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통일부의 '4자 대화' 구상 등에 "이상주의적" 정면 반박
"통일부 업무보고, 합의 안 거쳐"…러 동방경제포럼도 참여도 "아직"
- 한상희 기자,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윤주현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은 5일 통일부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4자 대화(미국·중국·한국·북한)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구상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희망"이자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특히 조 장관은 통일부 업무보고의 상당 부분이 정부 내 논의와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고도 밝히면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부처 간 온도차가 공개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교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통일부가 하반기에 열리는 유엔총회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통일부에서 오늘 보고드린 것은 이상주의적인, '어떻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항상 현실주의적인 접근을 하는 외교부로서는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그것은 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통일부가 제시한 '4자 대화 동력 확보' 구상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며 "아직 조율되지 않은 그런 방법 중에 하나"라고 언급했다.
조 장관은 "우리가 과거 6자회담(미·중·러·일·남·북)도 있었고 3자도 4자도 있고, 3자도 composition(구성)에 따라 다 다르다"며 "아직 그런 단계에 오지 않았는데 먼저 4자 대화를 얘기한 것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이상적인 말씀인 한 거니까 여러분들께서 '디스카운트'(감안을)를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통일부 업무보고 내용이 정부 내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오늘 보고된 통일부 안을 보면 많은 부분이 논의와 합의를 거친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보고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보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정 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은 괜찮지만, 보고했다고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을 거론하며 "그 말의 함의가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통일부의 구상에 대한 구체적인 부처 간 협의 계획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은 없다"며 "그 이슈가 제기되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나 상임위 전에라도 관련 부처 간에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제시한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플러스(+)' 구상 역시 정부 차원에서 합의된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작년에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설명해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고, 지난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만찬 시에 대통령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제시한 바 있다. 그 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피스메이커'가 되면 한국이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밝힌 것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차원의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플러스(+)' 구상을 추진하겠다고 이날 보고했다.
정 장관이 오는 9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정부 대표단의 참석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거리를 뒀다.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가 심혈을 기울이는 행사로, 플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매년 참석해 왔다. 올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참석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조 장관은 "매년 그렇듯이 러시아 측과 행사나 외교적 초청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 그것은 외교부의 몫"이라며 "통일부 장관이 북한과 연계를 시키기 때문에 보고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처럼 통일부 구상에 선을 그으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은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오는 9월) 유엔총회 계기에 북한과 직접 대면할 기회가 있을지 아직 불확실하다"며 "지금까지 북한의 태도로 봐서는 그런 기회를 회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의 교착 상태를 어떻게 해서든 풀어보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유엔총회와 가을 APEC 등의 계기를 놓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곧 방한하게 되면 북한과 관련해 분명히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북한 문제가)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최우선 의제로 삼고 왕이 부장과 이야기를 나눠가겠다"라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오는 19일 방한이 유력하다.
이 밖에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대북 대화 주선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인도네시아 측이 시도해 봤지만 북한은 일관되게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 모양"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제기한 북한군의 러시아 추가 파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우려와 사안의 중요성을 가지고 매우 엄중한 시각으로 상황의 전개를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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