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핵시설' 공개 직후 시진핑 방북 발표…'핵보유국' 인정 효과 노린 北
中의 '묵인' 정황 짙어져…복잡해지는 북핵 해결 방정식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새 핵시설' 시찰 사실을 공개한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일정을 발표하면서,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입지를 인정하는 듯한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5일 제기된다. 실제 중국이 대북 영향력 강화를 위해 과거와 달리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고 있을 가능성도 동시에 나온다.
북한과 중국은 이날 시 주석이 김 총비서의 초청에 따라 오는 8~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북한은 하루 전인 4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을 통해 김 총비서가 지난 3일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 공장을 현지지도했다"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정부는 이곳이 영변 핵단지에 지난 2024~2025년에 새로 건설된 우라늄 농축 시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총비서는 핵무기 생산을 담당하는 간부들과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에 필요한 원통형 원심분리기가 늘어선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특히 회의실 책상 위에 핵탄두 설계도로 보이는 자료가 '모자이크' 처리된 채 놓여 있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핵무기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같은 보도를 연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2~3주간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 시점에서 나온 김 총비서의 '새 핵시설' 시찰 보도는 북한이 중국에 자신들의 핵보유를 인정받기 위한 포석을 둔 것으로 해석됐는데, 실제 이날 북중 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되면서 이같은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울러 통상적으로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논의가 한 달 이상 소요된다는 점에서, 북한이 정상회담 논의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핵보유와 관련한 우호적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에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는 관측도 더해진다.
김 총비서는 새 핵시설 시찰에서 핵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발언하거나, 지난 5년간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2배 늘렸다는 공세적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시 주석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이 러시아로 기운 북한을 다시 중국 쪽으로 당기기 위해 '묵직한 선물'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시 주석이 핵능력 고도화와 핵보유를 문제 삼지 않은 채 평양을 찾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중국 측의 명시적인 메시지가 없었음에도 전략적 행보를 보였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공식 핵보유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상 미국·영국·러시아·중국·프랑스 등 5개국뿐이다.
하지만 중국은 더 이상 '북한의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언급했는데,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입장과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입장을 갈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대북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공감대를 설정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핵 개발에 따른 것임을 감안하면, 중국은 여러 간접적 방식으로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가능한 것이다.
북한이 시 주석의 방북 직전 새 핵시설을 공개한 것이 중국의 '공개적인 핵보유 인정'이라는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는 역설적 해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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