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병력 파견, '기뢰 제거'에 초점…교전 중단 후 여건 검토
다국적 임무단 참여에 무게…소해함 파견 등 검토
美-이란 휴전 복원·오만-이란 공동관리 합의 등이 관건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를 위해 군 자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초계함 등 여러 전력의 파견이 거론되고 있으나 정부는 소해함 파견을 비교적 우선순위에 놓고 검토 및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31일 전해졌다.
다만 정부는 우리 군 전력의 파견을 위해서는 선명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을 공동 관리하기 위한 이란과 오만의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돼 해협의 상황이 물리적인 '기뢰 제거'가 가능한 수순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이 완연한 '정상화 단계'로 넘어가야 전력 파견이 가능하며, 가급적 '다국적 임무단'에 참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실질적 기여 방안을 논의하면서 초계함와 구축함, 소해함(기뢰제거함) 등 파견 가능한 군 자산과 임무 수행 여건을 두루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공격용 자산으로 볼 수 있는 구축함의 파견은 사실상 안건에서 제외됐고, 순찰·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초계함과 기뢰 제거용 소해함을 실현 가능한 선택지로 상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해함은 바다에 설치된 기뢰를 탐지·제거해 선박이 안전하게 통과할 항로를 확보하는 군함이다. 다만 소해함은 규모가 작고 속력이 느려 호르무즈 해협까지 직접 전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는 이동 방법과 임무 수행 능력, 한반도 대비태세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구체적인 파견 방식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군 자산 파견은 우리 정부가 상정한 '4단계 기여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정부는 병력과 군 자산을 해외에 파견할 경우 국회 동의 등 국내법상 절차도 밟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는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 제반 요인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관건은 실제 파견이 가능한 여건이 언제 마련되느냐다. 정부는 현재와 같이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심화한 상황에선 군 전력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의 공동 관리와 자유 통항에 최종 합의하고, 이란이 제3국 군 자산의 해협 진입을 받아들여야 전력 파견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건이 충족돼야 다국적 임무단이 기뢰 제거에 착수하고 상선 운항도 정상화돼 '평화적 기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단된 듯했던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재개됐다는 점이다. 미군은 이란의 요르단 내 미군기지 공격에 대응해 엿새 만에 이란 공습을 재개했고, 이란도 요르단과 쿠웨이트 내 미군기지를 잇달아 공격했다. 전선이 홍해와 지중해 일대로 확대되면서 당분간 '휴전 복원'은 쉽지 않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전 중단과 함께 충족돼야 할 또 다른 전제는 오만·이란의 합의다. 양국은 북측 항로는 이란이, 남측 항로는 오만이 각각 관리하면서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하는 공동 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양국 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지만 이란이 추가 조건을 요구하고 있어 타협 여부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오만 측 항로라 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에 제3국 군 자산이 진입하는 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이란의 충돌이 완전히 멈추고, 오만과 이란의 협상이 잘 풀리면 영국·프랑스 등이 주도하는 다국적 임무단이 해협에 진입해 기뢰를 제거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면 독자적인 군사 임무를 수행하기보다는 미국 혹은 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다국적 임무단에 참여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과 영국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적 운항을 보호할 다국적 연합체 창설을 논의하기 위해 군 당국 간 고위급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미·이란의 충돌 격화로 이를 연기하는 등 해협의 안전 여건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프랑스 등 관련국과 호르무즈 해협 기여 방안을 놓고 꾸준히 소통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월 50여 개국이 참여한 화상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의 약 70%를 수입하는 핵심 이해 당사국"이라며 해협 내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이번 검토 역시 '새로운 것'이 아니라 중동전쟁 발발 이후 이어져 온 국제적 논의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정부의 현재 준비가 실제 파견을 구체적으로 준비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국제사회에, 특히 쿠팡과 대미 투자, 원자력 협력 등 양자 현안이 산적한 미국에 한국도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에 관여할 의지와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성격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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