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예비군 지휘관 '정규직' 권고하지만…현장선 기간제 채용 논란

농협은행 IT센터, 예비군 중대장 기간제 채용 추진
국방부 "훈령에 '정규직' 명시했지만 민간기업에 강제 어려워"

국방부 깃발. 2021.6.4 ⓒ 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국가 선발시험을 거쳐 임명되는 직장예비군 지휘관이 실제 채용 단계에서는 1년 단위 기간제 근로자로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가 민간 기업의 채용 제도를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NH농협은행 NH통합IT센터 직장예비군 중대장 합격자를 둘러싸고 정규직 채용 여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해당 직위는 육군본부가 주관한 제78회 예비전력관리 업무담당자 선발시험의 직장예비군 중대장 공석에 포함됐다. 이후 진행된 NH의 채용공고에선 '전문직 기간제근로자 1명'으로 표시됐다.

이 직위의 근무 기간은 12개월이며, 내규에 따라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발시험 공고 단계에서는 직장별 고용 형태나 계약 기간 등 세부 근로조건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합격 이후 채용기관 절차에서 기간제 근로자 방식이 확인된 것이다.

직장예비군 지휘관은 평시 예비군 관리와 전시 동원 대비 업무를 맡는 자리다. 직장 소속 민간인 신분이지만 국가 선발시험과 군의 검증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 일반 민간 채용과 달리 국가가 선발 과정에 관여하는 만큼 응시자에게 고용 형태와 계약 조건을 보다 명확히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방부 '예비전력관리 업무담당자 인사관리 훈령' 제42조는 '각 직위별 직장예비군 지휘관의 신분은 정규직으로 하며, 일반직장 예비군 지휘관의 직급은 예비군법 시행령에 따라 부여할 수 있도록 직장의 장과 협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직장예비군 지휘관의 직급은 직장의 일반직급으로 부여하고, 처우도 동일 직급 일반직원과 동일하게 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훈령이 민간 기업에 직접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방부는 직장예비군 지휘관이 해당 직장의 직원인 민간인이고, 관련 훈령은 예비전력관리 업무담당자 인사관리에 관한 사무처리준칙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는 서울고등법원의 2021년 4월 8일 선고 '2020누53530' 판결을 근거로 직장이 해당 훈령에 따라 직장예비군 지휘관을 반드시 정규직으로 채용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훈령에는 정규직 원칙이 적혀 있지만, 민간 기업의 인사권과 내부 기준까지 직접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다만 국방부는 직장예비군부대의 안정적 지휘를 위해 훈령 제42조에 직장예비군 지휘관 신분을 정규직으로 명시한 취지를 해당 직장에 설명하고, 정규직 채용 협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농협은행 사례 외에 직장예비군 지휘관을 기간제로 채용하려 한 다른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NH농협은행 IT센터 중대장 합격자가 기간제 채용을 거부할 경우 다른 직장예비군지휘관 직위로의 재보직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훈령상 원칙과 현장 운영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국가가 선발시험을 통해 적격자를 가려내면서도, 응시자는 합격 이후에야 실제 고용 형태와 계약 조건을 알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가 민간 기업의 인사권을 직접 강제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선발공고 단계에서 직장별 고용 형태, 계약 기간, 정규직 전환 가능성 등을 명확히 공개하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