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사라지나…2040년 한국군이 마주할 현실[한반도 GPS]

인구절벽 심화에 병력 감소로 병사 줄어든다…軍, '계급 축소' 추진
병사 중심에서 전문간부 중심 군대로 전환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5일 오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열린 새해 첫 입영식에서 입영장정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5 ⓒ 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이병 ○○○!

꼭 군 복무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여 관등성명을 외치는 이등병의 구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이제 군대에서 소리 높여 관등성명을 외치는 이등병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국방부는 최근 2040년을 목표로 한 국방 개혁 구상을 발표하면서 현행 4단계 병 계급 체계를 3단계로 줄이는 방안을 공식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사관 계급은 지금의 4계급에서 5계급 체계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언뜻 보면 단순한 계급 조정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는 계급 이름 몇 개를 바꾸는 문제가 아닙니다.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군대의 인력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국방부가 계급 체계 개편 카드를 꺼낸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병역 자원 감소입니다. 국방부는 2040년대에 병역 가용 자원이 연간 16~19만 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병사 중심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병사 60%, 간부 40% 수준인 현재 병력 구성을 2040년에는 병사 37%, 간부 63%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병사의 비율을 줄이고 직업군인의 비율을 크게 늘리겠다는 구상입니다.

병 계급 축소 역시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현재의 이등병·일등병·상등병·병장 체계는 1962년 도입됐습니다. 과거에는 병 복무기간이 30개월을 훌쩍 넘겼고, 계급마다 충분한 복무 기간이 보장됐습니다. 계급이 오를수록 숙련도와 책임 수준이 뚜렷하게 달라졌고, 병영 내 역할도 자연스럽게 구분됐습니다.

하지만 현재 육군 기준 병 복무 기간은 18개월입니다. 신병 교육과 후반기 교육을 마치고 자대에 전입하면 곧 일병이 되고, 업무에 숙달할 즈음엔 상병, 전역 준비를 할 때는 병장이 됩니다. 병사들이 각 계급을 유지하는 기간은 4~6개월에 불과합니다.

그 때문에 계급 간 숙련도가 크게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병사 상당수가 병장 계급장을 달자마자 곧바로 전역하는 만큼, 현재의 4계급 체계가 실질적인 역할 구분보다는 복무기간 경과를 표시하는 기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국방부 역시 "2018년 복무기간 단축 이후에도 4계급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라며 문제를 직시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지난 5월 28일 경기 광주시 육군 특수전학교에서 열린 '특전부사관 263기 임관식'에서 신임 특전부사관들이 연병장을 뛰어가고 있다. 2026.5.28 ⓒ 뉴스1 김영운 기자

3계급 체계로 개편될 경우 이등병~병장 중 어떤 계급이 사라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향후 연구와 의견 수렴을 거쳐 계급 명칭과 운영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입니다.

모병제를 운영하는 미군은 병사·부사관의 경우 E-1부터 E-9까지 세분화된 계급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군 병장에 해당하는 E-4 계급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달 수 있는 계급이 아닙니다. 평가와 교육, 경쟁을 거쳐야 하며 상위 계급으로 갈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집니다.

이유는 많이 다르겠지만, 북한군도 장기 복무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자료와 탈북 군인 증언 등을 종합하면 남성 기준 7~8년 안팎의 복무가 일반적이고, 시기에 따라 10년 가까운 복무도 이뤄집니다. 복무기간 자체가 길다 보니 각 군별 인력의 전문성이 보장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습니다. 남북한 군의 근본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 군의 변화는 분명히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병 계급은 줄이되 부사관 계급을 늘리겠다는 군의 계획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하사·중사·상사·원사로 구성된 부사관 체계에 새로운 계급을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현재 상사 계급에서 최대 17년의 진급 정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계급을 세분화해 장기 복무 유인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결국 국방부의 계급 개편 구상은 우리 군이 병사 중심 군대에서 전문 간부 중심 군대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방부는 계급 체계 개편과 함께 선택적 모병제 검토도 공식화했습니다.

물론 우려도 있습니다. 부사관 계급 확대가 실제 전문 간부 지원율 증가로 이어질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계급 체계를 바꾼다고 해서 병력 감소 문제가 100%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방부가 이번에 던진 화두는 실질적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1960년대 만들어진 병 중심 징병군 체제가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더 이상 지속 가능하냐는 질문에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군의 계급 체계를 바꾸는 일은, 어쩌면 지난 60년간 알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군을 바꿀지도 모를 일입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