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다 낫다"…최대 전략 이익된 호르무즈, 韓에도 나비효과 장기화

전쟁 거치며 '전략자산'으로 부상…美·이란 모두 카드로 활용
원유 수입 70% 통과하는 韓 직격탄…수입선 다변화·새 경제안보 전략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7.13.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거치며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이 '핵무기보다 나은' 전략자산으로 거듭나고 있다. 원유 수입의 상당량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한국 역시 중동 전쟁에 따른 나비효과를 강하게 체감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이같은 입지 변화는 재차 부각되고 있다. 세계 경제와 상대국의 자금줄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는 '무기'가 되면서, 이란과 미국 모두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최우선으로 다투며 종전을 추진하는 양상이라는 평가가 14일 나온다.

갑자기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전면전 위기?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지금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불릴 것"이라며 "이 지역의 안전과 보안을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선적된 모든 화물 가치의 20%를 보상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란과의 종전협상이 난관에 난관을 거듭하자, 이란을 다시 굴복시키기 위한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등 다시 미국이 해협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는데, 이란의 강도 높은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전면전이 재개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지도자(모즈타바 하메네이) 고문의 발언 이후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레자이 고문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추도식에 참석해 "이 전략적 해협(호르무즈)은 수십 개의 원자폭탄(핵폭탄)보다 더 중요하며,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이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에선 이같은 발언이 이란이 종전협상에서 '미국의 최대 관심사'였던 핵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도권을 더 강하게 쥐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이번 전쟁이 이란을 굴복시키지 못하고 끝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곳의 폭이 33㎞에 불과하지만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에너지 대동맥이다. 통항이 흔들리면 국제유가뿐 아니라 해운과 물류, 제조업 공급망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전쟁 전엔 미처 '몰랐던' 호르무즈 해협의 가치를 깨달은 이란은 전쟁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화에 나섰다. 통행료 대신 항행 지원과 수색·구조, 안전보장 등에 대한 서비스 비용 명목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선박 심사와 관리, 수수료 부과를 감독할 페르시아만해협청도 설립했다. 핵무기 없이도 세계 경제와 에너지 안보를 좌우할 압박 수단을 확보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을 난처하게 할 수밖에 없다. '정의'를 위한 이란 공습의 결과가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 부담으로 귀결된다면, 미국은 여러 동맹과 우방으로부터 큰 불신을 받게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특히 수입 원유의 약 70%가 이 해협을 지나는 한국의 입장에선 호르무즈 해협 변수가 장기화하는 것이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이제 단기적인 수급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에너지·경제안보 전략마저 실질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과거로 되돌리긴 늦었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종전에 합의하더라도 높아진 위험 비용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통행료가 실제 부과되지 않더라도 선사와 보험사들이 호르무즈를 상시적인 고위험 항로로 분류하면 전쟁위험보험료와 운임, 위험 할증료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르무즈 변수, 이제 구조적 안보 비용으로 봐야"…과거 회귀 어렵다

한국은 이 같은 비용 상승에 특히 취약하다. 원유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오르면 정유·석유화학뿐 아니라 전력과 물류비를 거쳐 반도체와 철강 등 제조업 전반의 생산비가 올라간다.

국무총리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 3월 1일부터 6월 8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기간 한국의 전 산업 생산비는 3.73%, 제조업 생산비는 4.70% 상승한 것으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통항·보험·운임·제재 위험을 일시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인 안보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를 계약과 보험, 무역금융 관리 체계에 상시 반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위기가 장기간 고착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이번 전쟁을 거치며 호르무즈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민 교수는 "미국이 국제수로에서 통행료를 직접 받기는 국제법에도 어긋나고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며 "이란의 통행료 부과 움직임에 맞서 이란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한 엄포에 가깝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민 교수는 "7~8월까지는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9월 이후에는 가격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회 경로를 통해 원유를 확보하고 수입선을 다변화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기는 이제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점점 구조적인 것이 되고 있다"며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할 생각이 없는 미국으로 변화해 가는 추세에 따른 결과로 봐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한국도 수입선 다변화를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차원을 넘어 훨씬 더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를 촉매제로 경제 구조가 비슷한 일본과 경제안보 협력을 구체화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