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은 양자기술·국방 연계 속도…"한국도 통합 거버넌스 구축해야"
GPS 없이 탐지·도청 땐 정보 파괴…미래전 게임체인저 부상
한국, 입법 시도 있었지만 성과 미미…제도적 기반 다져야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한국이 미래 전장의 안보 패권을 좌우할 양자기술과 국방 분야의 연계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27일 김동진 한국국방연구원(KIDA) 군사발전연구센터 연구위원이 작성한 '국방 양자 거버넌스를 향하여: 양자 이니셔티브 법안의 함의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양자기술은 크게 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센서로 구분된다.
양자 컴퓨팅은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양자역학적 특성을 활용해 기존 슈퍼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군사 암호 해독, 워게임 시뮬레이션, 작전 최적화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자 통신은 양자를 측정하는 동안 교란이나 복제가 어렵다는 원리를 활용해 해킹이나 도청 시도가 있을 경우 정보가 곧바로 파괴되도록 설계된 방어 체계다. 국방 분야에서는 군 지휘통신망과 핵심 데이터 링크의 보안성을 높이는 데 활용될 여지가 크다.
자기장, 중력, 가속도 등 미세한 물리량을 측정하는 기술인 양자 센서는 GPS 신호 수신이 불가능한 지역이나 기존 레이더망을 회피하는 스텔스 표적을 식별·탐지하는 데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기술은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기술이 완성될 경우 기존 무기체를 무력화하고 보안·탐지·정보 분야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은 이미 양자기술에 국가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양자이니셔티브법(NQI Act)을 제정해 범정부 차원의 양자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중국도 제13차 5개년 계획부터 양자기술을 중대 과학기술로 지정하고 국가적 연구 역량을 집중해 왔다.
중국은 양자컴퓨팅 등 일부 분야에서 미국과 대등하거나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스텔스 전투기 탐지가 가능한 '초저잡음 단일 광자 검출기'와 협곡 등 장애물이 많은 험지에서도 휴대하며 교신할 수 있는 '소형 양자통신 장비' 등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한국 역시 이 같은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이 추진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양자기술이 적용되는 국방 사업에 대해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입찰 공고 이전 단계에서 사전 검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연구위원은 이 같은 조항이 국내 법제상 방위사업법에 따른 획득사업과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에 근거한 연구개발 사업을 핵심 대상으로 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단편적인 입법 시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처럼 조정 기구, 국가 전략 로드맵, 민관군 자문 체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국방 양자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NQI Act를 통해 범정부 차원의 양자 연구개발·조정체계를 법제화하고, 매년 제정되는 국방수권법(NDAA)과 연계해 국방 분야 양자기술 연구개발을 지시하고 있다. 또한 각 군이 자체 양자연구센터를 설립해 민간 및 공공 조직과 장기 협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있다.
중국은 허페이를 중심으로 대규모 연구 인프라와 재정 투자, 핵심 인재를 집중시키고 이를 중국인민해방군의 작전 요구 성능과 직접 연계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플래그십 사업과 유럽방위기금(EDF)을 통해 회원국 간 군사적 응용 연구를 지원하고, 연합훈련에서 실증 운용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선진국들의 양자 거버넌스는 강력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 패키지를 구축하고, 초기 단계부터 국방 수요를 긴밀히 편입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라며 "반면 한국은 개별적인 양자 연구개발 과제는 많지만 이를 통합 관리할 체계가 없고, 국방 분야로의 실질적인 적용 역시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자기술의 국방 적용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나 일반적인 연구개발이 아니라, 군의 미래 구조에 고위험·고불확실성 기술을 통합하는 고도의 과정"이라며 "인공지능(AI) 등 혁신 전략기술 도입 사례와 마찬가지로, 기술의 전 생애주기 관리와 위험 기반 접근법, 그리고 통합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양자기술이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안보 전략자산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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