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현안 산적한데 '또 쿠팡'…7월 안보협의 개최 불확실
백악관 "韓, 쿠팡 표적 삼아" 날선 비판 제기
쿠팡 문제로 핵잠·원자력 협정 개정 협의 지연 반복 우려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정부가 올 하반기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 한미 안보 현안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쿠팡 사태가 또다시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3일 제기된다. 미 의회와 백악관이 한국이 자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고 압박하고 나서면서, 이달 추진 중인 한미 2차 안보협의 일정에도 차질을 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핵잠 및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범정부협의체 간 1차 실무협의를 통해 지난해 양국 정상이 합의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는 이번 달엔 미국 워싱턴D.C에서 2차 협의 개최를 추진해 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두 번째 실무협의 일정에 대해 "늦어도 이달 중에는 개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달 내에 2차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조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양국이 일정 조율을 위한 소통을 빠르게 진척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연내 핵잠 및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의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0월쯤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58차 한미안보협의회, SCM에서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를 설정하는 것도 정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 측이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쿠팡 문제가 다시 한미의 소통에 지장을 준다면 이 사안도 진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빠른 성과를 원하는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미 의회 및 백악관이 쿠팡 사태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로 또 이슈화한 것은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1일 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경쟁 차단: 미국인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35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차별이 심해졌으며, 이는 지난해 체결된 한미 무역 합의의 직접적인 위반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백악관도 한국 언론에 보낸 서면 논평에서 "한국 정부의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표적화'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어떤 합리적인 기준으로 보더라도 쿠팡은 한국 정부에 의해 표적이 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법사위 보고서 공개 직후에 해당 보고서에 사실과 다른 쿠팡 측의 주장만 담겼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반박에 나섰지만, 백악관이 다시 '표적'이라는 날 선 단어를 쓰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입장을 내면서 미국 측의 행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에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만큼, 미국 측이 이를 근거로 역시 팩트시트에 따라 이행 중인 안보협의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이 팩트시트를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도 비례적 대응을 한다는 논리를 세울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미국 측이 상반기에 실무협의 개최를 미루면서 앞세웠던 논리이기도 하다.
향후 미 의회가 추가 보고서를 공개하거나 관련 청문회를 개최한다면 워싱턴 조야의 여론 흐름이 한국에 크게 불리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교가에서 나오기도 한다.
정부는 그간 미국 측과 쿠팡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소통을 해온 만큼, 다시 이번 법사위 보고서의 내용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외교적 접근'을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쿠팡 문제에 대해 "한미 당국 간 어느 정도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며 "쿠팡이라는 기업이 한국 내 실증법을 위반한 게 있고, 여기에 대해 쿠팡과 우리 정부 내 관련 기관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면 된다"라고 말해 미국과 쿠팡 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에 일정한 조율이 이뤄졌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가 쿠팡 문제로 '국가 대 국가'의 합의를 지연시키는 것이 결국은 미국에도 유리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쿠팡 문제로 안보협의를 지연시키는 것은 안보·통상협의 전체 판을 흔드는 것이어서 미국 측에도 상당한 부담"이라며 "미 행정부는 개별 기업 문제보다 한국과의 안보·경제 협력이라는 더 큰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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