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핵잠은 '성과', 안보 비용은 늘었다…안보 지형 변화 '득과 실'

[李정부 1년] 軍 숙원사업 속도 높여…'자주국방' 강조
한미동맹 엇박자 우려도…軍 문민화 성과는 아직 '보류'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추진잠수함 기본계획 발표를 듣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26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김예원 김기성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년 동안 국방 및 안보 분야에는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빠른 변화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1년을 두고 "성과와 부담이 공존한 시기"라고 평가한다.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국정과제로 내건 정부는 한미 간 협의를 가속화해 성과를 내고 있고, 수십 년 동안 역대 정부가 추진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던 핵추진잠수함 도입 사업도 본격 궤도에 올렸다. 반면 국방비 부담 증가와 한미 간 일부 이견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핵잠수함 도입·전작권 전환 가시화는 대표적 성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작권 전환 논의의 가속화다. 정부는 출범 전부터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내세웠고, 올해 미래연합군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무리한 후 전작권 전환 가속화를 위한 로드맵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우리 군은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했지만 전쟁이 발생하면 작전통제권은 여전히 미국 측이 행사한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사령관을 맡아 전시 연합작전을 주도하는 체제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스스로 방어하지 못하는 나라를 상정할 수 있겠냐"라며 "국가가 스스로 방어하는, 즉 자주국방이 확고한 나라가 완성된 국가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29 ⓒ 뉴스1 허경 기자

전작권 전환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에 기반, 한미가 합의한 조건을 단계별로 평가해 최종 시점을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가는 최초작전운용능력(IOC)→완전운용능력(FOC)→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각각 평가·검증하는 3단계로 이뤄져 있다.

한미는 2022년 2단계 FOC 평가를 완료한 뒤 검증을 앞두고 있다. 올해 2단계 검증이 마무리되면 마지막 단계에 진입한다. 국방부는 FMC의 경우 평가와 검증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약 1년 정도면 완료 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군 안팎에선 2006년부터 약 20년 동안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 충족 작업이 이어져 온 만큼 2027~2028년쯤 전환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역대 정부들도 전작권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대부분 '조건 충족 시 전환'이라는 정체된 어젠다 설정에 머문 반면, 이재명 정부는 실질적인 전환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전작권을 가져오는 것도 우리가 우리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 간 지속적인 소통을 해온 결과"라며 "완만하게 한미 간 잡음 없이 동맹과 연합방위체제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추진잠수함 기본계획 발표를 듣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26 ⓒ 뉴스1 이재명 기자
'숙원사업' 핵잠 도입 사업, 한미 대통령 지지에 순항 중

핵잠 사업 역시 국방 분야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핵잠 건조에 대한 지지를 끌어냈다. 정부는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최근 '장보고 N 사업'이라는 이름의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핵잠 개발 원칙과 방향성을 발표했다.

핵잠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업이다. 핵잠은 장기간 잠항 능력과 높은 기동성 등 기존 디젤 잠수함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된 작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장보고 N 사업'의 발표는 장기간 국가 비닉(비밀)사업이던 핵잠 도입이 드디어 공개적으로 공식화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현재 핵잠을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뿐이다. 한국이 장보고 N 사업에 성공한다면 7번째 핵잠 보유 국가가 되며, 이는 한국 해군의 위상을 세계 정상급으로 격상시키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교수는 "핵잠 도입 승인을 얻어낸 것은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지금 단계만으로 상당한 진전과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실질적인 도입 문제는 미국의 협조 여부에 달려 있다"라며 "국제 정세와 한미동맹, 미국 국내 정치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하는 만큼 조급하게 접근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2026.3.25 ⓒ 뉴스1 이재명 기자
국방비 증액·美의 '전략적 유연화'에 따른 한미동맹 관리 부담은 커져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자주국방 강화 정책은 상당한 비용 부담도 수반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과 핵잠 사업, KF-21 전투기 양산, 유·무인 복합전력 구축 등을 동시에 추진하려면 대규모 국방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윤상용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핵잠 사업에만 28조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잠수함은 한 척만 도입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전용·정비용·예비용까지 최소 3척으로 하나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육·해·공군 주요 전력화 사업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다만 국방예산 증가는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는 측면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이재명 대통령은 가능한 한 조속히 한국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게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로 증액한다는 한국의 계획을 공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정부 들어 변수가 많아진 한미동맹 관리 문제도 유의할 문제로 꼽히고 있다. 최근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소재지로 '평북 구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미국이 한국에 대한 '대북정보 공유'를 일정 부분 중단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감정적 조치는 중요 변수다.

전작권 전환의 시기를 두고도 한미 사이엔 이견이 있고, 핵잠 도입 문제도 일단 한미 간 공식 협의가 시작된다는 의미는 있지만 미국의 군사용 핵연료 지원을 위한 한미 간 새 협정 체결을 추진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은 산적하다.

윤 교수도 "미국은 동맹으로부터 '부정적 신호'가 누적되면 어느 순간 정책 방향을 크게 바꾸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한국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역할 변화 등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전반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신임 장교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6.2.20 ⓒ 뉴스1 이재명 기자
군 문민화·사관학교 통합은 아직 진행형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추진된 군 문민화 정책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는 군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의 국방부 장관 임명과 장성 인사권 개편, 병과학교장 개방형 직위 확대 등을 추진했지만, 현재까진 '문민화'가 획기적으로 달성됐다는 평가로 이어지진 못했다. 국군통합사관학교 추진도 대다수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수준엔 이르지 못했다.

최 교수는 "문민장관 체제라는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아직 비상계엄 여파를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로 절반의 성과, 절반의 미진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라며 "이제는 결과를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 안보정책의 핵심 과제로 '균형'을 꼽았다.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되 한미동맹을 훼손하지 않고, 방산 육성과 첨단전력 확보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방산을 미래 먹거리이자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라며 "앞으로는 공적개발원조(ODA)와 방산, 인프라 산업을 결합한 패키지 전략과 수출금융 확대 등을 통해 K-방산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자주국방이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결국 예산과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라며 "국방안보는 선거 주기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기틀을 닦을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