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대계' 한국형 핵잠 청사진 확정…한미 협의도 6월부터 속도
개발·건조 국내서 진행…핵연료 공급 위해 美 측과 협의도 곧 진행
한미, 실무협의 앞두고 주요 쟁점 '공감대' 형성 흔적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우리 군의 숙원사업이었던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의 청사진이 26일 드디어 확정됐다. 정부는 '장보고 N사업'으로 명명한 핵담 도입 프로젝트를 본격화해 한국형 핵잠을 국내에서 개발·건조하고, 2030년대 중반까지 진수해 이르면 2030년대 후반 전력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6월 중순부터 미국과의 실무협의 채널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한미 실무협의를 앞두고 핵잠의 국내 건조 등 쟁점 사항을 기본계획에 확정·반영한 것은 미국 측과의 사전 소통을 통해 한국형 핵잠 건조 방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가 실무협의에서는 큰 쟁점을 다투기보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협의하며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에서 열린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한국형 핵잠 건조를 위한 방식과 계획 등이 담긴 것으로,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 간 합의로 한국형 핵잠 도입이 확정된 뒤 처음으로 '청사진'이 제시된 셈이다.
정부는 기본계획을 통해 △대한민국 내에서 핵잠 개발 및 건조 △핵연료엔 농축도 20% 미만 저농축우라늄 사용 △한국 원자로와 조선 기술 활용 △건조부터 해체까지 전 과정 안전 관리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등 5대 목표를 수립했다.
한국형 핵잠 도입이 합의된 이후 제기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핵잠을 국내에서 건조하느냐, 미국에서 건조하느냐였다. 이는 핵잠의 엔진인 소형 원자로(SMR) 개발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산업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자, 첫 한국형 핵잠을 미국의 기술로 확보하느냐, 자체 기술로 확보하느냐라는 '정체성'과도 연관이 있는 중요한 이슈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화오션(042660)이 인수한 미국의 필리조선소가 핵잠을 건조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국방부와 안 장관이 밝혔듯이, 정부는 핵잠의 국내 건조를 통해 4만여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소형 원자로도 국내 기술로 개발하기로 확정하면서 핵잠의 '심장' 개발을 위한 원천 기술 확보도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정부는 미국과 협의를 통해 군사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핵연료 제공 혹은 정부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협정을 맺은 뒤 원자로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날 기본계획은 한미가 지난주 워싱턴D.C에서 열린 외교차관 회담을 통해 한국의 핵잠 도입을 위한 범정부 실무협의를 6월 중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한 직후 발표된 것으로, 이미 핵잠 건조와 핵연료 공급 문제 등에 있어 한미 간 사전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미 간 실무협의가 공전 없이 속도를 낼 기반을 만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부는 이날 기본계획에 한국형 핵잠의 배수량이나, 핵잠을 총 몇 척 도입할 예정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는 우리 군의 핵잠 관련 작전 구상 노출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도 보이지만,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주한미군 및 전 세계 주둔군의 운용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는 미국과의 실무협의가 남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 장관은 지난해 10월에는 '5000톤급 핵잠 4척 보유'를 하나의 목표로 제시했지만, 이번 기본계획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기진 않았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밝힌 대로 2030년대 중·후반에 핵잠을 건조 및 전력화한다는 목표를 기본계획에서도 재차 제시했다는 점에서 안 장관이 지난해 언급한 수준의 핵잠 보유가 정부의 구상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의 보다 디테일한 공감대 형성에 성공한 듯한 정부의 남은 과제에는 막대한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한국형 핵잠 도입은 우리 군이 최초로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구체적인 예산을 추정하긴 이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개발 및 양산 등 총사업비가 25조 원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이날 전략위 회의에서 총 28조 9000억 원가량의 예산이 들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정부는 제정을 준비 중인 '핵잠 특별법'을 통해 안정적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잠 관련 회계를 일반 방위력 개선비와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미는 핵잠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 간 실무협의의 첫 회의를 6월 중순에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한미 간 협의와 별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요구하는 안전 조치 마련을 위한 별도의 약정 체결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핵확산금지조약(NPT)와 한-IAEA 전면안전조치협정(1975년 체결)에 따르면 정부는 모든 핵물질과 관련 시설을 IAEA에 신고하고 사찰 및 검증을 받아야 하는 '안전 조치 의무'가 있다.
하지만 핵물질을 핵무기 제조 이외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기간과 범위, 방법을 구체화해 IAEA가 요구하는 안전 조치를 적용받지 않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한 한-IAEA 간 별도의 약정 체결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같은 '비확산 의무' 준수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며, 특히 미국과의 실무협의와 별개로 미국 조야를 상대로 한 비확산 의지 설득 작업을 지속적으로 병행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위원은 "원료 확보와 관리 방안 마련, 사용 후 핵연료 처리를 위한 여건 마련, IAEA 안전 조치 적용, 미국과의 협의 등이 안정적 핵잠 도입을 위한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며 "향후 운용 교리 및 승조원 양성, 미 해군과의 작전 통합 문제를 단계별로 정리해 한국의 해양 안보와 동맹 전략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구상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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