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급박한데… 이란 대사관 '페르시아어 구사 외교관' 0명

비영어권 재외공관 140곳 중 50곳 '현지어 구사 외교관' 부재
이란은 2021년부터 '0명'…캄보디아·필리핀·네팔도 없어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앞바다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사진을 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 ISNA통신이 보도했다. 2026.5.5. ⓒ AFP=뉴스1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격화하고 있지만 주이란 대한민국 대사관에 현지어인 페르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는 외교관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비영어권 재외공관 140곳 가운데 50곳에 현지어를 구사할 수 있는 외교관이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26곳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 13곳, 아프리카 9곳, 남아메리카 2곳 등이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안보 긴장이 고조된 중동 지역의 주요 공관에서도 현지어 구사 인력의 공백이 두드러졌다. 이란을 비롯해 이스라엘,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원유 수급과 안보 측면에서 중요성이 큰 국가에 주재하는 공관에도 현지어를 구사할 수 있는 외교관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이란 대사관의 경우 지난 2021년부터 페르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는 외교관이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주이란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무공무원들이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는 영어·일본어·프랑스어·스페인어·독일어 등이다.

중동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현지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현지어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 대사관의 페르시아어 구사 가능 전문 인력 부재는 현지 위기 관리시스템의 허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외국민 대상 사건·사고가 잇따른 국가에서도 현지어 구사 외교관의 부재가 확인됐다.

납치·감금 등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다수 발생한 캄보디아와 필리핀의 재외공관에도 현지어를 구사할 수 있는 외교관이 없었다. 최근 대홍수와 산사태로 한국인 9명이 실종된 네팔의 우리 대사관에도 현지어 구사 외교관이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상황일수록 현지어로 정보를 빠르게 읽어내고 긴밀히 소통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주이란 대사관에 현지어 구사 인력을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