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우디 원자력 협정, 독자 농축 허용 아닌 듯…한미 협상 영향 제한적
IAEA 의정서 가입 없이 미·사우디 양자 안전조치로 비확산 통제 유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의 '롤모델' 되기 어려울 듯
- 한상희 기자,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윤주현 기자 =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체결한 원자력 협력 협정이 사우디에 독자적인 우라늄 농축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28일 제기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한미 간 농축·재처리 협상(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도 크지 않은 것이라는 게 정부의 관측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의 농축 권한 보유 여부에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언론 보도 등 현재까지 나오는 이야기로 봤을 때 독자적인 농축 권한을 허용한 것으로 결론짓기 이른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현재까지 미·사우디 간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명확한 설명'을 하기에 여러 가지 제한이 많다고 전제했다. 미국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는 우선 2년간 우라늄 농축의 '상업적 타당성'을 공동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연구 결과 사우디에 건설될 원전에서의 우라늄 농축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미국 기업이 '블랙박스 방식'(시설이 지어지더라도 사우디가 기술과 운영에 직접 접근할 수 없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게 외신의 관측이다.
이 당국자는 이러한 보도를 근거로 "'블랙박스 방식'은 '사우디 내에서의 우라늄 농축'이라는 말에는 부합하겠지만 사우디의 '독자적 농축 권한 허용'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만일 농축의 상업적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사우디는 10년간 독자적으로 또는 제3국과 함께 농축도 추진할 수 없게 된다는 게 현재 나오는 보도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사우디가 체결한 협정이 '블랙박스 방식'이 맞는다면 사우디 영토에서 우라늄 농축이 이뤄질 수는 있지만 관련 기술이 미국으로부터 완전히 이전되는 등 사우디가 시설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의미다.
사우디에 대한 안전조치도 면제되지 않는다. 사우디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AP) 가입에 동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별도의 양자 안전조치 협정에 합의하며 외부의 견제 장치가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구체적인 내용과 IAEA의 관여 수준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면서도 "미국의 자체 비확산 기준과 의회 심의 등을 염두에 둔 수준의 안전조치는 포함돼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이번 미·사우디의 협정 체결과 한미 원자력 협상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이미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미국의 동의를 전제로 일정 수준의 한국 내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고, 한국과 사우디의 민간 원자력 산업과 기술 수준도 다르기 때문에 사우디의 방식을 한국이 추구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과 사우디 간 민간 원자력 산업의 발전 정도가 상이한 만큼 한미 농축·재처리 협상에 미칠 영향을 단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사우디의 원자력 협정이 한미 협상에 미칠 간접적인 영향과 관련해서는 기회와 도전 요인이 함께 있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기존의 비확산 원칙하에서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원전 수출 등 상업적 이해와 안보 차원의 전략적 고려를 반영해 사우디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재처리 권한 확장을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에도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앞서 있는 소형원자로(SMR) 시장에서 빠른 도약을 위해 원전 기술이 뛰어난 한국, 정밀 기술에 강점이 있는 일본과 손을 잡고 SMR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협력각서(MOC)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미·사우디 협정은 양국 간 상업적 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며 "미 에너지부 발표에도 미국 기업의 사우디 원전 사업 참여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부각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협상팀도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대외 원자력 협력에서 상업적이고 전략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경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이 사우디 측에 2년간의 공동연구를 거치도록 하고, 사우디 내에서의 농축을 허용하더라도 미국 기업이 시설을 통제하는 블랙박스 방식을 적용하기로 한 점은 사우디의 농축 역량을 엄격히 관리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별도의 양자 안전조치 협정을 체결한 점도 미국이 비확산 통제 기조를 강하게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게도 엄격한 기준을 지속 유지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정부는 이 같은 요인을 고려해 한미 협상에 계속 신중하게 임한다는 기조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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