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재봉쇄' 선언…"실제 통행 제한 여부는 별개"

한국 선박 24척 통항 불확실성 재확대…미국은 '봉쇄 증거 없다' 반박
전문가 "선언만으로도 운항 위축…협상 지렛대로 반복 활용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2026.06.1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통항 재개를 기대하던 선박 운항에 다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란의 선언과 실제 통항 제한은 별개의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고,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 카드 성격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2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다.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 발효 이후 통항 절차가 재개된 지 이틀 만이다.

이란은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종전 MOU 위반을 내세웠다. 17일 체결된 MOU 제1조에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주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공습을 이어가면서 합의가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하탐 알안비야는 이를 '적들의 공약 불이행에 대한 첫 번째 단계 대응'이라고 규정하며 추가 조치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실제 봉쇄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선박들이 정상적으로 통항하고 있다고 밝혔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봉쇄됐다는 증거는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우리 정부 역시 실제 봉쇄 집행 여부를 확인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란이 폐쇄를 선언한 것과 실제 통항이 제한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도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재봉쇄 선언으로 종전 MOU 이행 초기 국면의 긴장이 고조됐지만, 미국과 이란은 예정대로 협상 일정을 유지하고 있다. 양측은 현지시간 21일부터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면 실무회담을 열고 핵 문제와 레바논 휴전 이행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란이 재봉쇄를 선언하면서도 협상 대표단을 제네바에 보내 후속 협상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협상 결렬보다는 협상력 극대화를 위한 압박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봉쇄'보다 '불확실성'…선박·보험 시장 촉각

이번 재봉쇄 선언은 실제 군사적 조치 여부와 별개로 해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이란이 통항 신청 절차를 재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대기 중이던 한국 관련 선박 24척의 순차 통항 기대가 커졌지만, 이번 선언으로 운항 계획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선언 자체만으로도 압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란이 실제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더라도 선박과 보험사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며 "공식적인 통과 보장이 없는 한 재봉쇄 선언만으로도 운항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해상 교통로라는 점에서, 봉쇄 선언 자체가 시장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MOU 위반 '공방' 속 힘겨루기…호르무즈 협상 지렛대 부상

이번 재봉쇄 선언은 종전 MOU 이행 책임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 힘겨루기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박 교수는 "이번 전쟁을 통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카드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향후 협상 과정에서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로 반복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대응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휴전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는 없다"고 밝히면서도 "합의가 최종 타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란의 통행료 부과 가능성을 견제하는 동시에 협상 결렬 시 추가 압박 수단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관건은 이란의 재봉쇄 선언이 실제 통항 제한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이란이 통항 신청 접수 등 행정 절차를 유지하며 압박 수위를 조절할지, 실질적인 선박 통제 조치로 나아갈지에 따라 제네바 기술적 회담의 향방도 달라질 수 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