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엔 로봇이 군함 조종한다…"키 왼편 5도!" 명령 복창까지

해군, 로봇 승조원 전투실험 진행
LLM 학습으로 당직사관 명령 이해…악천후·야간 항해도 대비

23일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에서 진행된 로봇 승조원 전투실험에서 '파이봇(PIBOT)'이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DDG) 소속 함교 당직사관의 조함명령에 따라 타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해군 제공)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해군이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Navy Sea GHOST) 발전의 일환으로 함교 타수를 사람이 아닌 로봇이 맡는 '로봇 승조원 전투실험'을 최초로 진행했다. 미래엔 로봇 승조원이 군함을 조종할 수 있게 될지 24일 주목된다.

이번 실험은 전날인 23일 경남 창원시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에서 열렸다. 심현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연구팀이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PIBOT)이 실험에 임했다. 파이봇 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미래 도전 국방 기술 연구개발 사업 중 하나로, 방위사업청이 5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 중이다. 2022년부터 KAIST 주도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해군과 연구팀은 이날 전투 실험에 앞서 파이봇에게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고 적절한 응답을 생성하게 만드는 인공지능(AI) 기술 '대규모 언어모델'(LLM : Large Language Model)을 학습시켰다. 파이봇은 LLM에 근거해 명령을 이해하고 조함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조함(操艦)은 함장 또는 함교 당직사관이 상황에 맞게 함정의 침로, 속력 등을 정하는 것을 가리킨다.

실험이 시작되자 파이봇은 실제 타수 승조원과 동일한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해 냈다. 실험은 침로 변경이 빈번한 협수로 상황, 높은 파도 등 악천후에서 일정한 침로를 유지해야 하는 악기상 상황, 야간 항해 등 다양한 상황을 부여해 진행됐다.

특히 파이봇은 명확한 명령 이행을 위해 타수 승조원이 수행하는 복명복창 절차를 그대로 따라 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함교 당직사관이 파이봇에게 "키 왼편 5도, 330도 잡아!"라고 침로 변경 명령을 내리자, 파이봇도 정확하게 "키 왼편 5도, 330도 잡아!"라고 명령을 복창한 뒤 타기를 돌렸다. 함정의 침로가 330도를 유지하자 "330도 잡기 끝!" 이라며 침로 변경 완료 보고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진행된 전투 실험은 1단계다. 전투실험은 △육상 조함시뮬레이션 활용 실험(1단계) △정박함정 실험(2단계) △실제 해상에서 주간 항해 실험(3단계) △실제 해상에서 주야간 장기 항해 실험(4단계)로 나뉜다.

해군과 연구팀은 파이봇의 명령 이행 시간, 타기 조작의 적절성 등 이번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보완 사항을 도출 후 향후 2~4단계 실험에 적용할 예정이다.

전투실험을 주관한 김형준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준장)은 이번 실험에 대해 "인간 승조원의 업무였던 조함을 로봇이 오류 없이 수행할 수 있는지 분석해 나갈 첫걸음"이라며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승조원 업무를 경감시키고 병역자원 급감, 비약적인 첨단기술 발전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