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당국자 "한국에 우라늄 농축 권한 주면 미국 SMR 산업도 탄력"

김지훈 한미 원자력협력TF 부대표 주장에 눈길
美가 원하는 SMR 협력 적극 지원하고…원자력 협정 개정 위한 '포석'?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3자 회담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츠 일본 외무장관, 조현 외무장관이 소형모듈원자로(SMR)에 관한 협력각서(MOC)에 서명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07.0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한국이 민수용 우라늄 농축 역량을 확보할 경우 미국이 한국, 일본과 협력을 추진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의견이 10일 정부 내부에서 나왔다.

김지훈 외교부 한미 원자력협력 태스크포스(TF) 부대표는 전날인 9일 글로벌 소통 플랫폼인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SMR을 비롯한 첨단 원자로를 상용화하려면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미 원자력 연료 협력을 강화하면 SMR 구상을 대규모 상용 배치로 현실화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양국과 협력국들의 에너지 안보도 강화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HALEU는 우라늄-235 농축도가 5%를 넘고 20% 미만인 핵연료로, 상당수 첨단 원자로와 일부 SMR에 활용될 수 있다.

김 부대표는 "우라늄-235를 10∼20%로 농축한 HALEU를 사용하면 여러 첨단 원자로의 노심을 더 작게 설계하고, 핵연료 교체 주기를 늘리며, 연료 이용률도 높일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급량이 제한돼 있어 SMR을 적기에 배치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이 최고 수준의 안전과 안보, 세이프가드, 비확산 기준에 부합하는 신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역량과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양자 차원에서 논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공적인 협의를 거쳐 한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 역량에 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평화적 원자력 이용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을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게 공급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대표가 속한 한미 원자력협력 TF는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미국과의 협의를 담당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은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이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따라 한미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정부는 한국이 민수용 우라늄 농축 역량을 확보하면 한미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핵연료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대표의 글은 미국이 추진하는 SMR의 상용화를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 한국의 우라늄 농축 역량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원자력 협정 개정에 추동력을 더하려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미일 외교장관은 지난 7일 튀르키예에서 만나 인도·태평양 지역을 우선 대상으로 제3국의 SMR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 미 국무부는 3자 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국무부의 'SMR 기술의 책임있는 활용을 위한 기초 인프라 프로그램'에 1000만달러 이상의 신규자금을 투입해 개발활동과 인력 양성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이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한미일 SMR 협력이 한미 원자력협력 협상과 직접 연계된 사안은 아니지만, 한국이 미국과 SMR 협력을 확대하고 원자력 분야에서 신뢰를 쌓으면 향후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 논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