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강하고, 美와 함께'…콜비의 '동등한 파트너'의 조건[한반도 GPS]

전작권 전환, 늘어난 책임만큼 결정권도 커져야 하는 이유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2026.2.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보호국(protectorates)이 아니라 파트너(partners)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전쟁부(국방부) 정책차관이 지난 1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설명하며 내놓은 말입니다. 미국이 동맹국에 국방비를 더 쓰라고 요구하는 것은 미국의 '이탈'이 아니라, 오히려 동맹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설명도 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반가운 말입니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보호국'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갖춘 '동등한 파트너'가 되자는 얘기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콜비 차관이 그린 '파트너'의 모습은 조금 복잡합니다.

동맹국은 스스로를 지킬 군사력을 키우고 국방비도 늘려야 합니다. 동시에 그 군사력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더욱 촘촘하게 연결돼야 합니다. 더 강해져야 하지만, 그것이 곧 전략적 독립을 뜻하는 것은 아닌 셈입니다.

콜비 차관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물러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전진배치 태세와 실제 전투력을 강화하고, 상대가 단기간에 군사적 '기정사실화' 전략을 펼치지 못하도록 '거부 방어'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정사실화 전략은 힘으로 바꾼 일부 상황을 전체 상황이 바뀐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전략으로, 콜비 차관은 대만 문제를 대하는 중국과, '핵보유국'을 추구하는 북한의 전략을 상정해 이같은 언급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맹의 성과를 판단하는 잣대도 정상회의를 몇 차례 열었는지, 얼마나 거창한 공동성명을 냈는지가 아니라 실제 전투력에 뒀습니다. 전력 배치와 군사 준비태세, 방위산업 기반, 상호운용성처럼 실제 전쟁에서 작동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콜비식 동맹론을 요약하면 이제 미국이 바라는 동맹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되, 미국과 함께 싸울 수 있도록 더 긴밀하게 연결된 동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콜비 차관은 지난 1월 서울을 찾아 한국이 더 큰 방위 책임을 맡는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당시 그의 발언은 주로 '한국은 북한 억제를 더 맡고 미국은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는 것 아니냐'라는 측면에서만 해석됐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를 곱씹다 보면, 콜비 차관의 구상이 그렇데 단순하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한국이 더 많이 책임지게 되면, 그만큼 더 많이 결정할 수도 있을까요.

전작권 전환, 韓과 美는 같은 곳을 바라보나

이재명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올해 하반기 전작권 전환 로드맵 완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래연합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과 전작권 전환의 시기를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17일 시작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에서도 관련 평가가 진행됩니다.

한국에서 전작권 전환은 오랫동안 한국군 주도의 방위에 따른 '군사주권 회복'이라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이는 우리 군이 더 강해져야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를 콜비식 동맹론의 시각으로 보면, 전작권 전환을 보는 한미의 이익이 합치하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한미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군이 미래연합사를 주도하고 북한의 재래식 위협 대응을 더 많이 맡게 되면, 우리는 '한국군 주도의 방위'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다. 또 미국 입장에선 바라는대로 동맹국이 자국 방위를 더 책임지는 구조가 됩니다.

그런데 '군사주권 회복'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더 많이 주도한다고 해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도 커진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전작권이 전환된 뒤에도 한미연합방위체제는 유지되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의 확장억제 역시 한국 안보의 핵심 축으로 남을 것입니다.

콜비 차관 역시 동맹국의 '군사적 독립'보다는 강한 동맹국의 전력을 미국의 역내 전략과 결합하는 방향을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동맹은 역설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군은 전보다 더 많은 작전 책임을 갖고 더 강해질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과 군사적으로 더 긴밀하게, 좀 더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밀접하게 연결돼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등 중국과 관련한 역내 긴장이 높아질 경우 주한미군의 역할은 어디까지 확대될지, 여기서 한국군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어느 수준까지 결합할 수 있을 것이냐는 큰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쉽게 말해 미국이 함께 중국과 군사적으로 맞서자고 할 경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콜비 차관이 말한 '보호국이 아닌 파트너'는 중요한 표현입니다. 보호국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비용을 더 부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전력을 준비하고, 더 많은 방위 책임과 위험을 떠맡는 일입니다. 더 중요하고 많은 결정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전작권 전환은 이제 '언제 가져올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서 다른 관점과 철학을 반영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전환 이후 한국이 무엇을 더 책임지고, 무엇을 더 결정하게 되는지를 미리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미국이 말하는 '파트너 한국'과 우리가 생각하는 '주도하는 한국'이 과연 같은 모습일지, 그림을 그려봐야 할 것입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