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내란 가담"·특검은 "무혐의"…중징계 군인 억울해도 구제 어렵다
국방부서 중징계 받은 장성들…내란특검·종합특검서 속속 불기소 처분
명예회복 방법은 항고·행정소송 뿐…심리적 부담·비용은 본인 몫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3대 특검(순직해병·내란·김건희 특검) 잔여 사건 수사를 이어가는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돼 중징계를 받은 군 관계자들에게 연이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그간 국방부가 내린 징계 처분에 대한 정당성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법조계와 군 안팎에서는 '내란 청산'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 국방부가 수사와 재판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무리하게 징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종합특검팀은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된 주성운 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예비역 대장)을 최근 불기소 처분했다. 주 전 사령관은 당초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국방부는 육군 제1군단장이었던 주 전 사령관이 계엄 당일 예하 부대장인 구삼회 전 육군 제2기갑여단장(준장)과 통화하면서 그에게 부대 복귀를 지시하지 않은 것이 지휘관으로서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여단장은 '부정선거설'을 수사하기 위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산하 제2수사단장에 내정된 인물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 주 전 사령관에게 계엄 연루 혐의가 확인됐다며 그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어 국방부는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고 주 전 사령관에 대해 성실의무 위반을 적용해 정직 2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주 전 사령관은 일정 기간 이상 보직을 받지 못한 장성을 자동으로 전역 조치하는 규정에 따라 지난 14일 전역 조치됐다.
하지만 종합특검은 "주 전 사령관이 계엄 당시 부하에게 복귀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다"라고 설명했다. 종합특검은 주 전 사령관의 성실의무 위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징계와 특검의 판단이 엇갈린 사례는 이달 초에도 있었다.
종합특검은 이달 2일 김명수 전 합동참모의장, 정진팔 전 합참차장, 이재식 전 합참 전비태세겸열과장, 김흥준 전 육군본부 정책실장을 형법상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 같은 혐의를 받아 역시 징계 대상이 된 강동길 전 해군참모총장,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각각 불기소 처분했다.
김 전 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에 계엄 사무를 우선하라는 내용의 단편명령을 내리고, 계엄군의 국회 침탈 상황을 저지하지 않는 등 계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정 전 차장은 계엄사 부사령관을 맡아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을 보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종합특검에 앞서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해 11월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한 '평양 무인기 북풍 사건'에 연루된 이 전 본부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내란특검팀은 계엄 여건 조성 목적의 인지 여부를 두고 기소 여부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내란특검 수사 종결 이후인 지난 2월 이 전 본부장에 대해 법령 준수 의무와 성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파면' 처분을, 지난 3월에는 강 전 총장에게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나 징계를 받은 이들이 명예회복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항고절차, 법원을 통한 징계 처분 취소소송 두 가지밖에 없다. 강 전 총장과 이 전 본부장은 각각 국방부 징계 처분에 항고한 상태다.
이들을 비롯해 계엄에 연루된 이유로 징계받은 장성 32명 중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을 제외한 전원이 징계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한 상태다. 일부 장성들은 행정법원에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군 안팎에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혐의없음으로 종결된 인사들을 징계한 것은 과도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죄 선고가 나오거나, 적어도 수사종결 이후에 징계 절차를 진행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자체 감사,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이 직책에 따른 의무를 다하지 아니했다는 사유로 징계했다"면서 "징계와 형벌은 다른 제도이므로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징계 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징계 법령 중 검사징계법은 징계 사유에 관해 탄핵 소추, 공소제기가 있을 경우 사건이 완결될 때까지 징계 심의를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의 유무죄 판단을 근거로 징계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군인징계령 제8조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징계대상자의 수사 개시 통보를 받으면 징계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징계권자에게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징계 불복 절차에 들어간 이들이 즉각적으로 재판단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군인사법과 군인징계령에 따르면 항고 심사는 항고심의 요구로부터 30일 내 심의·의결 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 추가로 30일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군인징계령 제35조 준용 규정에 따르면 항고신청자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 심사를 중지할 수 있는 재량이 있고, 이 기간은 심의 30일 제한 규정에 산입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수사를 이유로 항고심사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할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국방부 장관이 직권으로 징계 처분을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는 자칫 직권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판단과 행정 처분이 엇갈릴 수는 있지만 무혐의 종결 사건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하는 것은 당사자 입장에서 부당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행정소송으로 기존 징계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지만 선고에 이르기까지 당사자가 견뎌야 할 심리적 부담과 금전적 비용을 고려하면 명예 회복까지의 시간은 고통의 연속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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