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통합' 시작됐지만…"우수인재·전문성 확보 방안 여전히 공백"
대전 자운대에 '4년제' 통합 국군사관학교 설치 확정
전문성-합동성 논쟁부터 '카르텔' 우려도…10월 세부계획 발표 주목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국방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는 내용의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공개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사관학교가 군의 목표인 '우수 인재 확보'의 결정적 장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17일 여러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국방부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통해 인구절벽 위기 속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미래전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대비한 교육체계 개편을 통해 '통합형 장교'를 양성한다는 구상이다. 국방부는 첨단교육정책국을 신설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오는 10월쯤 운영 방식과 입시 방안 등 세부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목적과 당위인 '합동성'의 개념이 모호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고, 입학부터 향후 육·해·공 인력 배분에 이르기까지 그 구조가 복잡해 통합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다각적 능력을 지닌 '육각형 장교' 획득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방부는 사관학교 통합이 필요한 이유로 크게 △각 군 사관학교 병립에 따른 자원 비효율성 △인구절벽 속 우수 인재 유치 △전장 다영역화에 따른 합동성 기반 미래전 대응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를 위한 대비를 제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040년에 상비 병력이 35만~4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학령인구도 지금보다 45% 감소한 26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어 민간 대학의 구조조정에서 사관학교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미래전 양상을 보면 지상·해상·공중에서 군종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全) 영역 통합작전으로 진화하고 있어 이에 대비할 조기교육과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합동성 수준은 협조 수준에 불과하고 각 군의 정체성을 강조하다 보니 (합동성 역량 교육을 실시하는) 소령 때 만나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전력 증강 과정에서 각 군 사이의 경쟁도 심각하다"면서 "인구절벽과 미래전을 대비하고 연합합동작전을 수행할 정예 장교 양성을 위해 사관학교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각 군의 합동성 역량은 전문성을 갖춘 이후인 영관 장교 시기에 배양해야 한다는 주장을 극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일단 이번 기본계획 발표 단계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제대로 반박하진 못한 모양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사관학교 입학 생도들은 1·2학년엔 인공지능(AI) 등 전 영역 통합 교육을, 3·4학년 때 각 군 학부(육군학부·해군학부·공군학부)를 선택해 전문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국방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통해 달성하려는 '합동성'은 전통적인 육·해·공군의 경계를 넘어 전장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통합 작전 수행 능력'을 의미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동성의 근간은 국군 정체성에 있다. 각 군에서 국군 정체성 교육을 안 하는 것이 아니지만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합동성은 전쟁 승리를 위해 군사력을 균형 있게 건설하고 이를 잘 운용하는 능력과 특성으로, 각 군 전문성이 모일 때 효과가 1+1=2라면 합동성은 1+1=10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방부는 이같은 이론적인 수준의 설명 외에, 각 군의 군사 교리 통합 대책이나 해·공군의 함정 및 항공기 운용 등 현장 교육 공백을 메울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진 못했다.
사관학교 출신 외에 야전 장교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학군사관, 학사장교들과의 합동성 제고 방안을 두고 국방부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교육 내용과 교과목도 면밀히 볼 예정"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인원을 뽑고 운용할지 고민이 같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하며 즉답을 피했다.
윤상용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군별 엘리트주의를 없애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학군사관, 학사장교, 3사관학교 출신자들에 대한 합동성 이야기가 없어 사관학교 통합 명분으로 내세운 '합동성'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면서 "해군에게 육군의 교리·교범을 가르쳐 이해를 높이겠다는 것인지 등 합동성 배양의 세부 방안이 나오지 않았고 합동성에 대한 개념 정의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합동성은 결국 각 군이 맡은 영역에서의 강점과 약점을 충분히 이해한 전문성이 교차할 때(크로스 도메인) 비로소 함양하고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섞어서 육성한다고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양 연구위원은 이어 "1년이면 충분한 통합 교육을 2년씩이나 할애하는 것은 '기술군'인 해군과 공군의 전문성을 키우는 시간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2년간 기술군의 전문성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사관학교 통합과 함께 '최첨단 일류 국군사관학교'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로 우수 인재 유치를 꼽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육·해·공 사관학교는 공히 입학 수준이 떨어지고 있고, 입학생 자퇴율도 15%를 상회한다. 임관 5년 차 전역자도 15~20%에 육박한다"면서 "특단의 대책 없이 우수 인재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 신기술을 교육할 최고의 교육환경, 최고 석학으로 구성한 교수진이 있어야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모집하고 교육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운대 주변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원자력연구원 등 교육·연구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라며 "첨단기술과 군사기술을 융합하는 첨단 군사교육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첨단과학기술 인프라가 갖춘 대전을 국군사관학교 부지로 선정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했다.
우수한 입시생들이 첨단기술 교육 여건에 매력을 느껴 사관학교에 지원할 것이라고 국방부가 보고 있는 것인지, 우수 인재를 초기 유치하기 어려우니 주변 인프라를 활용해 우수 인재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지 그 의도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군사학과 교수는 "전국에 군사학과가 여러 곳이 있고 제일 많은 곳이 대전인데, 최근 그쪽에서 입시 지원자 미달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서울이나 수도권은 그래도 지원자가 있어 경쟁률이 나오지만 지역의 경우 학생 모집이 어려워서 교수들이 고등학교에서 입시 설명회를 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안다. 여기에 급여와 처우 문제로 군 간부에 대한 매력도 떨어져 지원자가 모일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에서 사관학교 개혁위원장을 맡았던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통합사관학교를 자운대로 옮길 경우 지원자들의 성적이 오히려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국군사관학교 창설 이후 발생할 내부 경쟁 심화, 자퇴율 상승 등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복안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윤상용 교수는 "공군과 해군을 지원하는 학생은 항공기 조종, 함정 승조 등 입학 목적성이 명확하다. 이 수요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생도를 모집하고 육성한 이후 어느 군에 배치할지를 두고 성적순으로 진행하면 서열이 발생하고, 군별 경쟁이 사관학교 내에서 과열될 수 있고 고득점자의 특정 군 쏠림 현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1~2학년에 공통교육을 받을 동안 자신이 가고 싶은 군으로 가기 위해 내부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며 "정작 그 경쟁에서 밀려나 원하던 군으로 가지 못하게 될 경우 사관학교에 남을 이유를 찾지 못해 복무 의욕을 상실해 이탈하는 인원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비를 들여 우수 인재를 키웠는데 생도의 수요를 맞추지 못해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야말로 비효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이후 동기 담합, 기수 중심, 군 중심 카르텔이 형성돼 내부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12·3 비상계엄 당시 육군사관학교 출신자들 다수가 계엄에 가담한 것이 앞으로는 육·해·공군을 망라한 비위 가담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표하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태국은 사관학교를 통합했다가 해체했다. 쿠데타 위험이 있고 실제 발생하기도 했다'는 지적에 "우리 군도 과거 역사를 통해 여러 좋지 않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카르텔이 생길까? 국민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지난번(비상계엄)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goldenseagull@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