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함정 곳곳에 한글이" 림팩에서 확인한 'K-방산' 현주소[르포]

[림팩 2026] "한국, 납기일보다 무기 빨리 인도해…전투체계도 우수"
한국, 美 제외 유일한 함선·잠수함 참여국…'함정공개의 날' 주목 한 몸에

2026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이 진행 중인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서 한국 취재진이 국내 조선소가 건조한 호위함인 필리핀 미겔 말바르함을 둘러보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9 ⓒ 뉴스1

(호놀룰루=뉴스1) 김예원 기자

"한국은 필리핀 해군의 요구 조건을 완벽히 충족했습니다."

필리핀의 최신 호위함인 '미겔 말바르'함의 폴 마이클 헤차노바 함장(대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정박 중인 함정으로 한국 취재진을 직접 안내했다. 그는 함정의 성능과 전투력 등에 대해 큰 만족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헤차노바 함장은 HD현대중공업(329180)이 건조하고 필리핀의 혁명가의 이름을 따 2025년에 실전 배치된 미겔 말바르함(3200톤급)의 초대 함장이다.

헤차노바 함장은 "제가 이전에 지휘했던 호세 리잘급(2900톤급) 호위함보다 바다 위에서 견디는 능력, 내항성(耐航性)이 뛰어나며 전투 시스템의 센서류 등의 효율성이 매우 높다"라며 "엔진도 지금까지 어떤 큰 문제나 고장을 겪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공 감시 및 수상 탐색 레이더, 전투관리시스템에 통합된 다양한 장비와 센서들도 다른 선진국의 해군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강력한 성능을 보였다"라며 "작전부터 기관 부서에 이르기까지 많은 승조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2026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이 진행 중인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정박한 국내 조선소가 건조한 호위함인 필리핀 미겔 말바르함에서 함장 폴 마이클 헤차노바 대령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9 ⓒ 뉴스1

세계 최대 다국적 해상훈련인 '2026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이 한창인 미국 하와이. 이곳에선 한국 방산기업들이 해외로 수출한 함정들이 잇따라 참가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전력은 필리핀 해군에서 최신예 호위함인 '미겔 말바르'함과 뉴질랜드 해군의 군수지원함인 '아오테아로아'함으로, 두 함선 모두 HD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이 중 필리핀 해군이 한국 취재진에 공개한 미겔 말바르함 내부에서는 K-방산의 선명한 흔적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필리핀 해군은 타박상 등 경상과 가벼운 수술, 응급 처치 등을 할 수 있는 의무실과 120여 명가량의 승조원들이 사용하는 식당, 무기 체계 등을 제외한 내부 기관을 통제하는 기관 조종실 등을 안내했다. 이는 한국 해군의 대구급(3100톤급) 호위함과 유사했다.

벽면엔 'HD 현대중공업' 워터마크가 찍힌 함정 구조도나 '전기도면', '전력절선' 과 같은 한글로 제목이 쓰여진 파일 등이 곳곳에서 포착되는 등 한국 방산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미겔 말바르함은 필리핀 해군이 운용 중인 3200톤급 호위함으로, 76㎜ 함포와 수직발사체계(VLS) 등을 갖춰 대양 작전과 연안 방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함이다.

길이 118m, 너비 15m로 기존 필리핀 해군의 주력함이던 호세 리잘급 전투함보다 규모가 크며, 최대 속력은 약 시속 46㎞다. 순항 시 별도 보급 없이도 최대 3주가량 바다에서 작전 수행이 가능하며, 대잠 헬기도 1대 탑재 가능하다. 2025년 4월 필리핀에 인도됐으며, 한 달 뒤인 5월 필리핀 해군 창설 127주년 기념식을 겸해 공식 취역식을 개최한 후 전력 배치됐다.

2026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이 진행 중인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서 한국 취재진이 국내 조선소가 건조한 호위함인 필리핀 미겔 말바르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9 ⓒ 뉴스1

함선 곳곳에선 전 세계 바다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는 국산 무기들도 눈에 띄었다. 필리핀 해군은 실전에서 잠수함과 수상함 공격에 사용되는 국산 경어뢰 '청상어'(Blue Shark), 원거리에서 적 함정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의 '해성'(C-Star) 등을 선보였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한국형 전투체계(K-CMS)도 여기 포함돼 있다.

헤차노바 함장은 함정 인수부터 작전 배치에 이르기까지 체감한 'K-방산'의 장점으로 신속한 납기와 우수한 성능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과는 건조 일정(납기) 문제로 속을 썩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HD현중이 인도하기로 한 두 번째 원해경비함(OPV)도 예정보다 빠르게 인도됐다"라며 "2029년까지 이 배와 동일한 급의 호위함 2척이 추가로 인도될 예정인데, 이것이 바로 한국 조선사들이 가진 확실한 강점"이라고 했다.

이어 "전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서로를 도울 수 있도록 상호 군수지원 등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고 싶다"라며 "한국의 대전함을 방문해 함장과 이같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앞으로도 전술 발전 및 인적 교류 측면에서 양국이 서로를 적극 돕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2026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이 진행 중인 6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국내 조선소가 건조한 뉴질랜드 군수지원함인 아오테아로아함이 정박해 있다. 사진은 미 해군 에식스(ASSEX) 강습상륙함에서 바라본 모습. (국방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9 ⓒ 뉴스1

한국 기업이 건조한 또 다른 함정인 뉴질랜드의 아오테아로아함은 길이 173m, 너비 24m의 대형 군수지원함이다. 물자 보급뿐만 아니라 해상급유, 해상 수송 등 다국적 연합 작전에서 중추적인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2022년엔 한·뉴질랜드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부산작전기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각국 장병들과 외신들은 대한민국 해군의 정조대왕함, 대전함, 도산안창호함 등 우리 기술로 건조된 함정들에 관심을 가졌다. 세계 각국에서 우리 함정과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훈련 참가국 30개 국가 중 이지스구축함과 잠수함이 모두 참가한 나라는 주최국인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이 유일하다. 이에 따라 정조대왕함, 대전함, 도산안창호함 등 우리 기술로 건조된 함정들을 향한 각국 장병들과 외신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서 개최된 환태평양훈련(RIMPAC) 함정공개의 날(Open Ship Day)에 방문객들이 대한민국해군의 최신예 이지스구축함 대전함(FFG, 3100톤급)을 견학하고 있다. (미군 DVID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9 ⓒ 뉴스1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열린 림팩 함정공개의 날(Open Ship Day)엔 해군의 최신예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과 대전함을 구경하러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정수 대전함장(중령)은 "함정을 찾은 많은 외국군 승조원들이 함정 내 거주공간이 잘 마련됐다고 호평했다"라며 "특히 각종 장비들이 운용자 중심으로 배치됐다고 평가했다"라고 말했다.

김진영 정조대왕함 중사는 "지금까지 정조대왕함을 다녀간 방문객이 2900여 명 정도"라며 "외국군 등 방문객 대부분이 정말 대단하고 멋진 함정이라며, 마치 어제 만들어진 새 배가 하와이에 들어온 것 같다는 소감을 많이 남겨주셨으며, 최신예 함정을 활용한 이번 훈련을 통해 한국 해군의 위상을 더 체감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서 개최된 환태평양훈련(RIMPAC) 함정공개의 날(Open Ship Day)에 방문객들이 대한민국해군의 최신예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DDG, 8200톤급)을 견학하고 있다. (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9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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