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 해체로 권한 커질 국방부조사본부…통제 방안은?
조사본부, 계엄 여파·방첩사 해체로 사실상 軍 수사권 독점
민간 '수사심의위' 운영도 방법…"정당성·수용성 있는 통제 필요"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와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의 해체 및 기능 분산 작업으로 군 수사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 국방부조사본부(이하 조사본부)가 비대해진 권한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29일 군에 따르면 조사본부는 최근 '군 수사 기능 민주적·제도적 통제 체계 발전 방향 연구'를 용역 발주하고 연구 수행 기관을 모집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연달아 이뤄진 방첩사의 내란·외환 수사, 안보 수사권을 조사본부로 이관하면서 비대해진 군사경찰의 수사권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연구로 풀이된다.
앞서 국회는 지난 1월 군의 내란, 외환, 반란, 이적 등 수사권을 방첩사에서 군사경찰로 넘기는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방첩사가 연루된 사실이 확인되고, 내란·외환죄로 수사받을 방첩사 관계자들이 방첩사의 권한에 따라 '셀프 수사'를 진행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국방부는 지난 10일 방첩사를 해체하면서 안보수사 기능을 조사본부로 옮기고, 방첩·방위산업 관련 정보 활동과 사이버보안 업무는 새로 창설하는 국방방첩본부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군단급 보안감사와 보안사고조사 등 군내 보안업무는 '국방안보지원단'이 맡을 예정이다.
조사본부는 "정부는 '국민의 군대를 위한 민주적·제도적 통제 강화'라는 국정 과제에 따라 안보수사 기능을 조사본부로 이관하는 등 군 정보기관을 개편하고 각 군 수사 기능을 조사본부로 통합하는 군 사법 개혁을 추진 중"이라며 "군 수사 기능의 일원화와 책임성 강화를 통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구조 개혁이지만, 조사본부로의 권한 집중에 따른 통제 체계 필요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월 민관군 특별합동자문위원회는 각 군 수사기관을 국방부 장관 직속으로 통합하고, '민군관계기본법'(가칭)을 제정해 문민통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또한 같은 달 이뤄진 조사본부 업무보고에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근본적 쇄신과 민주적·제도적 통제가 가능한 체계로의 전환"을 강조한 바 있다.
조사본부는 "국방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통제 방안을 설계할 경우 효율성 중심 설계로 인해 통제 기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고, 국민·언론·국회의 관점에서 신뢰를 확보하기에 부족한 구조적 한계가 있다"면서 "외부 전문가와 제도 비교 분석을 포함한 정책연구를 통해 정당성과 수용성을 갖춘 통제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조사본부는 주요 연구 과제로 △군 수사권 조정에 따른 구조 변화와 이에 따른 위험요인 분석 △국내외 수사기관 통제모델 비교 △수사권 통합에 따른 군검찰·군사법원과의 업무 관계 개선방향 등을 지정했다.
국방부는 방첩사 기능 분배와 관련해 방첩사의 안보수사부서를 그대로 조사본부로 옮기는 한편, 조사본부 내부 일부 인력도 안보수사부서로 이동시켜 임무를 부여할 예정이다. 조사본부는 최근 안보수사부서 이동 희망자를 받아 교육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선 그간 안보수사를 해본 경험이 없는 조사본부 인력이 방첩사 인력과 어우러져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군사법원법 개정 이후 내란·외환죄 수사권이 조사본부에 부여됐지만 내란특검 인계사건 수사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같은 맥락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조사본부는 이번 연구에서 안보수사 이관 및 수사 기능 통합에 따른 군사경찰의 구조 변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권한 집중에 따라 예상되는 위험 요인 등 짚어달라고 요구했다.
또 국회, 감사원, 민간 기구가 참여하는 통제구조를 설계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군 감찰 강화, 신상필벌 규정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를 요청했다.
국방부는 최근 조사본부 권한 강화에 따른 내부 감찰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현행 '본부장-차장' 체계를 '본부장-참모장-감찰실장'으로 개편하고, 감찰실장에는 △2급 이상 군무원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 공무원 △고위감사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 공무원을 임명하는 내용의 '국방부조사본부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황이다.
조사본부 견제 기구로는 현재 경찰과 검찰에서 운영 중인 '수사심의위원회' 제도도 고려될 전망이다.
경찰 수사심의위원회는 고소·고발인, 피해자,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이 수사권 남용 또는 수사 지연, 부당한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 민간 전문가들의 심의와 자문을 받는 기구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사권 남용, 기소 여부 판단, 수사 진행 또는 중단과 관련해 자문한다.
두 위원회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가지고 있지만 국민 눈높이에서의 수사 공정성을 평가받고 권한 남용을 방지,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조사본부는 이번 연구용역에서 군사경찰과 군검찰의 수사관할 설정 문제, 국방부 법무 기능과의 관계 재설정, 군사법원과의 업무처리 절차에 대한 앞으로의 개선 방향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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