시킨 '테미스-K'와 중형급 T-RCV, 중동 수출 등을 겨냥한 차륜형 무인차량 등도 개발하고 있다. 대형 H-UGV에는 향후 40㎜ 또는 105㎜급 무장을 탑재해 경전차 역할 일부를 무인차량으로 대체하는 구상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유인 무기체계도 무인화 대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천무, 레드백 등을 사람이 탑승하거나 필요할 경우 무인으로 운용할 수 있는 선택적 유·무인체계로 발전시키고 있다.
회사 측은 플랫폼 분야의 유·무인 복합체계 기술이 이미 "7부 능선을 넘었다"라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지휘통제와 상황인식·임무할당 등을 결합한 전체 체계는 2030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의 핵심은 드론과 UGV, 장갑차·자주포 등 다양한 플랫폼을 AI 지휘체계와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위해 지휘차량이 파괴되더라도 다른 차량이나 후방 지휘소가 무인장비 통제를 이어받을 수 있는 '분산형 전투' 개념을 개발하고 있다.
AI가 모든 교전 결심까지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측은 영상 기반으로 적을 식별하더라도 실제 사격, 즉 '방아쇠를 당기는 행동'은 AI가 하지 않는다며 최종 공격 판단에 사람의 개입을 유지한다는 원칙도 밝혔다.
무인화 계획은 지상을 넘어 공중까지 아우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제너럴아토믹스(GA)와 대형 무인기 '모하비 STOL'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STOL은 단거리 이착륙 능력을 뜻한다. 대형 고정 활주로가 전시에는 우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짧은 활주로나 비포장 임시 활주로, 야지에서도 대형 무인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모하비 STOL은 약 100m 수준의 활주로에서 자동 이·착륙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감시·정찰 임무에서는 24시간 이상, 무장을 탑재한 상태에서도 최소 12시간 이상 임무 수행을 목표로 하며 1톤 이상의 탑재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7년 국내 생산 기반 구축과 선행투자를 진행하고 2028년 미 육군용 시제기 제작 과정에서 생산 협력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양산 단계에서는 전체 물량의 70% 이상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체계를 목표로 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한국군뿐 아니라 유럽·중동까지 약 600대 규모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 한화 측은 기체 판매와 유지·보수·정비(MRO), 후속 군수지원 등을 포함한 사업 기간 40년의 기대 매출을 약 53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동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S사업부장은 "최고의 생산체계 구축을 통해 대한민국 군과 우방국이 필요로 하는 무인차량의 안정적인 공급을 지원하고, 선제적으로 미래 전장에 대비한 국방 무인체계 선도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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