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미 투자'로 쿠팡 문제 돌파구?…국회·정부·기업 전방위 대미 소통

여야 의원·삼성전자, 한화 등 임원 이번 주 방미
靑 '8~9월에 1호 투자 발표' 예고…프로젝트 윤곽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30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대형 크레인과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이고 있다. 2025.10.30 ⓒ 뉴스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금준혁 홍유진 기자 = 정부가 쿠팡 사태로 불편해진 한미 관계를 '대미 투자'로 돌파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오는 8~9월 대미 투자의 '1호 프로젝트' 발표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여야 의원과 정부 고위당국자, 삼성전자·한화 등 주요 기업의 임원들이 이번 주 잇달아 미국을 방문해 전방위 소통에 나선다. 대미 투자 구상을 미국에 설명해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쿠팡은 물론 다른 한미 현안의 돌파구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20일 나온다.

국회의 한미의원연맹 소속 신정훈·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정훈·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부터 6박 7일 일정으로 필라델피아와 워싱턴D.C를 방문한다. 의원들은 한미 선박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거점인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를 둘러본 뒤 워싱턴으로 이동해 미 상·하원 의원과 행정부 관계자, 연구기관 인사들을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삼성전자·한화 등 대미 투자와 관련된 주요 기업 임원들도 의원들의 일정에 맞춰 미국을 찾는다. 임원들은 부사장·전무급이 주축이며 일부 사장급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각 사가 추진하거나 검토 중인 대미 투자 사업을 미 의회·행정부에 직접 설명하기 위한 행보로, 삼성전자는 미국의 현지 반도체 투자에, 한화는 조선업을 고리로 한 대미 협력 확대를 준비 중이다.

여야 힘 합쳐 美 의회 설득…기업들은 '투자 구상' 청사진으로 쿠팡 문제 관리 시도

이같은 일정은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앞세워 쿠팡 문제에 대한 미국의 반발 여론을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는 23일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김 장관은 미 정부·의회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하는 것이 공식 일정이지만, 대미 투자와 마스가 협력, 쿠팡 사안까지 두루 다룰 수 있는 한미 고위급 인사들이 만난다는 점에서 일련의 일정은 여야 의원들과 기업들까지 의회와 정부, 민간이 한미 현안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쿠팡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미국 의회에 각인하기 위한 소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이달 초 쿠팡 사안을 대하는 한국 정부의 '잘못된 태도'를 지적하는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의 보고서로 인해 재점화한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의원들은 한국계인 영 김 연방 하원의원과의 면담도 조율 중이다.

신정훈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대미 투자 펀드 관련 한국 측 프로젝트로 예상되는 한화 조선업 분야와 현대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몇 가지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주제"라며 "돌발 현안인 쿠팡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 측의 여러 오해에 잘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제재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며 미 의회의 여론을 돌리는 데 힘을 쓸 예정이다.

기업들은 미국 측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의 내용과 규모를 가늠할 수 있도록 적극적 소통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측의 규제 등 행정적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인 1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조만간, 한두 달 내 대미 1호 투자가 현실화하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8~9월에는 (발표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사실상 첫 투자 발표 시점을 8~9월로 못 박은 만큼, 1호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이 거의 확정된 상황인 것으로 보고 있다.

첫 투자로 쿠팡 문제 부담 덜까…한미 관계 분수령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7.20. ⓒ AFP=뉴스1

미국 측은 한국의 대미 투자가 가시적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이 지난 2월 360억 달러(약 53조 원) 규모의 1호 프로젝트에 이어 3월 730억 달러(약 108조 원) 규모의 2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앞서가면서 한국을 향한 압박도 커진 듯하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3500억 달러(약 519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아직 1호 프로젝트를 확정하지 못해 미국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에서는 첫 투자 사업 확정이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의지에 대한 미국 측 우려를 잠재우고, 쿠팡 문제로 악화한 현지 여론을 관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쿠팡 문제를 단기간에 해소하긴 어려워도 조선·군함·소형모듈원전(SMR) 등 대미 투자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인식이다.

여야 의원들과 기업, 김정관 장관의 방미 외에 조현 외교부 장관도 미국과 소통에 나선다.

조 장관은 21일 필리핀을 방문해 23일까지 여러 아세안 관련 회의에 임한다. 조 장관은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 ARF 외교장관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여러 지역 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련의 회의에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도 주요국으로 참석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조 장관은 양자회담이 아니라도 유의미한 대화를 하기 위한 소통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 정부 차원의 한미 고위급 협의와 여야 의원·기업의 대미 소통 결과는 쿠팡 문제에 대한 한미의 온도 차이를 좁힐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통이 잘 이뤄진다면 우리 정부의 의지가 강한 핵추진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 안보협의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지난달 2~3일 첫 실무협의에 이어 이달 두 번째 협의를 추진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