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충돌 격화에 중동 안전공지 강화…영공 폐쇄 대비 출국 권고
이스라엘·UAE엔 출국 권고…이라크는 육로 철수 대비
테헤란서 폭발음·방공망 가동…정부 차원 대피는 아직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외교부가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하자 중동 지역 공관에 재외국민 안전 공지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공관은 현지 체류 국민에게 조속히 출국하도록 권고했다. 현재 정부 차원의 교민 대피가 진행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외교부는 정세 추이에 따라 추가 조치를 판단할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중동 지역 대부분 국가에 여행경보 3단계인 출국 권고나 4단계인 여행 금지가 내려진 만큼, 현지 공관을 통해 단계별 행동요령을 다시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 3월에도 정세가 예고 없이 악화하면서 영공 폐쇄와 항공편 운항 중단으로 현지 체류 국민의 발이 묶였던 사례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안전 공지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휴전에 합의했던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상선 피격을 둘러싸고 서로 휴전 위반을 주장하며 교전을 재개했다. 미국의 보복 공습과 이란의 맞대응이 이어지면서 휴전 합의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확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상대로 "이전 어느 때보다 큰 대규모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며 "결정을 내리기 직전이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라고 밝혔다. 이란도 걸프 국가를 대상으로 대규모 보복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외교부는 김진아 2차관 주재로 중동 지역 17개 공관과 합동점검회의를 열어 비상연락망과 재외국민 보호 체계를 점검했다. 각 공관에는 현행 여행경보에 따른 행동요령을 교민들에게 다시 안내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23일 중동 지역 재외공관 홈페이지에는 정세 악화에 대비한 안전 공지가 잇달아 올라왔다.
주이스라엘대사관은 주이란 영국대사관 철수 등 현지 외교단 동향과 미·이란의 대외 메시지를 고려할 때 이란의 대규모 보복 공격으로 정세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지난 22일 테헤란 주재 영국대사관 직원을 일시 철수시키고 대사관 업무를 원격 체제로 전환했다.
주이스라엘대사관은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하면 이스라엘이 즉각 군사적으로 대응할 방침인 데다 북부 국경에서 헤즈볼라와의 긴장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본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조속히 안전지역으로 출국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라고 밝혔다.
주아랍에미리트(UAE)대사관은 여행과 출장 목적의 방문을 당분간 자제하고, 이미 입국한 단기 체류자는 긴급한 용무가 없다면 가급적 조속히 출국하도록 권고했다.
주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은 이란의 보복 공격 심화로 역내 정세가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사관과 현지 당국의 안전 공지를 수시로 확인하도록 당부했다. 현재 사우디 일부 지역에는 여행경보 3단계인 출국 권고, 나머지 지역에는 특별여행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주이라크대사관은 이라크와 인접국 영공이 불시에 폐쇄될 가능성에 대비해 항공편 운항 일정과 육로 이동 경로를 사전에 충분히 점검하도록 안내했다. 불필요한 이동을 자제하고 식료품과 의약품을 비축하는 한편, 경호·경비업체의 권고와 인접국 육로 대피·철수 계획도 숙지하도록 요청했다.
주이란대사관도 지난 22일 테헤란 일부 지역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방공망이 가동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지 체류 국민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도록 당부했다. 안전한 대피 장소와 이동 경로를 미리 확인하고 비상 물품도 준비하도록 안내했다. 현재 이란에는 우리 국민 50여 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미·이란 간 무력 충돌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이란 수도 테헤란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주이란대사관을 비롯한 현지 공관들이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우리 국민의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주말을 전후해 미국의 공습 대상이 군사시설을 넘어 산업시설이나 핵시설로 확대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해 일대의 긴장 고조에 따른 선박 운항 차질과 국내 에너지 수급에 미칠 영향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
angela02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