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다음 주 방한…북중 밀착 속 한반도·국제 정세 논의

5년 만에 방한…李 대통령 예방·조현 장관과 회담
비핵화 빠진 북중 회담…정부, 대화 복귀 위한 中 역할 요청할 듯

왕이 중국 외교부장. 2026.5.27 ⓒ 신화=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는 19~20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두고 한중 양국은 현재 주요 의제와 세부 일정을 막판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이번 방한이 성사되면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과 한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 외교안보 분야 최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찾는 첫 사례가 된다. 왕 부장이 한중 양자 간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는 것은 2021년 9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왕 부장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양국 관계와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대만 문제, 중동 정세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하는 일정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에서는 지난 1월 한중 정상회담의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와 경제·문화 협력, 인적 교류 확대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의 방한은 올해 상반기에도 추진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그사이 왕 부장이 지난 4월 방북한 데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6월 북한을 찾으면서 북중 고위급 교류가 먼저 복원됐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방한을 최근 북한 쪽으로 기울었던 중국의 외교적 무게중심을 다시 한국과 맞추려는 '균형외교'의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한반도에서 북한과 한국 사이 일종의 균형외교를 해왔다"며 "최근 북중 고위급 교류로 북한 쪽에 무게가 실린 만큼, 왕 부장의 방한은 이제 한국과도 균형을 맞추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에선 관전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관전 포인트다. 지난 6월 북중 정상회담 발표에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중국이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존 원칙까지 포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중국 역시 북한의 핵무장을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지만, 북중 관계 관리를 위해 이를 공개적으로 강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왕 부장이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의 비핵화'라는 입장을 명확하게 재확인하기보다는 한반도의 평화·안정과 정치적 해결 필요성 등 원론적인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비핵화 원칙을 보다 분명히 표명하고 북한의 대화 복귀에 역할을 해달라고 중국 측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사실상 국제사회의 대북 비핵화 공조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중국마저 이에 가세하면 국제사회의 비핵화 동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담 이후 양측 발표문에 비핵화가 어떤 수준으로 담길지도 주목된다. 중국 측 발표에 비핵화가 명시된다면 북중 밀착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반도 관련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은 대만 문제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미일 외교장관들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만큼 한국 측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내 중국 측 구조물 문제와 한중 해상경계 획정,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등 해양 현안도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1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구조물 3기 가운데 1기를 PMZ 밖으로 옮겼지만 나머지 2기는 여전히 구역 안에 두고 있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이 대통령의 참석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방한이 9월 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지는 만큼 미·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 등 주요 국제 현안을 놓고 양국 간 전략적 소통도 이뤄질 전망이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