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北에 손짓·왕이는 서울로…한반도 대화 시계 빨라지나
트럼프 유화책에 中외교사령탑 이번 주 방한
평화체제 전환에 4자 대화 구상 추진…北은 침묵·러시아 밀착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한반도 대화 시계가 다시 움직일 조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체제 전환'을 제안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하며 북한에 손을 내밀었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도 이번 주로 임박했다.
다만 정작 열쇠를 쥔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을 과시하며 침묵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건설적 역할'을 얼마나 해줄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의 손짓에 호응할지가 향방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17일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제가 북한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미국이 오래전부터 한국과의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하기로 동의했다는 사실에 불만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라고 적었다.
북한은 지난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UFS를 '침략 전쟁 시연'으로 규정하고 "힘의 대치 국면에서 우리의 대적 입장은 보다 명백히 표현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훈련 기간 맞대응 차원의 무력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까지 제기되던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전격적인 유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매우 좋은 관계'를 훈련 축소의 배경으로 직접 거론한 만큼, 교착 상태인 북미 대화를 다시 궤도에 올리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발표하는 등 한미 간 군사훈련을 북미 대화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7년 전 판문점 회동 당시 찍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게재하며 유화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그는 "김정은과 나는 사이가 좋다"라며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반등과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전쟁의 장기화 여파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상태다.
이에 과거 자신의 대표적인 외교 성과로 내세워 온 북미정상회담을 중간선거 전후로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기에 이번 주 중으로 예상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방한 또한 한반도 정세의 또다른 변수로 꼽힌다. 전통적인 '혈맹'인 북한과 중국은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김 총비서의 정상회담 이후 밀착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지속해서 요청해 왔다. 이번 방한에서도 북한의 최근 대외정책 기조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중국 측의 의견을 듣고, 대화 재개를 위한 역할을 중국 측에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움직임에 우리 정부 또한 대화 재개를 위한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종전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논의'를 공식 제안하고, 우리의 역할을 '페이스메이커이자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 규정했다.
남북관계 진전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페이스메이커'로서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소통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통일부도 9월 유엔총회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제 무대를 활용한 한국·북한·미국·중국 참여 '4자 대화'를 추진 중이다. 향후 한미·한중 간 연쇄 협의를 통해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는 것이 정부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다만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아래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대화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이 대통령의 경축사 및 대북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와의 밀착 행보를 적극 부각하는 등 대남 메시지를 사실상 배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남북관계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는 의견도 있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데다, 한미 양측도 함께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동시 행동' 원칙을 강조해 왔다.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미국이 한국을 건너뛰고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코리아 패싱'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 협상에 응하고 북미 대화가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으로 흐를 경우, 한국이 한반도 안보 논의에서 배제되고 우리의 안보 위협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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