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총동창회 "사관학교 졸속 통폐합 우려…공론화·숙의 필요"

"객관적 연구·검증 결여한 채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통폐합"
총동창회장 "안규백, 경험 없어 무슨 일 하는지 몰라" 비난

육군사관학교 제81기 졸업 및 임관식 모습. 2025.2.27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 및 '국군사관학교' 건립을 두고 "졸속 통폐합"이라며 "공론화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육사 총동창회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2028년을 목표로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 방침을 확정하고 급박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총동창회는 "국방부는 객관적인 연구나 군사학적 검증, 관련 분야 전문가와 진지한 소통을 결여한 채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사관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사관학교 개편안은 단순한 행정구역 이전이나 교육기관 통폐합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예 장교 양성은 첨단과학기술전으로 진화하는 전장에서 국가 생존과 직결된 중대사"라며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사전 검증을 위한 공론화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총동문회는 입장문과 함께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통합사관학교가 "각 군의 특성을 고려한 전공이 상이해 기초과정 교과 구성이 곤란하다"면서 "통합 교육 2년 후 군종을 선택할 경우 군별 특화 전공 선택과 교과과정 연계가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공군사관학교의 경우 현재 4년 교육과정에서 신체 관리부터 공중적응훈련, 군사훈련, 전공 실습 등으로 교과 과정이 짜여 있어 사관학교 통합 이후 이를 재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동문회는 현재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를 지방으로 이전하고 해당 부지의 활용 문제를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육군사관학교에 인접한 태릉골프장(태릉CC)과 과천 경마장, 방첩사령부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육군사관학교를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태릉골프장과 묶어 주택 공급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총동문회는 "태릉 육사 부지는 지난 80년 대한민국을 수호해 온 군 리더를 양성한 호국간성의 요람이자 안보 거점"이라며 "국군의 창설지이자 호국 정신 발현의 성지 위에 구축한 국가 안보의 인프라임을 고려해 최선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사 지방 이전 시계를 멈추고 원점에서부터 투명하고 객관적인 공론화 과정을 시작할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라고 덧붙였다.

박판준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사관학교 통합연구 용역을 주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국방부에 사관학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얼마나 절차를 무시하고 성급히 하는지 보이는 것"이라며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경험이 없어서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박 회장은 "(사관학교 통합이) 끝나고 난 다음 누가 그 일에 사인을 했고, 그 돈을 집행하는 데 노력했는지 우리가 추적해서 손해배상청구까지도 한번 해볼까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육사생도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국방의 미래를 지키는 시민연대'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사관학교 통합 및 학교의 지방 이전 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학업과 훈련에 매진해야 할 생도들과 가족들에게 이유 모를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회의감을 안겨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지도자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혹은 정략적인 토건 논리를 앞세워 호국의 간성이 자라나는 요람을 밀어내고 국방을 이끌어갈 근간을 흔들어 생도들에게 자괴감과 패배 의식만 심어주는 이유 없는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사관학교 통합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도일규 전 육군참모총장(육사 20기)을 비롯한 역대 육군참모총장 13명도 이날 한 일간지에 성명을 내고 "각 사관학교의 특수성이 반영된 교육체계를 존중해야 하며 사관학교 통합과 합동성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국가안보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문제로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