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잠수함 수주 실패 삼키고…'방산·쿠팡' 나토 정상회의 과제 해결 박차

나토 회원국의 韓 방산 수요 여전…방산 수주 성과 발표 가능성도
쿠팡 문제 관련 한미 소통도 주목…'쿠팡 주주' 트럼프 인식 가늠할 계기

이재명 대통령.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7.6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윤주현 기자 =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정부는 곧바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라는 또 한 번의 K-방산 세일즈 시험대에 오른다. 미국의 방위비(국방비) 증액 압박 등으로 나토 회원국들의 무기 구매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새로운 방산 협력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부터 11일까지 4박 5일간 튀르키예와 몽골 순방 일정에 돌입한 이재명 대통령은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현지시간 7~8일)에서 유럽 정상들과 기업들을 상대로 K-방산 세일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는 이번 순방과 관련해 "나토 방산시장 진출과 견고한 방산 공급망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발판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상회의 직전 한국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석패했다. CPSP는 캐나다가 노후 잠수함을 대체하는 새로운 미래 해군 전력 구축을 위해 추진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캐나다도 나토 회원국인 만큼, 한국이 수주에 성공했다면 나토 내 한국 방산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수 있었지만, 캐나다가 나토 동맹국인 독일을 택하면서 나토의 높은 벽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

수주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방산의 경쟁력은 입증했다는 평가다. 한국은 이번 수주전에서 기술력과 성능, 빠른 납기, 민관 패키지 역량을 앞세워 나토 시장 진출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한국 해군 잠수함의 장거리 항해 능력과 작전 지속성 등 실전 능력을 확실하게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토 회원국들의 방산 수요가 여전히 크다는 점도 한국에는 기회 요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 중동 전쟁에 주력해 온 탓이 미국의 '방패'가 약화하자 유럽 각국은 자체 재무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을 향해 국방비 증액을 거듭 요구하면서 유럽 내 무기 조달 수요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나토 내부에서도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방위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유럽 방산업계의 공급 수준으로는 단기간에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빠른 생산 능력과 납기 경쟁력을 갖춘 한국 방산이 대체 공급처로 부상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실제 수주 성과 발표나 양해각서 체결, 공동·현지 생산, 컨소시엄 구성 등 다양한 형태의 방산 협력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철옹성 같던 유럽 방산시장이 열리고 있다. 유럽 방산 제조업의 쇠퇴와 맞물려 한국이 혜택을 볼 수도 있는 만큼 계속 두드려야 한다"며 "방산은 국가 주도 사업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가서 세일즈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짚었다.

민 교수는 또 "얼마를 따왔느냐 수주액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방산 기업이 유럽·미국 기업과의 협업, 컨소시엄 구성, 현지 생산, 공동 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넓혀가는 과정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캐나다보다 한국에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나토와 EU가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율성을 확보하려 하지만 유럽의 방산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다만 정 교수는 "실질적 성과는 실무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적 수준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李-트럼프 소통 여부도 관전 포인트…쿠팡 문제 '불식' 필요

한편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쿠팡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소통이다. 미국 의회에 이어 백악관까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 대응을 '자국 기업 차별'로 규정하며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갈등 확산을 막을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한미 정상은 정식 회담이 아닌 '조우' 등 약식 소통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극히 제한적 의제에 대한 소통만 가능한 만큼, 쿠팡의 '주주'이기도 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사태가 한미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짧지만 유의미한 발언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두 정상의 조우를 통해 쿠팡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올해 한미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긴밀한 소통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쿠팡 사태로 인한 한미 관계를 불식하는 메시지를 준다면, 앞으로 주요 현안에 대한 한미 간 소통도 원활하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