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코브라헬기 추락 원인은 '기체 결함'…노후 헬기 도태에 속도

지난 2월 사고…동력축·압축기축 마찰·고착에 따른 엔진 정지로 헬기 추락
미르온 전력화 시기 조정 및 합참과 코브라 헬기 도태 시점 협의

지난 2월 9일 경기 가평군 조정면 현리 군 헬기(코브라 AH-1S)가 추락해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2026.2.9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육군은 지난 2월에 발생한 제5군단 소속 공격 헬기 코브라 헬기(AH-1S) 추락사고가 기체 결함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10일 밝혔다.

육군은 도입 30년이 넘은 사고 기종인 코브라 헬기의 노후화에 따라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만큼 합동참모본부와 조기 도태를 검토하는 한편, 대체전력인 소형무장헬기 '미르온'(LAH-1) 전력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방위사업청과 협의할 예정이다.

변순철 중앙사고조사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방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헬기는 지난 2월 9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가평 비행장에서 비상절차 숙달 이·착륙 훈련의 7회차 비행을 위해 이륙한 지 약 40여초 만에 엔진 정지로 동력을 잃고 비행장 인근 하천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고(故) 장희성 준위와 정상근 준위가 순직했다.

육군은 사고 발생 직후 민·관·군 합동 중앙안전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중앙조사위는 현장조사에서 추락 헬기 잔해 분포, 목격자 진술, 영상 등 사실 자료를 확보하고 항공기 계통별 검사 및 비행 상황 사실 확인, 물적·환경적·인적요인 분석을 진행했다.

조사위는 기내 녹음·녹화장치(MP-4), 조종사 위치 정보 휴대용 단말기(H-TAB)와 사고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우선 확보했다. MP-4는 사고로 일부 손상됐으나 육군수사단 과학수사센터에서 일부 복원을 통해 사고 당시 항공기 고도와 속도, 주회전날개 회전수 등을 확보했다.

영상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이륙 중이던 오전 11시 3분 17초에는 속도와 고도, 자세 모두 안정적이었으나 이륙 후 21초 뒤 연기와 함께 엔진이 정지됐다. 조종사의 과조작, 오조작이 없었지만 각종 계기 수치와 주회전날개 회전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엔진정지 12초 뒤 지면에 충돌했다.

변 위원장은 "이륙을 위한 상승비행 중에 주회전날개는 수평비행보다 공기 저항을 많이 받는다"면서 "이륙 중 엔진이 정지된 상황에서 주회전날개 회전수가 급격히 감소해 비상 상황 시 실시하는 자동 활공 착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사고 헬기 조종사들은 기체 추락에 따른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비상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위는 지역 주민으로부터 "나무 같은 곳에 떨어지면 살 수 있었을 것 같다. 폭발을 우려해 하천이 있는 곳으로 떨어진 것 같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정상적인 비행 방향을 유지하기보다 기수를 좌현으로 돌려 조정한 것이 방향 지시계 기록 등을 통해 확인됐다.

엔진 배기확산기 결함이 결정적 원인…엔진 정지로 이어졌다

조사위는 사고 원인이 '항공기 엔진 배기확산기 내부실린더 결함에 따른 엔진 정지'라고 지목했다.

변 위원장은 "사고 헬기 엔진은 'T53 터보샤프트 엔진'으로, 압축기축과 동력축이 상호 결합해 동력을 일으킨다"면서 "엔진 분석 결과 외부 이물질에 의한 손상은 없었고, 동력축과 압축기축이 마찰하면서 발생한 열에 의해 고착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압축기축과 동력축 회전이 멈추면서 엔진이 정지된 것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력축과 압축기축 고착에 의한 비행 중 엔진 정지는 전례가 없는 사고 유형"이라고 덧붙였다.

조사위는 엔진 정밀 분석을 위해 해당 엔진의 저작권을 보유한 미국 OZARK사의 품질 엔지니어를 직접 불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관과 합동 분석했고 추가로 손상 부품을 OZARK사와 분석업체 MELT사로 보내 정밀 분석도 진행했다.

조사위는 "정밀 분석 결과 엔진 후방 배기확산기 내부 실린더의 중심축이 정렬에서 벗어나 동력축 회전에 진동이 발생했다"면서 "비상절차 훈련을 위해 회전력(토크)을 낮춘 상태에서 동력축에 진동이 커지는 샤프트 월링(Shaft Whirling·줄넘기와 같이 원형궤적을 그리며 진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다시 토크를 높일 때 엔진 동력축 진동이 증가하면서 동력축과 압축기축이 마찰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찰에 의한 고열이 발생하면서 동력축 일부가 용융(녹아내리는 현상)되고 압축기축과 고착돼 회전이 멈추면서 엔진이 정지된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육군 관계자는 엔진 내부 실린더가 중심축을 벗어난 배경에 정비 과실이나 다른 원인이 있냐는 물음에 "엔진 저작권을 가진 OZARK사도 정확한 원인을 결론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30여년 간 운용하면서 장기간 피로 누적에 따라 진동과 열변화 등 다양한 환경요인이 누적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정비 이력을 모두 확인했으나 정비 과정에 문제는 없었고 엔진 진동 수치가 사고 헬기보다 높은 동일 기종 4대의 엔진을 추가 검사했으나 내부 실린더가 틀어지지 않았다"면서 "사전에 엔진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불가한 상황이라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육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OZARK사에 엔진 내부 실린더 중심축 이탈 원인 규명, 배기확산기 검사주기 재설정, 샤프트 월링 현상을 조종사가 인지할 수 있는 비행매뉴얼 추가 등 후속조치 권고사항을 통지했다. 아울러 일본,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 동일 기종을 사용하는 나라에도 안전문제와 권고사항을 통지할 것을 요청했다.

육군, 미르온 전력화 계획 조정…합참과 '노후' 코브라헬기 도태 협의

육군본부는 사고 기종인 코브라 헬기가 도입 30년이 넘어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만큼 합참과 협의해 도태 시기를 검토하고 대체전력인 미르온의 조기 전력화를 위해 방사청과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항공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항공사령부에서 담당하는 안전관리 기능·조직을 내년 4월까지 육군본부 전투준비안전단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당초 항공기 안전 진단은 항공사령부에서 항공사 예하 부대의 헬기 안전 진단을, 지상작전사령부와 제2작전사령부에서 각자 예하부대 보유 헬기 안전 진단을 통제하는 이원화된 구조였다. 이번 계획은 육군 항공기 안전 진단을 육군본부로 일원화해 사고 예방 및 안전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헬기와 무인기를 함께 운용하는 비행장에 대해 기존의 개별점검 방식을 유·무인기를 통합 점검하는 안전관리체계로 개선하고 국토교통부 등 외부기관을 통한 안전진단도 정례화할 방침이다.

항공사고 예방을 위해 비상 절차 등 사고 위험이 높은 고난도 훈련 과목은 비행훈련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우선 숙달할 수 있도록 권역별 비행훈련 시뮬레이터를 추가 도입하고 실비행을 보다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훈련 절차도 개선할 계획이다.

육군본부는 지난 3월부터 육군 비행장을 현장 확인해 비행안전에 직접 관련된 필수 개선 소요를 올해 예산으로 우선 조치하고, 이외 사항은 우선순위를 판단해 단계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정익 조종사에게 적용하는 연장 복무 장려수당을 회전익 조종사에게도 확대하기 위해 관계기관 검토를 진행 중이며 조종사와 정비 인력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인사·처우 개선도 추진 중이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