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아시아 최초의 림팩 지휘국' 어깨에 놓인 짐
30년 전 배 2척 끌고 태평양 건넌 '쁘띠 해군', 이제 30개국 연합군 지휘
국제사회의 '리더급' 일원으로 책임도 늘어…'일회성 찬사' 그쳐선 안 돼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미국 주도로 2년마다 전 세계 해군이 집결해 연합 작전 능력을 고취하고 각자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환태평양훈련(림팩·RIMPAC). 하와이 현장에서 만난 우리 해군 장병들의 얼굴은 검게 그을렸지만, 훈련에 임하는 눈빛은 매섭게 빛났다.
올해 림팩은 한국 해군에게 특별했다. 1990년 첫 참가 때 항공 전력 하나 없이 호위함 단 2척만 겨우 이끌고 하와이 바다에 입성한 우리 해군이 불과 30여년 만에 연합 해군의 사령탑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 최초의 연합해군구성사령관', '주최국(미국) 제외 이지스함과 잠수함 전력을 동시에 파견한 유일한 나라' 같은 화려한 수식어를 앞에 붙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왔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한국 해군의 역사를 경신해 가는 용사들의 자긍심은 훈련을 수행하는 태도에 그대로 반영됐다. 침실이 부족해 잠수함 식량창고 한편에 잠자리를 마련하고도 "이 순간에 참여해 영광"이라며 웃던 견습 수병, 림팩 임무를 끝까지 완수하겠다며 전역을 두 달 연기한 장병들의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겼다.
해군의 최신 해상초계기 P-8부터 심해를 항해하는 첨단 잠수한 '도산안창호함'에 이르기까지, 이제 우리 무기체계의 성능만큼은 세계 최고라며 자부하던 지휘관들의 확신에 찬 눈빛도 한동안 잊기 어려울 듯하다.
이는 결코 우리만의 착각은 아니다. "안녕하세요"라고 취재진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필리핀 호위함장은 'K-방산'의 장점을 묻자 주저 없이 빠른 납기와 우수한 전투 성능을 입에 올렸다.
정박 훈련 기간 열린 '함정 공개의 날'에는 우리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에만 29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림팩 훈련 시작 전 열린 한국군의 함상 리셉션은 맛깔스러운 한식 뷔페와 세련된 볼거리 덕에 외국군 사이에서 인기행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다국적 연합훈련의 중심에서 우리 해군이 주역으로 우뚝 선 것은 축하하고 자랑스러워할 일이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체급이 커진다는 것은, 향후 역내 연합훈련이나 실제 상황, 즉 유사시에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할 역할과 책임의 무게 역시 무거워졌음을 뜻한다. 화려한 조명 뒤 우리가 직면한 안보의 엄중한 현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제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세계의 경찰'의 지위에서 물러나는 듯한 미국은 동맹국들에 독자적인 방위 역량과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좋든 싫든, 앞으로 우리 군이 감당해야 할 안보적 역할과 범위가 확장될 수밖에 없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아시아 최초의 림팩 지휘관'이라는 영예로운 훈장은, 그만큼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청구서가 될 수도 있다.
림팩의 화려한 막이 내린 뒤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무거운 책임감을 되새기고 그에 걸맞은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당장 한반도 주변만 봐도 나날이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 및 첨단 전력 위협에 대한 대응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이 독자적이고 주도적 역량을 증명해 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올해 림팩에서 받은 주목이 '일회성 찬사'로 그 빛이 바래지 않도록 이번 기회를 우리 군의 자체적 작전 수행 능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뜨거운 하와이의 태양볕 아래에서 직접 확인한 우리 군의 모습에서, 큰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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