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당국자 "호르무즈 통행료 인정 안 돼…우리 선박 안전 확보 우선"
"3000억 달러 중동 재건사업 참여 논의는 시기상조"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정부가 향후 이란이 부과할 가능성이 있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통항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따라 거론되는 3000억 달러(약 453조원) 규모의 대(對)이란 민간 재건사업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칙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내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통행료를 내게 되면 국제무역이나 국제법 질서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는 국가들이 많다"며 "우리 같은 자유무역 국가로서는 통행료는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제 해협 중에는 통행료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 요금을 받는 사례가 있다"면서도 "국제 해협에 통행료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과 미국은 종전 MOU를 체결하며 완전한 종전을 위한 60일간의 협상 기간 중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되,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60일 후 이란의 통행료 부과를 사실상 용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당국자는 이란 측의 소행으로 파악되는 'HMM 나무'호 피격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란 측에 재발 방지 필요성을 전달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나무호 사건의 해결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통항 정상화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의 분명한 입장과 재발 방지 필요성을 전달했다"면서도 "지금은 이 문제를 접어두고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우리 선박 22척이 빨리 나오게 하고,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항행을 확보하는 것이 더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남아 있는 우리 선박의 안전 확보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의 통화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외교부는 미국과 이란의 MOU 타결 가능성이 제기되기 이전부터 종전 이후를 선제적으로 대비해 왔다"며 외교부 내 '한·중동 포괄적 경제협력팀'을 설치하고 중동 각국의 맞춤형 협력 수요를 발굴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향후 이란의 재건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준비를 해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MOU에는 전후 이란 지역의 복구와 경제 재건을 위한 대규모 민간 투자 구상이 포함됐다. 이 구상은 약 3000억 달러(약 450조 원) 규모로, 전쟁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이란과 중동 지역의 발전소·송배전망·도로·철도·항만·공항·석유화학 시설 등 핵심 인프라 복구를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동 국가들과 미국, 유럽, 아시아 민간 자본이 참여하는 방식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건설·엔지니어링·에너지 기업들의 관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재건사업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가) 아직 너무 초보 단계"라며 "우리에게 정식으로 기금 요청이 들어온 것도 없고 아직 재건 기금 투입 문제까지 진도가 나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전쟁이 끝나면 당연히 복잡한 문제들이 제기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로서는 이란이나 이라크 등과 협력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검토하고 관련 국가들과 협의를 미리부터 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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