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환골탈태' 나선 北…·태평양서 美 견제·대만 문제 개입 강화 포석
최신 구축함 '최현'호 서해함대에 취역…동해에는 핵잠 배치 예정
북중 '군사 협력' 일환 가능성…동해서 북중러 훈련 가능성도
-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북한이 지난해 진수한 5000톤급 신형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를 해군에 취역한 사실을 밝히면서 '연안 해군'을 넘어 태평양 등으로 진출하는 '대양 해군'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최현호 취역 공개는 북한이 중국과 대만의 갈등에 있어 중국을 돕기 위해 보다 많은 역할을 맡고, 원양에서의 작전 능력을 높여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24일 나온다.
이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정상회담에서 북중 군사 협력 강화가 합의된 만큼, 북중 혹은 북중러 연합훈련이 해군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현호는 북한이 지난해 4월 진수한 5000톤급 신형 구축함으로, 북한 해군이 보유한 전투함 중 배수량이 가장 많은 대형 함선이다. 북한은 이 함정에 수직발사체계(VLS)를 적용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전략순항미사일과 각종 유도무기를 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해군 현대화와 핵무장화의 상징으로 선전해 왔다.
김 총비서는 취역식에서 "우리 해군이 연안 방어의 무력으로 존재하던 시기는 이제는 엄연한 과거가 돼버렸다"며 "해군은 전략적 수단을 갖춘 군종으로 당당히 성장하고 있으며 해군의 핵무장화는 자기 리정(이정)을 정확히 밟아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김 총비서 스스로 과거의 해군 전력이 실전용이 아님을 인정함과 동시에, 이제 '컴플렉스'를 벗어날 수준의 향상을 이뤘음을 과시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이어 "조선인민군 해군에는 자기의 전함들을 목적하는(원하는) 임의의 수역으로 진출시킬 항속력이 주어졌으며 적수국의 군사 자산들과 기지들이 전개돼 있는 수역들에 대한 순시와 선제 구축의 의무가 부여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최현호의 성능이 '원하는 곳에 적시에 진출'해 적에게 경계 대상이 될 만하다는 뜻임과 동시에 실제 관련 작전을 전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김 총비서는 "최현호에 이어 '강건'호도 곧 작전에 투입할 것이며 뒤따라 1만 톤급 전략함선들도 연속 바다에 띄우려고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직 개발하지 않은 1만 톤급 함선의 건조가 곧 시작될 것임을 의미한다.
강건호는 최현호의 자매급 구축함으로, 지난해 5월 동해의 함경북도 청진항에서 열린 진수식에서 좌초돼 진수가 미뤄지는 사고가 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북한은 좌초된 배를 복구해 한 달여 만에 진수식을 다시 진행했으며, 김 총비서는 이달 초 딸 주애를 데리고 강건호의 항해 시험을 직접 참관하며 이른 시일 안에 취역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중 하나로 원자력(핵)추진잠수함과 수중 발사용 핵전략무기의 개발을 제시한 뒤 해상 무기체계 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특히 김 총비서는 지난 2023년 8월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전대를 시찰하고 해군사령부를 연이어 방문하면서 해군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김 총 비서의 해군 단독 시찰은 2016년 이후 처음이었다.
같은 해 9월 노동신문은 첫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의 진수 사실을 공개하면서 해군력을 자랑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디젤 연료 기반 재래식 잠수함인 김군옥함에 핵탄두 탑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발사관(VLS) 10문이 탑재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 총비서의 해군에 대한 관심은 같은 해 러시아 방문 일정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그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태평양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러시아 해군의 전략핵잠수함, 항공대 등 최신 무기를 둘러보고 구축함 '샤포시니코프 원수함'도 시찰했다. 김 총비서의 방러 일정에는 강순남 국방상, 김명식 해군사령관도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북한은 지난해 12월 8700톤급 핵추진잠수함을 건조 중인 사실을 밝히면서, 이 잠수함에서 핵탄두 탑재 '전략 유도탄'을 발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북한 해군의 첨단 무기 개발 속도와, 김 총비서가 해군의 원양 작전 능력 강화를 공개적으로 주문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대만해협과 태평양까지 해군의 활동 반경을 넓히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해함대를 통해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 유사시에 북한의 해군력을 투입해 중국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출해 미국에 대응하는 북중 밀착을 과시하고, 동해함대를 통해서는 태평양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해군력에 대응할 역량을 갖추며 해군이 북한이 추구하는 역학관계 변화에 주요 '플레이어'가 된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동해함대의 역량은 블라디보스토크를 모항으로 삼는 러시아의 태평양함대와의 협력을 통해 빠르게 발전할 여지가 있다.
실제 시진핑 주석은 이달 8일 평양에서 열린 김 총비서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외교, 법 집행, 군대 등의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군사교류 언급이 미중 갈등의 주요 사안인 대만 문제에 있어 북한의 지지를 원한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대만에서 미국과의 무력 충돌이라는 유사시를 대비해 북한의 외교적 지지를 넘어 군사 지원까지 기대한다는 의중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당장 북한의 해군력이 '실전용'이 아니라고 해도, 일단 중국과 러시아에 그들과 함께 작전할 해군력을 보유했다는 믿음을 주는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원자력잠수함과 신형 구축함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우리도 당신들과 같이 작전할 수 있을 정도의 해군력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중 정상회담에서의 군사 교류 합의는 중국이 북러 밀착을 적절하게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실제 군사기술 교류와 연합훈련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다만 북한이 해군력을 증강하더라도 미중 관계 등 동북아에서의 역학관계와 북한의 내부 상황 등을 고려하면 동해에서 북중러가 즉각적인 군사훈련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한 발언을 자제한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과 연합훈련을 단행해 굳이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밀착을 한다면 인적 교류 등 연성 협력부터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양 연구위원은 "중국 해군 전력이 마음만 먹으면 동해 공해상을 통해 원산 등에 기착해 연합훈련을 하고 장기적으로 순환배치식으로 군사협력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이 단계까지 가기엔 상당한 협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예상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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