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중재냐, 북중러 밀착이냐…트럼프 만난 시진핑 속내가 정세 가른다

미·러 정상 만난 뒤, 7년 만에 방북 가능성 제기돼
전문가 "시진핑 방북하면 북미 회담 사전 포석"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노민호 유민주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르면 내주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자마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만난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중재' 역할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21일 제기된다.

미중·중러 정상회담서 '한반도 문제' 다룬 시진핑…작년 9월 이어 또 김정은 만날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전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내주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보도했다.

실제 시 주석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이다. 아울러 시 주석은 지난 14일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 20일 방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김 총비서까지 불과 2주일 사이에 주요국 정상과 릴레이로 만나는 '광폭 행보'를 보이게 된다.

기간을 더 넓히면 지난해 9월 중국의 전승절(항일 무장 투쟁 승리) 80주년 때 김 총비서와 만난 지 8개월여 만에 다시 만나면서 동북아국 중에 김 총비서를 가장 많이 만난 정상이 된다.

중국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 협의'를 가진 것을 평가하는 등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주요 외교 사안으로 여기고 있음이 표출된 바 있다.

특히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다룬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진일보한 전면적 전략 협조 강화와 선린 우호·협력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소통·협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러시아가 동북아 주요국 중 북한과 가장 강한 밀착을 해왔다는 점에서 북한 관련 문제에 있어 중국이 러시아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는 러시아 역시 북한 문제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도 가능한 부분이다.

중국은 작년 9월 북중 정상회담 이후부터 북한 문제에 관심도를 높여 온 듯한 모습이다. 올 1월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안정이 양국의 공동 이익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 중요성에 공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중국의 건설적 역할 수행 의지를 확인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과 북한을 연쇄 방문하는 방안도 모색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과 중국의 의견 차이로 관련 계획은 무산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시 주석의 '광폭 행보'가 북중러 밀착보다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데 방점이 찍혔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스1 이은현 디자이너
일면 '북중러 밀착'처럼 보이지만…속내는 '북미 중재' 가능성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시 주석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포석 성격이 강하다며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전달하는 중재 역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김 총비서 역시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수도 있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북중러 3각 협력 심화가 핵심 목적은 아니라며 "북중러 3각 구도가 고착화되면 중국 입장에선 오히려 운신의 폭과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시 주석의 이번 촘촘한 일정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미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중동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전후해 분위기 반전을 위해 대북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 파병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면서 러시아와의 밀착 1라운드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입장에서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군사·경제적 실익을 일정 부분 확보한 만큼, 이후 국면에선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공간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시 주석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극단적 충돌보다는 일정 수준의 '경쟁적 공존' 분위기 조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중관계를 감안한 관리 차원에서도 북한과의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미중 양국 모두 호르무즈 해협 긴장 격화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과 글로벌 경제 혼란을 원치 않고 있다며 "양국 모두 한반도의 안정도 바라고 있다. 미중 관계에서 또 다른 불안정 변수가 등장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현재 미중 양국은 상당히 미묘한 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새로운 도발에 나설 경우 한미일이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한중관계와 미중관계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재 외교 전략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