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 외교'로 거리 좁힌 스틸 대사…이번 주 공식 업무 개시
주말에 광화문·남대문·영락교회 다니며 시민들과 만나…'한국계' 부각
이르면 4일 신임장 제출·조현 외교 면담…쿠팡·대미투자 등 현안 조율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공식 외교 활동 개시에 앞서 광화문광장과 남대문시장, 영락교회를 잇달아 찾으며 시민들과 만났다. 스틸 대사는 친근한 모습으로 시민들과 인사하며 한국 사회와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한국계 정체성과 유창한 한국어를 자산으로 부임 초반 우호적인 인상을 쌓으려는 '스킨십 외교'로 풀이된다.
3일 외교가에 따르면 스틸 대사는 이르면 4일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조현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면서 공식 활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스틸 대사는 지난달 30일 부임한 뒤 주말을 포함해 나흘간 서울의 상징적 장소들을 잇달아 찾았다. 부임 당일 영락교회를 방문했고, 31일에는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1일에는 남대문시장을 찾은 데 이어 2일에는 남편 숀 스틸 변호사와 다시 영락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스틸 대사는 남대문시장에서는 직접 환전하고 호떡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등 거리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상인들에게 "안녕하세요",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했고, 한 할머니 상인에게는 "저도 할머니예요. 손주가 넷이에요"라고 답하며 포옹하기도 했다.
시장 방문 뒤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린 글에서도 한국어를 영어보다 앞세웠다. 스틸 대사는 "오랜만에 다시 찾은 남대문시장에서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며 "많은 것이 변했지만 따뜻한 정과 활기, 정겨운 풍경은 기억 속 모습 그대로였다"라고 밝혔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자신의 '한국인' 정체성을 한껏 부각한 것이다.
두 차례 찾은 영락교회는 스틸 대사의 가족사와 맞닿은 장소다. 북한에서 월남한 스틸 대사의 부모도 이 교회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사 측은 개인적인 종교 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자신의 뿌리와 한국과의 인연을 자연스럽게 부각하는 행보로 스틸 대사가 한국에 우호적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스틸 대사는 성 김 전 대사에 이은 두 번째 한국계 주한미국대사이자 첫 한국계 여성 대사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입국 직후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라고 한국어로 인사했다. 한국과의 친밀감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정부를 대표해 자국의 국익을 대변하겠다는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 전임 대사들이 입국 직후 신임장 사본 제출 등 공식 절차부터 밟았던 것과 비교해도 대민 접촉 시점이 빠르다. 문재인 정부 때의 해리 해리스 전 대사와 윤석열 정부 때의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는 입국 이틀 뒤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반면 스틸 대사는 공식 업무 개시에 앞서 시장과 광장, 교회를 찾으며 시민들과의 접촉면부터 넓혔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스틸 대사가 한미 관계에 대한 한국 내 분위기가 녹록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겠느냐"며 "한국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민 교수는 미국이 원하는 성과를 내려면 한국과의 원활한 관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틸 대사는 이르면 4일 강상욱 외교부 의전장에게 신임장 사본을 제출한 뒤 조현 장관과 면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에게 신임장 정본을 제정하면 부임 절차를 모두 마치게 된다.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 이임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주한미국대사를 통한 한미 간 상시 고위급 소통 채널도 재가동된다. 그동안 정부와 대사관은 대사대리 체제로 실무 소통을 이어왔지만 상시 소통을 통해 양국의 입장을 긴밀하게 조율하고 대통령과 국무부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대사급 창구가 복원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 스틸 대사는 한국의 대미 투자 후속 이행과 한미 안보협의, 쿠팡 문제 등 민감한 현안 조율에 곧바로 나설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인 3500억 달러(약 50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에 따라 정부가 구상 중인 1차 프로젝트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로 비화한 쿠팡 문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안보협의는 상호 연계된 현안이다.
정부는 대미 투자 1차 프로젝트를 8~9월 중에 확정할 예정이다. 외교가에서는 1차 프로젝트 확정과 더불어 한미가 쿠팡 문제를 '사실상 종결'하고 핵잠 및 원자력 협정 개정 협의도 속도가 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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