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깊이 입수하라"…'해병 순직' 현장지휘관 4명 해임·강등 중징계

박상현 전 해병1사단 7여단장·최진규 전 11포병대대장 해임
'순직 해병 직속상관' 이용민 전 대대장·전 본부중대장 강등

왼쪽부터 2023년 7월 발생한 해병대원 순직사건의 핵심 인물 임성근 씨(전 해병대1사단장·예비역 소장), 박상현 전 해병대1사단 7여단장(대령), 최진규 전 11포병대대장(중령). 2026.7.24./ⓒ 뉴스1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2023년 7월 발생한 해병대원 순직사건 당시 현장 지휘관이었던 박상현 전 해병대1사단 7여단장(대령)과 선임 대대장인 최진규 전 11포병대대장(중령)이 각각 해임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순직 해병대원의 직속상관인 이용민 전 7포병대대장(중령)과 장 모 전 7포병대대 본부중대장(대위·사건 당시 중위)은 각각 1계급 강등 처분을 받았다.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달 22일 박 전 여단장, 최 전 대대장, 이 전 대대장의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난 1일 이들이 법령준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이같이 처분했다.

이보다 앞서 국방부 징계위는 지난 5월 장 전 중대장의 징계 심사를 진행하고 같은 달 15일 법령준수의무 위반을 이유로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해병대원 순직사건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수몰 실종자 수색 작전을 진행하던 중 채 모 상병(사건 당시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진 사건이다.

해병 순직 3년여 만에 임성근 등 관련자 전원 유죄 선고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순직해병특검팀 이명현 특별검사가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서초구 해병특검 사무실에서 150일의 수사 일정을 마무리하며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1.28 ⓒ 뉴스1 안은나 기자

이 사건을 수사한 순직해병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지난해 11월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임성근 씨(전 해병대1사단장·예비역 소장)를 구속기소하고, 박 전 여단장 등 현장지휘관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임 씨는 합동참모본부의 단편명령에 따라 작전통제권이 육군에 넘어갔음에도 직접 현장을 지도하면서 수색 방식을 지시하고 인사명령권을 행사하는 등 권한 없이 지휘권을 행사한 혐의(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도 받았다.

박 전 여단장은 작전 당시 제2신속기동부대장으로 현장 지휘를 맡아 임 씨가 포병부대를 질책한 내용, '바둑판식 수색' 등 지시사항을 포병부대 선임대대장인 최 중령에게 전달하고 '직접적인 행동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등 압박해 사건이 발생하는 데 영향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최 전 대대장은 임 씨·박 전 여단장의 지시·강조사항을 다른 지휘관 등에게 전달하면서 명시적인 상급부대 승인 없이 '허리 깊이 입수'를 거론해 사건 발생에 영향을 준 혐의가 적용됐다.

이 전 대대장은 상급 지휘관들의 지시를 예하 부대원에게 하달해 사고가 발생하도록 한 혐의를, 장 전 중대장은 현장 위험성을 충분하게 평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수중수색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순직사건 발생 2년 10개월 만인 지난 5월 △사건의 정점인 임 씨에게 징역 3년 △박 전 여단장과 최 전 대대장에게 금고 1년 6개월 △이 전 대대장에게 금고 10개월 △장 전 중대장에게 금고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하고 장 전 중대장을 제외한 4명을 법정구속했다.

1심 재판부는 임 씨 등이 작전 중 안전 감독 등 업무상 의무를 다하지 않아 해병대원이 사망에 이르렀고, 이들이 사건 발생 후 증거를 은닉하며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다고 판단했다.

軍 "임성근 무리한 수색 지침 전달…지휘관들 안전 의무 위반"
2023년 7월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해병대원의 직속 상관인 이용민 전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7포병대대장(중령)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순직 해병의 묘를 찾아 참배한 뒤 묘비를 어루만지는 모습. 2024.6.13 ⓒ 뉴스1 김기태 기자

국방부 징계위는 박 전 여단장이 "제2신속기동부대장으로서 수색 작전의 정당한 작전지휘권자였음에도 작전통제권이 없는 임성근의 무리한 적극적·공세적 수색 지침을 그대로 전달·강조했고 이로 인해 야기·증대될 수 있는 안전사고 위험에 대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법령준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최 전 대대장에 대해서는 "허리 깊이 입수 지침은 승인받은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를 전달해 마치 상급부대 지침인 것처럼 오인할 가능성이 충분하고 이러한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며 의무를 다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징계위는 순직 해병의 직속상관인 이 전 대대장에 대해 "부임 2개월 된 중위 본부중대장에게 수색 구역을 할당하면서 '허리까지 들어간다'고 지시한 점과 이로 인해 피해자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고 상해도 발생했다"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처벌 불원이 1심 판결문에 기재된 점을 정상 참작한다"고 강등 의결했다.

또 장 전 중대장에 대해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안전을 책임질 가장 1차적이고 직접적인 의무가 있는 지휘관으로 업무상 과실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비행 정도가 중하고 중과실인 경우 한단계 가중해 징계 양정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강등 처분을 내렸다.

한편 임성근 씨는 지난해 2월 그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전역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