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세워야…의무서 제외돼선 안 돼"

"영국·호주처럼 로드맵 구축 필요" 제언 나와
현재는 안보 시설이라는 이유로 기후변화 대응 예외 허용

2026년 화랑훈련 일환으로 다중이용시설 테러 대응 실제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기후변화가 글로벌 안보의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도 범 국방 차원의 중장기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와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이남석·정희원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자원연구센터 연구위원은 22일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국방 부문의 역할: 영국·호주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폭염과 대규모 홍수 등 기후변화는 글로벌 안보에 실질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군은 기후변화 대응 '사각지대'에 있어"…낙후한 대응 역량 지적

두 연구위원은 대규모 자연재해가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발생함으로써 경제적 손실 및 복구 비용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북극 해빙에 따른 해상 교통로 경쟁 및 식량·에너지 공급망 변동 등 복합적 안보 과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봤다.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정부는 국정 목표의 일환으로 '기후 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제시, 관련 기능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통합해 기후변화 대응 창구를 일원화했다. 다만 국방부와 각 군의 경우 '관리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어 추진 과제 발굴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공공부문 온실가스 목표관리 운영 등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국가 안보·국방과 직결되는 시설은 대상 시설에서 제외할 수 있어 연도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거나 구체적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있지 않다. 합동군사전략서에도 군은 정부의 탄소배출 저감 정책에 동참해야 한다는 언급은 있지만, 이를 의무화하고 있진 않다. 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제 이같은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두 연구위원은 국방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장비가 아닌 군사시설 부문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량, 무기체계, 항공기 등 국방 분야에 활용되는 장비의 생산, 운용, 정비, 수송 과정에서도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이 많지만, 이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기후 변화 담당 조직이 국방부 내 군사시설국의 환경소음팀과 공군 기상단 기상정보센터의 기후정보실에 배치해 있지만 육·해군에는 부재한 점, 이마저도 탄소 중립 등 완화책보단 기상 정보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점 등이 보완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영국·호주 사례 참고해야…전문 인력 확충·지도부-실무진 소통 강화 필요"

두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향후 우리 군이 장기적 차원에서 기후 변화 대응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영국과 호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영국은 2008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CCA)을 제정한 국가다. '탄소 예산'(Carbon Budgets)이라는 제도를 도입, 각 부처에 5년 단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규제하며 감축 경로 설정 및 배출량 보고 강화 등을 명시하게 하는 방안을 사용하고 있다. 탄소 예산은 실제 재정 예산은 아니지만 정부가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 총량의 상한선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이를 초과할 시 법 위반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구속력이 있다.

영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투기 및 군함 운영, 해외 파병 등 군사 작전과 관련한 일부 영역에선 보고 의무에 예외를 허용한다. 하지만 영국 국방부는 다른 정부 부처와 마찬가지로 이행 사항을 보고하며, 군사 업무와 관련해선 탄소 배출량 범위(scope)를 △직접 배출(군 작전용 차량, 함선 등) △간접 배출(냉방 에너지 등) △기타 배출(출장, 조달, 위탁운영 등)로 나눠 배출량을 세분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 국방 차관, 국방참모차장을 비롯한 주요 지휘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국방안전환경위원회를 운영하며 장기적 차원의 국방 전략 수립 및 운영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이외에도 영국 국방부는 국방공급단체포럼 등 기후변화·지속가능성 실무그룹을 신설해 방산 기업들과 적응 과제도 논의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한국과 비슷한 시기인 2022년에 CCA를 제정했으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3% 감축한다고 규정하는 등 구체적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 수립 의무에서 제외돼 있긴 하지만, 공중·해상·육상·기지 영역별 특성을 반영해 '국방 넷 제로 전략'과 '국방 미래 에너지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국가들의 사례를 참조, 군사시설 부문을 탈피한 범 국방 차원에서 탄소 중립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리 군은 현재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이 아니며 연도별 배출량 집계 및 감축 목표가 설정돼 있지 않다"라며 "향후 국방 부분의 기여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선 군 특수성을 고려한 중장기 감축 목표 및 관리체계를 단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온실가스 배출 및 에너지 사용은 군사시설 부문뿐만 아니라 장비의 생산·운용·정비·수송 과정에서도 발생하므로 중장기적으로 이들 영역을 포괄하는 에너지 전환 전략이 요구된다"라며 "이외에도 국방부 내 고위급 의사결정 구조와 실무조직을 연계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등 역량 강화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