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푹푹, 구조대 서 있기도 힘들다"…네팔 실종자 수색 최악 조건

9명 실종 현장 지형 변화 탓 홍수 이전 위치 특정·접근 난관
식수·산소 전달 통로 확보도 난항…희생자 신원 확인 장기화

1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둔체 인근 한국인 수력발전소 직원들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위어댐 주변이 토사로 폐허가 돼 있다.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은 이날 위어댐과 파워하우스 일대를 수색했다. 2026.9.1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네팔 대홍수로 실종된 한국인 9명의 생존 소식이 일주일째 전해지지 않고 있다.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은 네팔군 당국의 협조를 얻어 수색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종자들의 소재를 확인할 단서조차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다.

수색에 어려움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이번 사고의 여파를 아직 해소하지 못하는 물리적 상황이다. 말이 홍수지 실제로는 고밀도의 진흙탕물이 계곡 지형을 따라 산 위에서 아래로 휩쓸고 지나가면서, 사고 현장은 여전히 아수라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색대의 현장 접근이 쉽지 않아 실종자들의 상태나 위치를 가늠하지 못하는 난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 진흙탕물이 쌓인 현장 대부분은 발이 푹푹 빠질 만큼 땅이 물러 수색대의 안전도 완전히 보장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때문에 실종된 한국인 9명이 어느 지점에서 실종됐는지, 진흙탕에 휩쓸렸다면 어디로 이동해 고립됐을지, 혹은 사고 현장 인근 안전지대가 있다면 어느 지점에 있는지 등을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신속대응팀은 물론 네팔 당국도 진흙탕에 휩쓸린 건물들이 원래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정확하게 짚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물 빠진 자리엔 220만 톤 진흙 잔해…고난도의 '흔적 찾기'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관문은 한국인 9명의 위치를 특정하는 일이다. 사고 전 좌표가 분명했던 위어댐과 파워하우스, 직원 캠프도 홍수로 휩쓸려 나간 건물과 뒤틀린 주변 지형을 채운 진흙으로 인해 현재는 네팔 당국도 쉽게 접근 및 수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고 현장 일부는 땅이 물러 직접 발을 딛고 들어가기 어렵다"며 "들어가면 발이 푹푹 빠지는 상황이어서 이런 지역은 헬기로 수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산 위에서 쏟아진 큰 물폭탄은 흘러갔지만 다량의 물을 머금은 진흙과 암석, 건물 파편은 현장에 뒤엉켜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번 홍수 피해 지역 전체에 쌓인 건물 잔해와 암석·퇴적물 등을 약 220만 톤으로 잠정 추산했다.

이를 치우거나 헤쳐 나가려면 현재로선 오로지 사람의 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종 당시 건물의 위치와 주변 지형이 사고 후에 상당히 달라져, 수색팀이 정확한 지점을 짚어내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라수와 지역의 라수와가디 수력발전소 수색에 참여한 드론 조종사 마니시 마하르잔은 AP통신에 "큰 터널이 튜브 속 치약과 같은 진흙으로 가득 차 있어 빈 공간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직선으로 건설된 터널 일부에는 드론의 진입이 가능하지만, 길이 굽거나 갈림길에서는 드론과 같은 장비를 투입해도 수색이 급격히 어려워진다고도 한다.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이 2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둔체 군 기지에서 실종자 수색을 위해 네팔군과 협의하고 있다. 2026.9.2 ⓒ 뉴스1 구윤성 기자
위치 찾아도 구조는 별개…식수·산소 전할 '생명 통로' 확보도 문제

이런 현장 상황은 수색대가 실종자의 위치를 특정한다 해도 그곳에 도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극적으로 실종자의 생존 신호를 확인하더라도 곧바로 생존을 위한 물자를 즉각 전달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큰 난제다.

재난 전문가들은 어떤 사고로 인해 고립된 사람의 생존 가능성은 깨끗한 식수와 숨 쉴 공기를 확보했는지, 부상자가 있는지, 구조 과정에서 물자를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등에 달렸다고 설명한다. 특히 제니퍼 호니 미국 델라웨어대 재난역학 교수는 AP통신에 안전하게 마실 물이 없다면 사흘을 훨씬 넘겨 버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지난 2023년 인도 히말라야 터널 붕괴 당시 근로자 41명이 17일 만에 구조된 사례도 있지만, 이들은 사고 직후 구조대에게 발견된 뒤 파이프로 물과 식량, 산소를 계속 공급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미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이번 사고와는 다른 측면이 강하다.

수습 뒤에도 끝나지 않을 수색…'신원 확인'

현재 네팔 당국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숙제는 사고 현장에서 발견한 희생자의 신원 확인이다.

카트만두포스트가 지난달 30일 보도한 집계에 따르면 당시 수습된 희생자 669명 가운데 유족이 신원을 확인한 사람은 20명에 그쳤다. 물살에 시신과 잔해가 뒤섞여 멀리 떠내려간 데다 영안실과 임시 안치소마저 포화 상태여서 확인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 사고 지점에서 160㎞ 넘게 떨어진 바랏푸르의 임시 영안실에 270구가 안치돼 있지만 거의 모두 신원 미확인 상태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수습을 돕던 아닐 타파 경관은 NYT에 "매일 15∼20구가 새로 발견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몇 달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팔 당국은 희생자를 찾은 뒤 사진과 신체적 특징을 기록하고 지문·치과 자료와 DNA를 확보한 뒤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해 관리하고 있다. 네팔 경찰은 실종자의 부모·자녀 등 직계 혈족에게 DNA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며, 해외 거주 가족도 현지에서 검사받은 결과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소지품이나 신체적 특징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DNA 대조를 기다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수색·구조 활동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신속대응팀 관계자는 "정해진 기한 여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우리 국민의 무사 귀환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