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육군교육사령관 "사관학교 통합은 심각한 오판…원점 재검토해야"
"생도 때 합동성 교육은 걸음마 아이에게 마라톤 가르치는 격"
"육사 장성 이전은 저체온증 환자 외투 빼앗는 만행"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역대 교육사령관들이 정부의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 추진에 대해 "심각한 오판"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최평욱·오영우·박용득·김승광·이영계·한기호·박성규·황인무·김종배·윤의철·박상근·이규준 전 육군교육사령관은 3일 '사관학교 개편에 대한 역대 교육사령관 성명서'를 내고 "국방부의 사관학교 교육개혁안을 보면서 잘못 진단한 심각한 오판과 방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각 군 사관학교는 정예장교를 길러내는 산실"이라며 "사관학교는 일반 대학과 분명히 다르고, 투철한 애국심을 바탕으로 전인교육을 목표로 지·덕·체를 연마하는 과정을 거쳐 군의 중추가 될 장교를 키워내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사령관들은 또 "육·해·공군을 통합하는 것이 합동작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통합 또는 합동작전은 고급 사령부급 임무로서 군에서도 중령급에서 교육하고 있다"라며 "생도 때부터 합동성을 위한 통합을 한다는 것은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에게 마라톤을 가르치겠다는 것과 같다"라고 지적했다.
사관학교 통합이 우수 인재 확보의 해법이라는 논리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사관 생도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통합교육을 하고, 서울의 육사를 전남 장성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추위에 저체온증이 걸린 사람에게 입고 있는 외투마저 빼앗는 만행"이라고 비유했다.
특히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사관학교 입학 성적 하락을 개편 필요성의 근거로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작금의 군 인사가 희망이 없고,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 중론인데 통합을 하면 오히려 우수 인재를 끌어오기 불리하다"라고 했다.
이들은 국방대학교의 충남 이전 사례도 거론했다. 전직 사령관들은 "국방대학교를 충남 지역으로 이전한 후 교수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학생은 입학을 꺼리며 각종 세미나는 정작 서울에서 개최하는 기형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며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기 위해 육사가 전남 장성으로 간다면 모든 국민이 웃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서울 노원구 태릉에 있는 육군사관학교 화랑대 교정의 역사적 의미도 강조했다. 이들은 "현 태릉 지역의 화랑대 육군사관학교는 단순한 대학교 교정이 아니다"라며 "국가 공인 현충 시설 12개가 위치해 있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1기와 2기는 피난을 가지 않고 총을 들고 전선으로 달려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암산과 교정에서 싸우다가 213명의 전사상자가 희생된 호국의 피가 스며 있는 곳으로, 전적지이자 전사자의 추모공간"이라며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정신적 공간으로 보존돼야 할 곳"이라고 했다.
전직 사령관들은 "사관학교 교육체계의 완전 재설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걱정하는 국민들의 애국심을 헤아려 좀 더 심도 있고 정밀한 접근을 위해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되기를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해 1~2학년은 공통 교육을 하고, 3~4학년부터 각 군별 심화 교육을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안 장관은 그동안 합동성 강화와 우수 인재 확보 등을 사관학교 개편의 주요 명분으로 제시해 왔다.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오는 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관학교 통합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육사 출신인 국민의힘 한기호·임종득 의원과 안보단체 등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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