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드론전사, '창'은 있는데 '방패' 가 없다…드론 방어 정책 구축해야

北, 러시아 기술로 드론 고도화…현대전서 전통적 방어 개념 무너뜨려
韓 드론 전략, 방어보단 공격에 집중…대드론 역량 키워야

대테러대응훈련(화랑훈련) 연계 국가중요시설 방호훈련에서 육군 제51보병사단 승리대대 장병들이 드론 공격을 제압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현대전에서 일상적·치명적 위협이 된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선 특정 병과에 국한하지 않고 전 장병의 대(對) 드론 능력을 보편적으로 향상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5일 오혜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이 작성한 '드론전 확산에 따른 전 장병의 대 드론 능력 향상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전쟁 등 현대전에선 드론의 활약에 따른 전통적 방어망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참호나 도심지 콘크리트 건물 등은 드론의 정밀 추격으로 좁은 입구 및 환기구까지 타격받는 방어 사각지대로 전환됐으며, '보병의 친구'로 불렸던 어둠은 드론에 탑재된 열상 카메라와 전자기 신호 수집 기능으로 이제 전략적 활용이 쉽지 않게 됐다. 소형 드론에 탑재 가능한 광대역 무선 주파수 탐지기는 장병 개인이 소지한 무전기, 스마트폰에서 발생하는 신호까지 포착해 장병들의 정확한 위치 좌표를 산출할 수 있게 됐다. AI 기반의 추적 알고리즘은 인간과 주변 자연 움직임을 구분해 탐지하며, 장애물 뒤로 숨더라도 이동 경로를 예측해 추적할 수 있다.

전통적 방어 개념 무너뜨린 드론…北, 러시아 지원으로 드론 능력 향상

드론의 상용화는 정면과 측면의 위협을 상정해 발전돼 온 전통적 방어 개념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드론은 머리 위에서 유탄을 수직 투하하거나 급강하해 방어 시설에서 가장 취약한 상부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전통적 참호는 방어적 기능을 일부 상실하고 상시적인 파편상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부상자 후송이나 탄약 보급 등 후방 지원조에 대한 공격도 빈번해지며 부대 운영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북한 역시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은 드론 획득 및 운용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이 2023년 9월 김정은의 방러 이후 자폭 드론과 정찰 드론을 제공받은 것을 계기로 빠르게 비대칭적 타격을 극대화하고, 러시아로부터 기술 이전을 활성화해 이들을 대량 생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북한은 러·우 전쟁에서 성과를 거둔 러시아의 '란셋'(Lancet) 드론 기술을 전수받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란셋-3의 경우는 AI 자율 타격 방식을 사용해서 통신 주파수를 차단하는 재밍(Jamming) 공격을 해도 사전에 입력된 표적을 끝까지 추적해 타격한다. 북한은 기존 방공망 및 재밍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광섬유 유도 드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북한이 지난해 9월 공개한 '금성' 계열 자폭 드론은 러시아 기술을 이전받은 것으로, 최전방 장병과 소부대에 실질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미국의 '글로벌호크'(MQ-4)와 '리퍼'(MQ-9)의 외형을 복제한 샛별-4형과 샛별-9형은 고고도 정밀 감시 정보를 공격 부대에 실시간 공유해 유기적인 협동 체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여기다 러시아 파병을 통해 터득한 드론 전의 교훈을 더하면, 북한은 상시적이고 실전적 위협으로 드론 운용성을 진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군 드론 전술, 공세적 운용에 집중…방어 능력 향상 위한 교리 필요"

이같은 상황에서 오 연구위원은 국방부가 미래 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9월 50만 드론 전사 양성 계획을 발표, 모든 분대에 최소 1대 이상의 훈련용 드론을 보급하는 등 전투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평가했다. 하지만 현재의 전술적 흐름이 공세적 운용에 치우쳐져 있기 때문에 대 드론 능력 향상을 위한 통합 교리를 세우고 필수 장비를 도입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대 드론 통합 정책을 제시하는 전략·전술 지침서 마련 △개별 장병의 대 드론 대응 위한 법적 근거 확충 △개별 장병의 드론 대응 교범 및 전술 정립 △저비용 고효율의 지능형 개인화기 및 웨어러블(wearable) 장비 도입 △합동 대 드론 교육훈련 인프라 마련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선 "모든 병사의 센서화"라는 미군의 드론 대응 개념처럼 대 드론 임무를 특정 병과에 국한하지 않고 보편적 임무로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 드론 생존 수칙을 교리화해 개별 장병의 생존을 위한 전파 관리와 시각적 은폐 방식을 표준화해 대 드론 대응 역량을 전군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오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선 드론 대응 원칙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2년 말 북한 무인기 침범 이후 세워진 '비례의 원칙'(안보 위협이 피해의 위험보다 크다면 드론 격추 등을 감행)을 세운 것처럼, 군사시설 및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선 드론에 대한 사격 및 무력화가 가능하게 하는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수동적 방어'와 '능동적 방어' 개념을 나눠 실제 전장에서 사용되는 드론 대응 교범 및 전술도 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론적 대응 방안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 장비 도입도 중요하다. 가령 미 육군의 경우 덴마크 기업인 '마이디펜스'(MyDefense)가 개발한 휴대형 대 드론 장비 '솔저 킷'(Soldier Kit)을 보병 분대 단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 중인데, 최대 6㎞ 밖에서도 드론을 탐지하고 전파 교란 주파수를 차단하는 재밍 기술이 탑재된 게 특징이다. 또 다른 도입 무기인 AI 기반 조준경 스마트 스코프 'SMASH 2000L'는 M4A1 소총에 부착 시 일반 소총수도 소형 드론을 정밀 격추할 수 있어 개별 병사도 대 드론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같은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오 연구위원은 제언했다.

오 연구위원은 "드론은 현대전의 모든 장병이 직면한 가장 일상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며 북한의 드론 전력 고도화 양상은 한국군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라며 "첨단 장비는 기술적 우위를 제공하지만 그 장비의 성능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실전적 훈련에 의한 장병 능력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합동 교육 인프라 구축 및 반복 숙달로 드론에 대한 실존적 공포를 이성적 대응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