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50만 유지' 무조건 능사 아냐?…"추가 징병 필요 없다" 주장 나와
50만 명 유지 주장, 美 교리 등에 근거…전시·지상군 중심 계산
상비군 증강, 그자체로 공세적…무리하게 늘리면 전쟁 가능성 높여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자원 감소가 이어지고 유·무인 복합체계로의 전환 등 질적 변화가 추진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 국군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50만 병력'을 추가 징병 등으로 무리하게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0만 병력을 산출하는 수식 자체가 전시 상황을 가정하는 등 과대 측정됐을 가능성이 크며, 상비군 규모를 무리하게 늘릴 경우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관계를 형성하거나 오랜 세월 동안 경쟁 관계가 굳어진 인접국이 오히려 공세적 태도를 강화하게 하는 '안보 딜레마'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6일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 중인 강대현·정승균 연구원이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재 학술지 '국방정책연구' 여름호에 게재한 '다다익선 vs 과유불급: 상비군의 역설' 논문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군의 규모는 약 45만명으로, 군 안팎에서 한국군의 상비 병력이 최소한 50만명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50만 명 유지를 주장하는 여러 근거 중 하나는 미군 교리에서 사용되는 최소계획비율에 기반한다. 김정혁 육군미래혁신연구센터 군사학 박사가 2025년 같은 학술지에 기재한 '한국군의 적정 상비 병력 규모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최소계획비율을 적용할 경우 방어하는 쪽(한국)은 한정된 지역에서 전투를 치를 때 공격하는 쪽의 33.3%(공격자의 3분의 1), 전체 영토에서 전쟁을 치를 때 공격하는 쪽의 66.7%(공격자의 1.5분의 1)의 병력이 유지돼야 한다.
북한군의 규모는 128만 명(지상군 11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공식을 대입하면 한국은 43만~85만명(지상군 기준 37만~73만명)의 병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보다 무기체계 및 정보력, 지휘통제 능력 등 질적 측면에서 앞서는 부분이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군사력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측정한 남·북한의 전투력 차이를 대표적인 군사 분석모델인 란체스터(Lanchester), 듀푸이(Dupuy) 모델에 기반해 시뮬레이션으로 돌리면, 한국군 1명은 최소 북한군 2.6명을 홀로 상대해야 북한과 전력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이는 단순 장비 현대화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한국군은 최소 50만명 내외의 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양적 확충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질적으로 압도적 우위를 가진 전력이 있을 시 병력의 열세는 일부 만회될 수 있지만, 질적 수준이 거의 비슷하다면 적정 병력 규모의 수준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군이 최근 빠른 감소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해 여성·이주민 징병이나 시니어 아미 등 정책 추진 필요성의 근거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50만 병력 유지의 근거로 작용한 이들 분석틀이 육군 등 지상군을 중심으로 전시 상황을 전제하고 있어 평시 상비군 주둔에 따른 대비 태세 효과를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고, 안보 딜레마를 발생시킬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상비군을 보유한 국가는 선제 타격의 이점이 커져 공세적 전략을 선호하게 되는데, 이는 인근 국가들 간 군비 경쟁과 오판 가능성을 높여 오히려 전쟁 억제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공군과의 합동성 등을 배제하고 지상군 위주의 방어를 가정하고 있어 합동 전투력을 산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과거 전쟁 데이터들을 활용한 분석 결과, 어느 정도 규모의 상비군 증강은 전쟁 초 승기를 잡는데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를 현실에 바로 도입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데이터값이 동원 병력을 총집결한 전시 상태를 기준으로 측정돼 평시 상비병력 기준으로 삼기엔 과대 추정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구진의 시뮬레이션 결과값에 따르면 전체 인구 대비 상비 병력 비율이 1.6~1.7%에 이르기까진 전쟁 초 승률을 높였지만 이를 넘어가면 오히려 효과가 감소하는 비선형적인 '역 U자형'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임계점까지의 병력 증강을 평시 상비군의 이상적 규모로 삼기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17년 기준 평시에 이같은 상비군 비율을 유지하는 나라는 이스라엘, 북한 등 준전시 상태를 유지하는 9개국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비군 증강의 전쟁 승리 효과는 제한적인데 반해, 규모가 늘어날수록 분쟁 시 무력 사용 및 실제 전쟁 발발 확률이 유의미하게 올라간다. 이 때문에 상비군 규모 확대 자체는 오히려 전쟁 확률을 높이는 '안보딜레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안보딜레마는 한 국가의 안보 강화가 타국의 위협 인식을 자극해 상호 군비 경쟁을 유발, 결국 주변의 안보 상황을 악화시키는 구조적 상황을 가리킨다.
한국군의 상비군 마지노선을 50만 명으로 추산한 모델은 육군 중심의 계산 방식을 전제하고 있다. 2026년 기준 육군 규모는 32만 명 수준으로, 만약 50만 명 규모를 유지하게 되면 18만 명을 추가로 징집하는 상황이 된다.
연구진의 시뮬레이션 모델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상비군 규모를 이와 같이 늘릴 경우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북한 등 적과의 분쟁 가능성은 기존 대비 34.1%, 전쟁 가능성은 2%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같은 해석에 대해 "이는 평균적인 경향성을 의미한 것이기에 제한적 시사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이러한 결과는 고무적"이라며 "매년 증가하는 북핵 및 북한 관련 미사일 위기와 신냉전이라 부르는 새로운 국제 체제에서 안보딜레마를 증대할 경우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상비군 규모 유지를 위해 추가로 징집하게 되면 국방비가 늘어나 사회적 비효율성이 증가하고, 경제적 부담이 커져 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정치적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라며 "이같은 역설적 효과를 고려하면 질적 요인을 더 중시하는 국방 정책 방향은 합리적이며, 단순한 병력 규모의 증대가 아니라 전장 인지·결심·타격의 효율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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