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선박 종전 후 11척 탈출…호르무즈 열고 '통항료' 부과 포석 두는 이란
MOU 체결 일주일여 만에 11척 탈출…남은 선박 13척
이란, 나무호 사건 '유야무야' 기대할 수도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였던 한국 선박들이 속속 해협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MOU 체결 전 24척이던 호르무즈 해협 체류 우리 선박은 25일 기준 13척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다만 이란이 미국과의 종전 협상이 끝난 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를 부과하기 위해 60일간의 협상 기간 동안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국에게는 'HMM 나무'호 피격 사건을 더 이상 외교 이슈로 불거지지 않게 해달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전쟁 발발로 우리 선박 26척이 호르무즈 해협에 장기간 발이 묶였다. 그러다 지난달 20일 HMM의 원유운반선인 '유니버설 위너'호가 전후 처음으로 해협을 탈출한 뒤, 이달 10일에 1첫의 LNG 운반선이 해협을 빠져나오며 조금씩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19일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가 체결된 이후 22일에 2척, 24일에 4척, 25일에 5척이 해협에서 탈출하는 등 미·이란 간 협상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는 것과 무관하게 불안정한 해협 일대의 긴장은 상당히 완화한 기류다.
현재 해협 내측에 남아 있는 우리 선박은 13척이다. 이 가운데 수리 중인 1척을 제외한 12척은 유관국 협의와 선사별 운항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통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이란 외교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우리 선박의 탈출과 관련해 이란 측의 안전 보장 등의 논의를 해오고 있다. 당초 해협 내에 갇힌 전 세계 1000여 척의 선박이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한국 선박의 '우선순위'가 낮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란 측이 한국 선박의 이동에 대해 우호적이고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이는 남은 13척의 선박도 순차적으로 안전하게 해협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쟁 과정에서도 이란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온 것이 우리 선박의 예상보다 빠른 탈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란이 향후 재건 사업 참여를 고리로 한국에 일정한 반대급부를 요구하거나, '나무호 사건' 등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을 이란에 유리하게 관리하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그간 우리 정부가 이란과의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려고 노력한 것이 일정 부분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점들이 현재 이란이 한국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배경 중 하나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란 역시 향후 재건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만큼 관계를 관리하려는 유인이 있다"며 "이란은 향후 협상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측면이 분명히 있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상황이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상정하는 '정상화'의 기준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 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끝난 뒤 상황이 문제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자유통항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란은 자국이 설정한 절차와 통제 하에 선박 운항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지정학적 주도권을 자국의 이익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종전 MOU'에서 완전한 종전을 위한 60일간의 협상 기간 중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되,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이는 60일 후 혹은 협상이 종결된 뒤엔 이란의 통행료 부과가 가능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까지 이란의 통행료 부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 때문에 향후 이란의 행동에 따라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자유통행 문제가 양국의 예민한 현안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권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이번 MOU 역시 해협 통항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이어 "일각에서는 '이란이 핵보다 더 강력한 카드를 찾았는데, 그것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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