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호르무즈 기여, 기술 지원도 가능" 파병 외 대안도 검토하나

성기홍 수석 "고민 있고 검토되고 있어"…구체적 설명은 피해
軍 조사단, 중동 현지 여건 점검 후 귀국…P-8·EOD·군수지원함 거론

대한민국 해군 해상초계기 P-8A.(공동취재) 2026.7.8 ⓒ 뉴스1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청와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에 대해 군 병력이나 장비를 보내는 파병 외에 기술적 지원 등 다른 방식의 기여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정부가 파병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하면서 최종 해법을 고심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10일 제기된다.

정부는 이날도 파병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군 현지 조사단을 중동에 파견하는 등 실제 기여 가능성에 대비한 실무 검토는 물밑에서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다양한 옵션" 거론하며 "기술적 지원도 가능하다" 언급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국익과 국민 공감대에 기반한 해법이 무엇인지 고민 중"이라며 "우리가 기여한다고 한다면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들을 검토해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특히 성 수석은 '파병 외에 어떤 선택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파병 옵션이 아니라면 기술적인 지원도 있을 수 있겠다"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와 정부가 파병 외에 다른 방안에 대한 시나리오도 수립 중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성 수석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적 지원'을 검토 중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 내에서 구체적인 기여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고 검토되고 있다"라고만 말했다.

성 수석은 프랑스의 사례를 들며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를 위한 국제사회 기여가 반드시 전투 참여나 군 병력 파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는 반대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여러 가지 옵션들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재차 설명했다.

전날에도 성 수석은 정부가 최종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며 실무 단계에서 논의 중인 내용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실제 결정된 것보다 파병 논의가 앞서가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종 결정은 NSC 등의 논의를 거쳐 대통령이 내리게 된다는 게 성 수석의 설명이다.

군은 일단 파병 결정이 내려질 경우에 대비한 여러 선택지를 검토 중이다. P-8A 해상초계기를 비롯해 해군 특수전전단 폭발물처리반(EOD), 군수지원함 등이 파병 후보 전력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모두 '비전투 전력'에 해당한다.

특히 한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 7월 말부터 호르무즈 해협 기여 문제를 놓고 양자 협의를 진행했고, 미측이 기뢰 제거와 정찰, 후방지원 등 분야별로 한국의 기여를 희망하는 전력을 제시했다. 구축함과 같은 직접적인 전투 전력보다는 정찰·기뢰대응·군수지원 등 비전투 임무에 '한국의 기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파병을 결정할 경우 거쳐야 할 국내적 절차를 위한 준비도 실무 차원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병력이나 전력을 해외에 새롭게 파견하려면 헌법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국에서의 파병이 아닌 현재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의 임무를 호르무즈 기여로 완전히 전환할 경우에도 기존 국회 파병동의안에 명시된 파병의 목적이 달라지는 만큼 새롭게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UAE 간 중동 현지 조사단 귀국…현지 정세·파병 여건 등 NSC에 결과 보고

이와 동시에 국방부가 최근 중동에 파견한 현지 조사단은 현지 정세와 안전 상황, 항만과 공항 등 우리 군 전력의 활동 여건을 파악하고 이날 귀국했다. UAE에는 미군의 중동 주요 거점 가운데 하나인 아부다비 알다프라 공군기지가 있고, 두바이 제벨알리항에는 미 해군 함정이 기항한다.

로이터통신도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안보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 UAE에 조사단을 보냈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군사적 기여를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을 뿐 군 전력 파견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도 현지 조사가 곧 파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파병을 전제로 한 조사단은 아니라는 것을 이미 몇 차례 설명드렸다"라고 말했다.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현지 조사단의 중동 방문이 반드시 파병을 전제로 한다거나 파병을 준비한다기보다는 전반적인 상황을 평가하고 검토하기 위한 단계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곧 보고서를 작성해 중동 현지 정세와 파병 여건 등에 대한 판단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와 종교계 정당 대표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르무즈 파병반대를 외치고 있다. 2026.9.9 ⓒ 뉴스1 이종덕 기자
美와 '양자 협력'·英佛 '다자 협력'에 비파병 지원까지…선택지는 여러 개

한국의 군사적 기여가 결정될 경우 미국과의 양자 협력 방식으로 파병할지, 다른 '국제 협력체'를 꾸릴지 여부도 쟁점이다. 미국은 국무부와 중부사령부를 중심으로 '해양자유구상'(MFC·Maritime Freedom Construct)을 추진해 왔다. MF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에 실시간 정보와 안전 지침을 제공하고 안전한 항행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조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지난 4월부터 각국에 참여를 요청해 왔다.

우리 정부도 MFC와 연계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선택지는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다국적 군사임무다. 영국과 프랑스는 지난 5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지원하고 상선 보호와 기뢰 제거 등을 수행하는 '독립적이고 엄격히 방어적인' 다국적 군사임무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한국도 당시 30여개국과 함께 이 임무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표명했다.

영국은 자율형 기뢰탐색 장비와 대드론체계, 타이푼 전투기, 구축함 HMS 드래곤 등을 향후 다국적 임무에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지난 7월엔 오만과 안전한 항행 여건을 마련하면서 상황이 허용되면 다국적 군사임무를 전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주도의 MFC와 영·프 주도 임무가 반드시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앞서 미국 측 구상이 영·프의 다국적 임무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상호 보완적 성격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여기에 이날 청와대가 '기술적 지원'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정부가 반드시 군 병력이나 전력을 현지에 파견하는 방식만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보다 분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과의 적절한 외교적 소통도 최종 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이란 외교부는 한국군이 걸프 지역에 군사적으로 참여할 경우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에 가담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경고성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한편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 파병을 요청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두희 차관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정부는 시기라든지 미국이라든지 이런 고려 요소보다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경제적 이익이라는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