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스텔스의 적 '진동'을 잡아라…軍, 흡진 '메타물질' 적용 연구

함정 내 진동에너지 전달 경로 분석 후 '음향블랙홀' 적용 연구
음향블랙홀, 진동에너지→열에너지 바꾸는 흡진 인공구조물

해군에서 운용 중인 3000톤급 잠수함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SS-Ⅲ). 2026.3.25 ⓒ 뉴스1 윤일지 기자 (해군잠수함사령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해군에는 '음탐'이라는 주특기가 있다. 음파를 이용해 잠수함과 기뢰를 식별하는 특기로, 수중음향탐지(소나·SONAR) 기술로 빛과 전파가 잘 통하지 않는 해저에서 미세한 파동을 감지해 적의 위치를 탐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소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작은 진동조차 적에게 위치를 노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군이 잠수함 등 함정의 스텔스 성능을 높이기 위해 소음과 진동을 잡아줄 '메타물질' 기술 도입 연구에 나섰다.

24일 군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잠수함 등 함정 스텔스 성능 강화를 위한 소음·진동 저감대책(메타물질 기술) 적용 방안 연구'를 용역 발주하고 연구 수행 기관을 모집하고 있다.

방사청은 "최근 대잠전 기술 고도화로 함정의 음향 스텔스 성능이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가 됐다"면서 "특히 함정 내부의 다양한 기계류에서 발생하는 진동에너지와 배관을 통한 유동 소음 등이 복잡한 선체 구조물을 타고 외부로 방사돼 적의 탐지 표적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함정 내 주요 소음·진동 발생원에서 선체 외부로 나가는 진동 에너지의 전달 경로를 정밀 분석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메타물질 등을 활용한 대책을 적용하면 수중소음방사를 저감할 수 있다"며 "함정의 수중방사소음을 획기적으로 저감하는 미래형 국방 기술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소나 기술은 탐지기에서 발사한 음파가 사물에 부딪혀 돌아오는 주기와 진폭 등으로 적의 위치와 이격거리를 파악하는 '능동소나'와, 엔진이나 스크루에서 나오는 소음을 포착하는 '수동소나'로 나뉜다.

잠수함 음파 탐지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능동소나가 발사하는 음파를 흡수하는 음향 타일을 잠수함 외부에 부착하거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잠수함 외형을 조정하는 방안, 또는 선체 밖으로 나가는 소음을 함 내에서 흡수하는 방안이 있다.

방사청의 이번 연구는 함 내 소음이 외부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요 소음원의 진동이 어떤 경로로 선체 밖까지 전달되는지를 분석하고, 메타물질을 이용해 이를 흡수하는 기술을 찾겠다는 것이다.

메타물질은 파동이 매질의 특성에 따라 반사와 굴절하는 성질을 활용해 특정 영역의 파동을 흡수, 증폭하는 인공구조물이다. 음파를 흡수하는 메타물질은 공기나 가스가 드나드는 파이프 소음, 전기자동차 노면소음, 산업시설 소음 저감 기술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후방 센서, 자율주행차량 거리감지 센서 기술도 메타물질 기술의 일부다.

방사청은 우선 소음·진동 저감 메타물질 기술 현황을 조사한 뒤 함정에 적용할 만한 기술 무엇이 있는지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함정 탑재 장비 가운데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는 장비의 진동 에너지 전달 경로를 분석하는 방법도 제시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진동에너지의 전달을 막는 '음향블랙홀'의 설계 방안도 연구 대상에 포함됐다. 음향블랙홀은 진동 에너지를 국소 부위로 모이게 해 열에너지로 전환·발산하도록 하는 메타물질이다. 블랙홀처럼 파동이 되돌아 나오지 못한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방사청은 음향블랙홀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시제품을 직접 제작하고, 이를 통해 소음과 진동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측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이 기술을 실제 함정에 적용했을 때 기대되는 효과도 분석해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