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원하는 캐나다, 대서양에 머물까 태평양으로 향할까[한반도 GPS]

CPSP 수주, 캐나다의 '안보 정체성' 가늠하는 지렛대 될 것
유럽과 협력 강화냐, 새로운 기회 모색이냐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왼쪽 두 번째)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CPSP 사업에 제안한 장영실함 모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한국과 독일 모두 성능은 충족했습니다. 문제는 경제적 이익입니다."

최근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청장이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입장입니다.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신형 디젤 잠수함 12척으로 교체하는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됩니다. 현재 이번 수주전은 한국의 한화오션(042660)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의 2파전으로 압축된 상태입니다.

퓨어 청장이 '경제성'을 핵심 기준으로 제시하긴 했지만, 그 이면에 깔린 지정학적 안보 프레임을 간과할 순 없습니다. 이번 선택은 캐나다가 기존의 대서양·북극해 중심 안보 체제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파트너십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이정표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캐나다의 전통적인 해양 안보 영역은 대서양과 북극해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부상하면서 전반적인 안보 환경이 변했습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우방국들에 대(對)중국 전선 참여를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기존의 경제·산업적 연결고리를 자국 이익에 맞춰 임의로 차단하는 등 공급망을 안보 이익을 위한 '인질'로 삼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캐나다 역시 이를 대체할 인태 지역 내 경제·안보 파트너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아내리며 북극항로가 급부상하자, 이 해역을 선점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진출을 막아내야 하는 안보적 과제도 추가됐습니다. 과거에는 인접국인 미국과의 동맹에만 의존해 이를 해결했으나, 미국의 '각자도생' 기조와 중·러의 북극 압박 속에서 캐나다 스스로 독자적인 '전략적 행위자'로 나서야 하는 환경이 조성된 셈입니다.

캐나다 정부가 올해 2월 국가안보와 경제 성장을 결합한 '국방산업전략'(DIS)을 사상 최초로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방산 문제를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닌 국가 안보, 기술 주권, 경제 성장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겁니다. 이번 CPSP 사업 평가 역시 이 전략에 근거해 평가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해당 전략의 핵심은 '자체 생산–파트너십–구매'(Build-Partner-Buy) 원칙입니다. 핵심 역량 등에 대해선 국내 제조를 최우선으로 하되, 기술적 난도가 높아 독자 건조가 불가능할 경우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합니다. 완제품을 해외에서 구매해야 할 때는 파격적인 국내 재투자안과 독자적인 작전 통제 및 유지·정비·보수(MRO) 권한 보장이라는 엄격한 조건을 전제로 한다는 방침입니다.

만약 캐나다가 기존의 안보 역할을 유지·강화하는 데 무게를 둔다면, 대서양 중심의 유럽 우방국들과의 연대를 선택하며 독일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일 TKMS는 이미 독일과 노르웨이로부터 차세대 잠수함(Type 212CD급)을 수주해 제작 중입니다. TKMS가 CPSP 사업에 참여하며 제안한 기종이기도 합니다. 독일은 만약 캐나다가 자국 모델을 도입할 경우 북극해와 북대서양에서 총 24척 규모의 '연합 함대'를 공동 운용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경우 캐나다는 유럽 우방국들과 군수·정비 체계를 공유해 장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이미 NATO 재래식 잠수함 함대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독일 인프라와 결합해 단기간 내에 높은 상호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방산 수요를 다변화하고 독자적인 해양 투사력을 확보하려 한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파트너인 한국이 대안입니다. 한국은 이미 폴란드 등 주요 NATO 국가에 자주포, 다연장로켓, 탄약 등 재래식 무기를 신속하게 공급하는 인태 지역의 핵심 공급처로 부상했습니다. 한국산 잠수함을 선택한다는 것은 캐나다가 방산 공급망의 글로벌 네트워크 안으로 발을 디디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나아가 이번 CPSP 수주는 양국 간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캐나다로서는 기존 유럽·북미 산업 파트너에 치중하던 구조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첨단 공급망 진입로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셈입니다.

결국 이번 수주전의 결과는 캐나다가 향후 자신의 지정학적 정체성을 어디에 둘 것인지 가늠하는 지렛대입니다. 익숙한 대서양 체제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태평양이라는 새로운 미래로 발을 디딜 것인가. 캐나다 정부의 최종 선택에 차세대 안보 지형의 변화를 주목하는 각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