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체계 신속개발 위해 방산업체 개발비 환급 방안 마련 필요"
개발 성공 부담·비용 회수 불확실성·민간 적용 한계에 R&D 주저하는 기업들
소요·정보 제공 후 개발비 보전하는 美…법제 마련·예산 변화 필요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한국이 최근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에서 우선협상권을 받지 못하면서 한국 방위산업의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이중 '가성비'와 납기에 더해 압도적 기술 우위를 갖춰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다만 한국 방산업체들이 선뜻 주도적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는 만큼, R&D 비용 보전 확대 등을 위한 법제를 갖추고 정부와 방산업체가 함께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신속하고 다양한 연구개발을 유도하는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14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수동 전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원은 최근 국방논단에 '방위산업체의 자체 국방과학기술 연구개발 투자 촉진을 위한 제언'이란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최 전 연구원은 국방과학기술이 △기술 확보 성공의 위험성 △비용 부담과 회수의 불확실성 △기술의 민간분야 확장 한계가 있어 방산업체가 자체적으로 투자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국방부, 방위사업청은 △국방과학기술 기획 및 계획을 수립하고 △중기계획을 작성한 후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 공모, 제안서 평가 및 수행기관 선정 등 반드시 밟아야 하는 여러 절차가 있어 기술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군이 요구하는 무기체계의 신속한 개발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 전 연구원은 미국의 사례를 들여다봤다. 비록 미국이 헌법과 행정규정, 군의 임무와 기능 등 제반 여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어 미국의 방산업체 독립연구개발 시스템을 단순히 벤치마킹하기는 어렵지만, 체계성과 합리성의 관점에서 한국 방산업체의 자체적 R&D를 유도하기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운영하는 IR&D(Independent Research and Development·독립연구개발) 제도는 연방 법률에 근거해 방산업체가 국방부에서 잠재적 관심이 있는 국방과학기술을 국방부의 계약이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하고, 향후 국방부와 협의해 비용을 환급받는 방식이다. 이때 방산업체는 개발할 국방과학기술을 국방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선정할 수 있고, 국방부는 이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업체에 제공한다.
미국 정부와 방산업체는 IR&D로 발생한 지식재산권 또는 기술 소유권을 정부와 업체가 공유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미국이 운용하는 국방연구개발 예산과목 구조는 '국방과학기술 예산'과 '무기체계 개발 연구 예산'으로 나뉘며, IR&D 투자에 따른 개발비 환급은 국방과학기술 예산에 해당하는 연구 분야에만 가능하다.
IR&D로 비용을 보전받는 연구 분야는 △과학지식 증진 목적의 '기초연구' △기초연구의 후속 연구 또는 재료·공정·장치 등의 과학적 발견 목적의 '응용연구' △기술 타당성·운용성과 비용 절감 잠재력을 평가해 5년 내 획득절차로 전환 가능한 '고등기술개발' 등이다.
IR&D는 국방부가 국방전략서 등을 참고해 국방과학기술 소요 정보를 방산업체에 제공하고 그 이후 중기계획과 예산을 편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방산업체들은 국방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검토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개발된 기술을 탐색개발 및 체계개발(양산 예정 무기체계를 설계하고 시험평가하는 개발 단계)에 적용한다. 이후 투자 현황과 비용을 국방부에 청구하면 국방부 산하 기관의 감사와 평가를 거쳐 일정 비율 돌려받는다.
이같은 절차를 통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국방과학기술 예산 중 약 36%가 IR&D로 환급됐고, IR&D 지출은 연간 12%씩 늘었다고 한다. 그 결과 미국의 IR&D 사업은 2014년 3400여 건을, 2015~2018년엔 연간 2000건 넘는 사업을 완료했다고 한다.
최 전 연구원은 미국의 IR&D 사업에 유명 대형 방산업체들이 참가한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BAE 시스템, 보잉, 제너럴 다이나믹스 미션 시스템스 등 세계적 대기업이 IR&D에 주요 역할을 했고, 이들이 2018년 IR&D 재원의 50% 이상을 점유했다"면서 "2020년 기준 IR&D에 기반해 개발한 무기체계로는 첨단 대방사선 유도미사일, 소형 위성용 고밀도 무선 안테나 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 전 연구원은 미국의 제도를 참고해 국방과학연구소 중심 연구개발 투자 방식을 민관 협력 공동 개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또 방산업체의 선제적 연구개발에 대한 환급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률 제·개정하고 이를 위한 정책연구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방연구개발 예산과목 구조를 '국방과학기술 예산'과 '획득 기반 연구개발 예산'으로 구분하고, 기술예산-획득기반연구예산-시험평가 예산으로 재편해 예산 기획부터 집행까지 효율성을 높이자고 제언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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