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SMR 협력은 강화했는데…핵잠·원자력 협력 2차 협의 일정 아직
6월 이어 2차 한미 안보협의 일정 아직 미확정
정부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되면 美 SMR·에너지 안보에도 도움"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한·미·일의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이 한·미 안보협의의 한 축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에도 우호적인 여건을 만들어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한국, 일본과 함께 SMR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의 농축우라늄 공급 능력이 강화되는 것이 득이 된다는 논리를 구성해 미국 측과 소통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국형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해 지난 6월 개시한 한·미 안보협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듯하다. 한미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 두 번째 협의를 진행하려 했지만, 아직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앞서 한·미·일 외교장관은 지난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SMR 배치에 관한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 한국의 원전 시공·제조 역량과 미국의 설계·원천기술, 일본의 금융·정밀부품 경쟁력을 결합해 아직 초기 단계인 세계 SMR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협력각서가 한국의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역량 확대나, 핵잠 등 안보협의와 연계된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이 SMR 사업을 확대할수록 핵연료 공급 능력도 함께 확충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민수용 농축 역량 확대 필요성을 설득할 여건은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SMR을 상용화하고 대규모로 보급하려면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 미국과 유럽의 상업적 생산 능력은 제한적이다. 미국 역시 러시아산 핵연료 의존도를 낮추면서 원전과 SMR을 확대해야 해, 새로운 핵연료 공급망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 능력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방안을 모색 중인 한미 원자력협력 태스크포스(TF)의 김지훈 부대표는 최근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한·미가 최고 수준의 안전·안보·핵 검증과 비확산 원칙에 부합하는 우라늄 농축 역량 및 생산 능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HALEU의 상업적 공급이 제한적이라 SMR의 적시 도입에 병목이 될 수 있다며, 한·미가 한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 역량 확보에 합의할 경우 SMR 보급 확대와 양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35년까지 유효한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국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만 20% 미만의 저농도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으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금지돼 있다. 정부는 미국의 사전 동의 없이도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 자율적인 '핵연료 주기 활동'이 가능하도록 협정 개정을 원해왔다.
이는 일본의 권한과 비슷한 것으로, 일본은 이른바 '포괄적 승인'을 통해 특정 원자력 운용 시설과 범위를 미국과 협의한 뒤 이 범위 내에서 미국의 개별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핵연료 주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부대표의 글 등으로 봤을 때 정부는 한국이 국내외 원전의 핵연료 수요를 뒷받침하면서 미국의 SMR용 핵연료 공급 부족을 보완하고, 러시아·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를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한국은 국내 원전과 바라카·체코 등 수출 원전까지 고려하면 약 40기 규모의 핵연료 수요를 뒷받침해야 하는 주요 원전국"이라며 "미국도 원전 확대와 러시아산 핵연료 대체를 위해 농축 능력을 늘려야 하는 만큼, 한국이 농축 역량을 확보해 미국에도 핵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논리는 지금 시점에서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에측불가능하고 기존 관행보다 거래와 실익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한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봤다. 다만 그는 "정부가 협상의 각도는 잘 잡은 것 같다"면서도, 미국이 핵무기 비보유국에 우라늄 농축을 폭넓게 허용한 전례가 드문 데다 의회 심의와 비확산 관련 절차도 남아 있어 실제 협상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이 안보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이같은 정부의 구상이 빠르게 실현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번 달 안보협의 일정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최근 미 의회와 백악관이 지적한 쿠팡 문제 등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미는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와 핵추진잠수함 건조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미국 워싱턴D.C.에서 2차 협의를 여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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