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립유공자 공적 재평가 방안으로 '훈격 조정'보다 '신규 포상'

보훈부 '독립유공자 공적 재평가 포상 심사기준 공청회'
신규 공적 평가해 '훈격 추가' 방식…행적불명자 평가 필요성도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공적 재평가와 심사기준 공청회에 참석하여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23 ⓒ 뉴스1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국가보훈부가 1970년대 이전 대통령장(2급), 독립장(3급)을 받은 일부 독립유공자들을 우선 대상으로 새롭게 발굴한 공적을 기준으로 훈격을 새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독립운동가 공적 재평가를 진행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국가보훈부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독립유공자 공적 재평가와 포상 심사기준 공청회'를 열었다. 보훈부는 정부가 마련한 공적 재평가 추진 방향을 밝히고 학계와 독립유공자단체 등의 의견을 청취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독립유공자 공적 재평가 및 포상심사 기준 공청회를 준비하며 많은 분들로부터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 같다, 감당할 수 있겠냐'는 걱정을 많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언제까지 미룰 수 없다, 한번은 제대로 논쟁하든 공론화하든, 미완으로 덮든 이야기부터 하자 해서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권 장관은 "독립유공자는 맞는데 해방 이후 행적이 불분명한 행적 미상자는 일단 훈장을 주고, 훈장을 줘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발생할 때 다시 서훈을 무효화 하면 안 되나. 국민주권 정부에서는 일단 (서훈을) 주는 방향으로 큰 틀에서 가닥을 잡았다"라고 말했다.

첫 발제를 맡은 이동일 국가보훈부 공훈심사과장은 보훈부가 마련한 공적 재평가 추진안을 발표했다.

이 과장은 "재평가 방안은 기존 훈격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 공적을 새로 평가해 훈격을 추가 부여하는 방법"이라며 "현행 상훈법상 동일 공적에 중복 수여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기존 공적에 새로 발굴·확인된 공적을 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이어 "모든 독립유공자를 재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독립유공자 기념사업회, 언론 등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하거나 재평가를 요구한 인물을 중심으로, 심사 당시 자료와 연구가 부족했던 1970년대 이전 수훈자 중 대통령장(2등), 독립장(3급) 수훈자를 우선 재평가 대상으로 선발했다"라고 설명했다.

보훈부는 1977년 건국포장 최초 수여로 시작한 대규모 훈격 조정, 1990년 상훈법 개정에 따라 애국장(4급)·애족장(5급) 신설과 이에 따른 전반적인 훈격 상향 조정이 이뤄지면서 평가를 받은 경우는 비교적 최근 연구 결과와 사료를 바탕으로 재평가가 이뤄진 만큼 우선 심사 대상자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보훈부가 우선 심사 대상자로 선발한 인원은 총 12명이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장 수훈자 중 우선 재심사 대상은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이상재 선생△대한민국임시정부의 김동삼·박은식·이동녕 선생 △의열단의 김상옥 의사 △헤이그 특사의 정사(正使) 이상설 선생 등 6명이다.

독립장 수훈자 중 심사 대상자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인사인 이상룡·최재형 선생 △대종교의 나철 선생 △대한광복회의 박상진 의사 △무정부주의 운동가 원심창 의사 △외국인 독립운동가 호머 헐버트 등 6명이다.

보훈부는 신규 발굴 공적을 바탕으로 재평가해 이들에게 대한민국장(1급)을 새롭게 일괄 포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공적 재평가와 심사기준 공청회에 참석하여 이종찬 광복회장 및 주요내빈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23 ⓒ 뉴스1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경목 충남대학교 국사학과 교수는 독립운동 행적은 있으나 그 이후의 행적 미확인자의 포상 방안을 제언했다.

박 교수는 "독립운동 공적이 자료로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친일, 분단에 따른 월북, 또는 행적 불분명을 이유로 포상이 안 된 3800여 명"이라며 "앞으로도 이같은 심사 보류자가 나올 텐데 지금 기준대로라면 결격 사유가 확인되지 않고, 사후 행적이 불분명하더라도 포상을 못 받는 분들의 명예를 회복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광복 이후 분단과 한국전쟁이란 격동이란 역사적 특수성을 앞으로의 포상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결격사유가 확인되지 않을 시 적극적으로 포상을 허용하되, 행적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하고 결격사유가 사후에라도 발견될 경우 포상을 취소 절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해동 한양대학교 교수는 일제로부터 처벌받은 것을 기준으로 하는 등 배제적 기준으로 독립유공자 포상 대상자 구분하지 말고 문화, 언론, 학생운동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포상 대상을 넓히자는 의견을 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일제 조선총독부 검사국에 수리된 3·1운동 가담자는 총 1만 9000여 명 중 유죄가 확정된 인원은 7816명이고, 이 중 정부 포상자는 6667명이다. 윤 교수는 약 1만 1000여 명은 3·1운동 참가 사실은 확인되지만 처벌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독립유공자 포상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이라며 이들을 포상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3·1운동은 '면장들의 3·1운동'이라 할 정도로, 구장·면장·면서기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이중적 존재로 '구조적 강제' 속에서 지역의 조선인 대표라는 측면과 일본의 말단 행정 보조라는 측면이 있다"면서 "3·1운동 전후해서는 동·면 주민의 대표성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종합토론에서 장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서훈 요건 완화 발표의 '구조적 강제' 표현은 논란이 여전하고, 어쩔 수 없이 했다더라도 일제 식민지 체제를 유지하고 연장하는데 자의든 타의든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면서 "독립운동가에게 조금의 흠결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현재의 평가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