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반토막' 한미 연합연습…연합방위태세·전작권 전환에 '빨간불'
전문가 "우리 군 지휘 역량 축적 지연될 것" 비판
'동맹 사이 균열' 北에 잘못된 메시지 발신 우려도 제기
- 김예원 기자,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김기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한미 하반기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lchi Freedom Shield·UFS)가 반토막 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북핵 고도화와 북중러 밀착 등 잦은 정세 변화에 대한 연합방위태세 역량 축적 저하 우려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전에 합의된 군사 연습이 미국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셈법에 흔들리게 되면 북한을 포함해 주변국에 한미 동맹의 균열이라는 '오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미국 측의 제안'에 따라 UFS를 오는 21일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연습 축소 지시가 나온 뒤 이틀 만에 나온 결정이다. 합참은 '축소'된 훈련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한미는 예정된 연습의 절반만 이행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는 올해 UFS에서 북한의 공격 상황을 상정해 이를 방어하는 연습(1부)을 17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하고, 22일부터 27일까지 '반격 연습'(2부)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습 기간의 축소로 인해 반격 연습은 전면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시뮬레이션 중심의 지휘소연습(CPX)과 실제 병력이 투입되는 실기동훈련(FTX)에 모두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합참 발표 직후 미 전쟁부(국방부) 역시 "UFS 연습을 상당 부분 축소했다"라며 "실기동훈련이 축소됐으며 일부 훈련은 취소되거나 시뮬레이션으로 전환됐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조정에도 필수 대비태세와 훈련 목표는 유지되며 미국의 훈련 목표 저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훈련이 반복·고도화할수록 억제력이 커지는 군사 훈련의 특성상, 이번 축소 조치가 실제적인 연합방위 태세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습이 정확하게 반토막 나면서 온전한 훈련의 효과가 나지 못하는, 사실상의 파행이라는 뜻에서다.
이번 연습과 연계해 계획된 대대급 이상 연합 FTX '워리어실드(WS)'는 총 14건으로, 이미 지난해(대대급 이상 17건, 중대급 이상 22건) 규모에 미치지 못했던 상황이다. 이마저도 더 축소되면서 실전적 방위태세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북한이 '남북 두 국가' 선언 이후 핵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군사 전략을 선보이는 상황에서 한미도 이에 대응하는 새 전략을 점검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공백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연합연습은 유사시 한미 양국 군이 지휘·통제, 정보공유, 증원 전력 전개 등을 숙달하는 핵심 과정"이라며 "군 인력은 주기적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작전 절차를 맞추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훈련 기회가 줄어들면 위기관리 능력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 예비역 중장은 "하반기 연합연습은 정부와 군이 전시 전환 절차를 검증하며 임무를 숙달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며 "종합 훈련이 무산되면 대체 훈련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미 측이 축소하더라도 한국군 단독 훈련은 차질 없이 이어가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특히 올해 UFS는 전작권 전환을 앞두고 한국군의 지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훈련 축소의 파장이 더욱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작권 전환 검증은 총 3단계인 최초작전운용능력(IOC)과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거쳐 진행되며, 정부는 연합연습을 통해 한국군의 지휘 역량을 입증, 올해 FOC 검증을 마무리한 뒤 목표 전환 연도를 연내 확정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훈련 규모가 반토막 나면서 평가 자체가 유예되거나 뒤로 밀리는 등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방산안보실장(전 합참 공보실장)은 "연합연습은 북한의 전면전 도발 시 한미 동맹의 대응과 더불어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의 전쟁 지휘 역량을 숙달하는 과정"이라며 "핵심 절차 중 하나가 사라지면서 우리 군 스스로 역량을 축적하는 일정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방부는 이날 "이번 UFS 연습기간에 계획된 한미 공동평가를 정상적으로 시행했다"라고 설명하며 연합연습의 축소가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 및 동맹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한미 연합연습 축소·중단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도 한미 연합연습을 "도발적인 워(War) 게임"이라고 부르며 이를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때문에 그해 8월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이 개시 28년 만에 중단됐으며, 이듬해인 2019년 3월에는 또 다른 대규모 한미 연합연습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도 폐지됐다. 이후 연합연습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의 지휘소연습 위주로 축소되다 2022년 8월 현재의 '을지 자유의 방패'(UFS)로 재탄생해 지금까지 이어졌다. 일각에선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감축 지시가 2018년의 상황 재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적으로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친분'과 '훈련 비용 절감'을 축소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한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불만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대미 투자 이행 지연, 쿠팡 규제 이슈, 이란 사태 관련 군사적 동참 거부 등 그간 쌓인 불만을 연합훈련 축소라는 지렛대로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동맹 간 사전 합의된 군사 연습이 한 쪽의 일방적 결정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이 지속될 경우 북한 등 주변국에 동맹 균열이라는 왜곡된 메시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상용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북한과 적대 관계가 아닌 미국이 왜 유사시 한국을 지원해야 하느냐는 거래주의적 접근 방식을 또 한 번 드러낸 것"이라며 "연합연습의 감축은 미국이 한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외부로 전달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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